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여성 검사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성추행을 자수한다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누구나 할 말은 할 수 있지만, 어떤 의도로 개인의 의사를 밝혔는지도 중요하다. 하필 故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이 성추행 의혹 속에 목숨을 끊은 이때 페이스북에 박 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첨부하고 “자수한다. 냅다 달려가서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에 추행했다”고 했다. 대구지검 진혜원(45) 검사는 박 시장의 성추행 피해 여성 측이 기자회견을 했던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올렸다.
노컷뉴스 보도에 의하면 진 검사는 박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 A씨 측의 기자회견을 두고 “고소장 접수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고인의 발인 일에 기자회견을 하고 선정적 증거가 있다고 암시하며 2차 회견을 또 열겠다고 예고하는 등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시리즈물로 만들어 흥행몰이와 여론재판으로 진행한다”고 주장했다.
또 “진실을 확인받는 것이 중요한지, 존경받는 공직자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여론재판이 중요한지 본인의 선택은 행동으로 나타난다”면서 “시민들은 그것을 비언어적 신호로 삼아 스스로 진실을 판단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보도는 “현 상태에서 (고소인) 본인이 주장하는 내용의 실체적 진술을 확인받는 방법은 여론재판이 아니라 유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해서 판결문을 공개한 것”이라면서 “민사재판도 기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진행하면 2차 가해니 3차 가해니 하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진 검사는 “증거도 제출한다.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라며 “권력형 다중 성범죄”라고도 했었다. 진 검사는 스스로 질의응답을 올리고 “팔짱 끼는 것도 추행이에요?”라는 질문에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추행이라니까! 젠더 감수성 침해!”라고 답했다. 박 시장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피해 여성 측을 조롱하는 것으로 비친다.
한겨레 신문에서는 또 “고소장 접수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고인의 발인 일에 기자회견을 하고, 선정적 증거가 있다고 암시하면서 2차 회견을 또 열겠다고 예고하는 등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시리즈물로 만들어 ‘흥행몰이’와 ‘여론재판’으로 진행한다”고 썼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 검사는 피해자를 조롱하는 2차 가해를 했다”며 “더 이상의 폭언을 막기 위해 고소나 고발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도 “지휘권 행사를 좋아하는 추 장관은 성추행 피해 여성을 조롱한 진혜원 검사를 감찰하라는 지휘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썼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여성변호사회는 15일 대검찰청에 진 검사에 대한 징계 심의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징계 요청 공문이 접수되지 않아 어떤 성격인지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서 감찰 여부를 단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여성변호사회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통해 “박 시장이 자신에 대한 책임을 죽음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권력형 성폭력 범죄로 의심되는 피해자의 주장이 존재하는 만큼 박 시장을 지나치게 영웅시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특히,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알려고 하거나 신상털기 등으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심각한 상황으로, 이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현재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을 수많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하는 일일 뿐이며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직 검사가 본인의 생각을 밝힌 점에서는 긍정할 수 있다. 하지만 시점 상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피해 여성에 대한 배려 보다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은 취지가 담겨 있어 일각의 비난을 받는다. 시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약자의 관점에서 더 깊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