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권력에 짓눌린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의 위협에서 떨고 있다

[뉴스원view] 권력에 짓눌린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의 위협에서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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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에 의한 성희롱·성추행으로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다. 비서 업무를 여성들이 맡는 경우가 많다 보니 권력자가 남성일 경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여비서는 지근거리에서 업무를 보좌하는 일이 많다. 성인지감수성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젠더의 유혹을 받는다. 위력이 개입되면 동물적 욕구로 폭력성이 나타난다. 직무상 위력을 느끼면 거부하거나 반항하는 힘이 반감된다. 범죄 행위라는 인식이 강하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적 권력이 개입되면 ‘유권무죄 무권유죄’가 되기도 하고 경감되기도 한다. 피해자보다 권력자를 옹호하고 때로는 파렴치범으로 덧씌워 2차 피해를 야기한다.

한겨레 신문 보도에 의하면 직장인 이상희(가명·33)씨는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 넘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누웠다가도 화가 솟아올라 벌떡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지난 6일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의 미국 송환이 불허된 뒤 그의 아버지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는 기사가 또렷이 떠올랐고, 같은 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상 빈소에 늘어서 있던 정치인들의 근조 화환들이 생각났다. 불면의 ‘정점’을 찍은 건 성추행 피소 이후 죽음을 택한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 때문이라고 했다.

이씨는 “그나마 손정우 송환 불허 때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공감대가 있었는데, 박원순 사건에선 상식적으로 이야기가 통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마저 연령에 따라, 성별에 따라 결국 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 명징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지난 일주일 동안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한국에서 젠더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여실히 볼 수 있던 시간”이라고도 말했다.

이 보도는 양상은 각각 다르지만, ‘여성이 안전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사법부와 정치인, 주요 공직자 등 권력층에게 부정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범죄의 미온적인 처벌과 가해자 감싸기가 반복되면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재생산된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또 40대 중반의 이아무개씨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이렇게 일상적인데, 당의 대처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화를 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안희정 전 지사 모친 상가 앞에 놓인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를 보면 ‘민주진보진영’이라고 불리는 인사들의 젠더 감수성이 여전히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직장인 최아무개(28)씨는 “안희정, 오거돈 등 반복되는 ‘미투’ 사건 와중에 이뤄진 성추행 사건이라는 걸 알고 더욱 화가 났다. 권력을 가진 남성들에겐 어떤 학습효과도 없었다는 절망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보도는 특히 박원순 시장 사건에 분노하는 여성들은 ‘소극적 2차 가해’의 문제를 지적한다며, 김은선(가명·31)씨는 ‘피해자의 신상을 털고 비난하는 게 ‘적극적 2차 가해’라면, 주요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가해자를 칭송하는 건 ‘소극적 2차 가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도는 또 “개인 에스엔에스에 남긴 글까지 기사화가 될 만큼 큰 ‘스피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박원순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그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강조할수록 피해자가 위축됐을 것”이라며 “피해자와 가해자 간 발화 권력의 차이를 확인해 참담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성추행 사건에도 이 같은 진영논리가 개입되고 당리당략적 계산을 하는 정치권의 몰상식에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