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보고, 듣고, 읽고, 체험하며 성장한다. 이 네 가지는 단순한 감각의 작용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정하고 인격을 형성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보고 자랐는지, 어떤 소리를 듣고 어떤 이야기를 접했는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결국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다.

가장 처음 마주하는 세계는 가정이다. 부모의 말투, 가족 간의 분위기, 집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와 영상들이 한 인간의 인성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화목한 가정에서 따뜻한 말과 안정된 분위기를 경험한 아이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잦은 다툼과 거친 언어가 일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폭력적인 성향에 익숙해질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오히려 평화로운 분위기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결국 가정환경은 인간됨의 기초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터전이다.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자장가처럼 부드러운 소리에 익숙한 사람과, 고성이나 혼잣말에 둘러싸여 자란 사람은 내면의 리듬이 다르다. 음악, 이야기, 목소리, 심지어 침묵마저도 인간의 정서에 영향을 준다. 무엇을 듣고 자랐는지가 곧 그 사람의 감정선이 된다.
자라면서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책은 경험하지 못한 시대와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독서를 통해 인간은 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상상력과 판단력을 기를 수 있다. 학창시절, 우리는 전공서를 통해 지식을 쌓고 사회의 한 분야에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지만, 전문 지식만으로는 온전한 인격을 완성할 수 없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타인의 시선과 경험을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에는 독서의 필요성을 쉽게 잊곤 한다. 생각을 요구하는 독서보다는 빠르고 간편한 영상매체에 익숙해진 탓이다. 요즘 사람들은 유튜브나 SNS를 통해도 충분히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영상도 정보의 한 수단이다. 그러나 영상은 시각적 자극에 치우쳐 깊은 사유에 도달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반면 책은 글자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생각을 쌓게 하고, 독자의 내면에 천천히 스며들며 사고의 폭을 확장시킨다.
나는 매일 아침 걷기를 하며 음악을 듣는다. 클래식보다 트로트가 더 가슴에 와닿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흥겨워서 들었지만, 어느 순간 가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게 됐다. 그 노래를 제대로 부르고 싶어 연습을 시작했고, 어느새 목표가 생기고 도전의지가 자라났다. 무심코 들은 노래가 생각과 감정으로 이어지고, 체험과 성취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이처럼 인간은 단순한 자극에 반응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보고, 듣고, 읽고, 체험하는 과정 속에서 사유하고 성장하는 존재다.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인간다운 삶은 균형을 잃게 된다. 완전한 인격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모든 과정을 온전히 거쳐야 한다. 영화 속 ‘늑대 인간’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태어나자마자 늑대의 세계에서 자란 아이는 늑대처럼 행동한다. 인간이라도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은유다. 이처럼 인간은 환경의 산물이며, 우리가 만들어주는 환경은 그 사람의 미래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금 물어야 한다.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경험을 하며 자라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첫 걸음이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와 내면의 깊이를 갖추는 일이다. 나는 욕망을 절제하고, 의지를 단련하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균형을 찾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책은 나에게 가장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책을 통해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것—그것이야말로 나만의 성장법이다. 단순한 지식의 축적을 넘어, 삶의 방향을 정립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데 있어 독서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