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기자수첩 ㅣ 인사청문회,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기자수첩 ㅣ 인사청문회,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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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열 기자 ctnewsone@naver.com

전병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첫 내각이 출범하면서 인사청문회의 막이 올랐다. 국민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라고 들었지만, 실제 풍경은 정치권의 기 싸움으로 채워지기 일쑤다.

청문회의 본래 목적은 분명하다.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가 그 인사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2000년 제정된 ‘인사청문회법’을 시작으로, 2003년엔 국가정보원장 등 권력기관장, 2005년엔 국무위원까지 확대됐다. 헌법상 임명 동의가 필요한 직위 외에도, 대통령의 단독 임명 가능 직책에 대해서도 청문회가 관례처럼 진행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국회의 동의가 불필요한 청문회에서 여야는 자질 검증보다 정치적 득실에 집중한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끝나는 구조에서, 청문회는 실질적 제어력이 없는 무기력한 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후보자의 자격 논란은 화제가 되고, 그에 대한 공세는 자극적으로 보도되지만, 결국 임명 여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회의가 팽배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청문 무자격 5적’이라는 날선 표현이 등장했다. 국민의힘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을 지목해 강도 높은 공세를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첫 내각에서 낙마 없이 안정적인 출발을 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작 중요한 정책 비전이나 행정 능력 검증은 뒷전이고, 양당은 정치적 방어와 공격에만 몰두한다.

국민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묻는다. “청문회를 왜 하는가. 누구를 위한 청문회인가?” 도덕성과 전문성 검토보다는 정당 간 힘겨루기와 이전투구의 장이 되면서, 청문회가 ‘흠집내기’와 ‘방어전략’에 갇혀버렸다는 자조적 평가가 나온다. 국민을 대신하는 검증 시스템이라기보다, 정파 간 전투가 벌어지는 정치 무대처럼 느껴질 뿐이다.

후보자에게도 책임은 있다. 자진 사퇴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정치적 보호막 속에서 임명을 기다리는 모습은 비양심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도덕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감추거나 해명하지 않고, 대통령의 처분만 바라는 태도는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공직은 특권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로 유지되는 자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청문회 결과에 부응하는 인사 결정을 내릴 때만이, 청문회의 존재 이유는 살아난다. 임명을 강행하면서 제도적 취지를 무시한다면, 청문회는 그저 형식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인사청문 제도를 ‘임명 동의제’로 개편하든지, 실질적 기능이 없는 제도는 과감히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일리 있다.

결국, 국민은 진정성 있는 검증을 원한다. 스펙터클한 논란이나 정당의 이익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진심 어린 평가가 필요한 시간이다. 인사청문회가 국가 운영을 위한 공직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진정성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매번 청문회 시즌이 다가올 때마다 반복되는 실망과 냉소가 사라지기를, 이번만큼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신뢰받는 검증’을 보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