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부산시 “2026년 생명존중 원년”…자살예방 전면 대응 선언

부산시 “2026년 생명존중 원년”…자살예방 전면 대응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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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네트워크 출범·예산 두 배 확대…연결·예방·보호 3대 전략 추진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17일 오전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 회의 시작과 함께 스크린에 ‘생명존중 원년’이라는 문구가 떠오르자 참석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살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과제로 다루겠다는 선언이 공식화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박형준 시장 주재로 ‘2026 생명존중 원년, 자살예방대책 보고회’가 열렸다. 시는 올해를 기점으로 자살예방 정책을 전면 확대하고,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보고회에서는 부산의 자살 현황도 공유됐다. 2024년 기준 부산에서 자살로 숨진 사람은 989명,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30.3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회의장 안에서는 이 같은 수치가 제시될 때마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시는 이에 대응해 ‘고립 없는 연결 도시, 생명이 살아나는 행복 부산’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연결·예방·보호의 3대 전략 아래 7대 과제와 30개 세부사업을 추진한다. 자살예방 관련 예산도 기존 32억 원에서 72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현장에서는 민관 협력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강조됐다. 시를 비롯해 교육계, 의료계, 종교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12개 분야가 참여하는 ‘부산 생명존중 네트워크’가 이날 공식 출범했다. 참석자들은 공동 선언문을 함께 발표하며 협력 의지를 다졌다.

세부 전략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연결’ 분야에서는 지역 공동체 기반의 안전망 구축이 중심이다. 읍·면·동 단위 생활권 프로젝트와 실무자 양성, 마음건강 자가검진 시스템 도입 등이 추진된다. 현장에서는 “위기 신호를 놓치지 않는 촘촘한 연결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예방’ 분야에서는 자살 원인별 대응이 강화된다. 정신건강 상담과 치료 연계를 확대하고, 금융·고용 지원을 연계해 경제적 위기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다. 노인과 청소년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포함됐다.

‘보호’ 전략에서는 고위험군에 대한 즉각 대응이 핵심이다. 7월부터 자살유족 원스톱 지원체계가 가동되며, 사건 발생 24시간 이내 전문 인력이 투입된다. 응급 대응 인프라도 확충돼 병원 이송 시간 단축과 24시간 대응 체계가 강화된다.

회의를 마무리하며 박형준 시장은 “자살 문제는 도시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며 “시민이 가장 힘든 순간에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도시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를 계기로 부산시는 자살예방 정책을 단순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 전반의 구조적 대응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무거운 주제를 공유한 회의장이었지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동시에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