취재수첩 기자수첩 ㅣ인사청문회는 요식행위인가

기자수첩 ㅣ인사청문회는 요식행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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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5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난 5일 종료된 가운데 여야는 청문 보고서 채택을 놓고 가파른 신경전을 이어갔다.

야당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3인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낙마 총공세를 폈다. 여당은 일단 “심각한 결격 사유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국민 눈높이 부응과 야당과의 협치 등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임 후보자를 낙마 1순위로 꼽고 있으며, ‘절대 불가’를 내세워 저지에 나선다는 계획이어서 여야 간 정면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 후보자 부부는 종합소득세를 1∼5년 동안 내지 않다가 후보 지명 전후 몰아서 납부했다. 교수 시절 국가 지원금을 받아 참석한 해외 세미나에 두 딸을 데리고 나간 정황도 드러났다. 행선지도 하와이, 오키나와, 바르셀로나, 오클랜드 등 유명 관광지이다. 다운계약서 작성을 통한 탈세, 자녀 이중국적, 13차례의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논문 표절 의혹 등 수두룩하다.

박 후보자는 2015∼2018년 주영 대사관 근무 시절, 부인이 다량의 유럽산 도자기를 사들인 뒤 외교관 이삿짐으로 해 관세를 내지 않고 국내에 들여왔다. 판매 목적일 때는 관세도 내야하고 도소매업 허가도 받아야 하는데 이를 모두 어겼다. ‘외교관 이삿짐’이라는 이유로 적발되지 않고 통관된 것이다. 노 후보자도 세종시 아파트를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뒤 한 번도 거주하지 않고 팔아 2억 2000만 원의 차익을 봤고, 부인의 절도죄 벌금도 흠결로 지적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이번 인사청문회에 대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청와대의 검증이 완결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범죄 등 7대 인사검증 기준을 제시했지만, 명백한 불법행위가 아닌 한 관대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급 인사 29명이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돼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사청문회는 법 제정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 통과의례적인 요식행위로 전략돼선 안 될 것이다. 국민이 미처 몰랐던 사실까지 폭로해 놓고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 된다. 특히 청와대 인사검증 기준을 무색하게 하면 결국 정권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