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무너지는 유기 동물 보호소, 어떻게 바껴야 하는가

무너지는 유기 동물 보호소, 어떻게 바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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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과 보호자(사진=픽사베이)

최근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1인 가구 증가와 점점 심화되는 핵가족화로 인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펫팸족’이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펫팸족이란 ‘Pet(반려동물)’과 ‘Family(가족)’를 합친 말로 반려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들인 사람을 말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조 8900억 원으로, 2012년 9000억 원에 비해 3배 이상 커졌다. 오는 2020년까지 현재의 2배인 5조 8100억 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반려동물과 공생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조차도 동물복지의식이 성숙하지 못해 동물학대나 유기·유실동물 문제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의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유기동물은 10만 2593마리에 달했다.

특히, 매년 휴가철과 명절 때마다 버려지는 동물이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를 기반으로 실시한 유기동물 통계를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가 포함된 일주일(9월 19~26일) 사이 버려진 동물은 총 1524마리에 달했다. 지난해 설 연휴 일주일(2월 10~17일) 동안 유기된 동물 1327마리보다 200마리가량 늘어난 수치다. 황금 추석 연휴라 불렸던 2017년 9월 30일에서 10월 7일 사이에 버려진 동물(1503마리)보다 지난해가 더 늘었다. 임영기 동물구조 119 대표는 “동물이 귀엽고 예쁘니까 호기심에 샀는데, 막상 키워 보니 관리하기 까다로워 곤혹스러워하는 사례가 많다”며 “평소 버릴까 고민했던 사람들이 명절을 맞아 마땅히 맡길 곳이 없으면 지방 가는 길에 내다 버리는 듯하다”고 전했다.

죽어가는 유기 동물들, 막으려면

명절에 유기된 동물 중 상당수는 목숨을 잃는다. 2017년 추석 연휴 동안 버려진 동물 중 약 46%는 자연사하거나 안락사 됐다. 지난해 설 연휴에 유기된 동물 역시 안락사한 수가 314마리로 전체 중 23.7%에 달했다. 같은 기간 동안 자연사한 동물은 총 274마리로 전체 중 20.6%에 달했다.

최근 붉어진 박소연 케어 대표의 ‘보호동물 안락사’ 문제는 안락사 없는 보호소 명목으로 후원금을 모으고 활동해 온 것이 잘못된 것이지, 안락사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라는 업계 전문가의 소견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을 보면 지자체가 운영 중인 유기동물 위탁보호소(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뒤 10일간의 공고 기간을 거친 이후에 소유주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유기동물이 건강하더라도 안락시키도록 돼 있다. 이는 넘쳐나는 유기동물 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위탁보호소 수용능력 때문에 생겨지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모든 유기동물을 맡아주기에는 보호소의 용적이 좁아 보호소내 유기동물을 빨리 내보낼 수밖에 없다. 결국 안락사의 기준이 동물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설 수용 능력과 관리 능력에 맞춰 있는 실정이다.

안락사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보호소내 자연사다. 지난해 위탁보호소가 맡은 유기동물 7457마리 중 3975마리가 자연사했다. 이는 전체 동물의 절반 이상이 보호시설 내에서 그냥 죽었다는 말이 된다. 개보다 고양이 자연사가 훨씬 더 높다. 종별 자연사 비중을 보면 개는 36.7%인데 반해 고양이는 76.9%로 압도적으로 높다.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좁은 공간에 여러 종을 같이 보호하게 되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자연사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유기동물 보호소를 종별로 분리,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변화가 필요한 유기 동물 보호소

▲ 베를린 티아하임 보호소(사진=Tiers chutz-Verein Berlin)

▲ 독일 베를린, 티아하임 베를린

독일의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과 역사는 20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동물보호를 위한 강력한 법을 제정하고 유기동물에 대한 업무는 동물보호 단체에 모두 일임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독일의 동물보호소는 대부분 독일 동물 보호 연합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 전역에 700개의 지소를 가지고 있다. 독일은 동물 판매업과 번식업의 관리가 엄격해 반려동물의 매매가 많지 않은 편이기에 동물보호소에서의 입양이 일반적이다. 강력한 중성화수술 정책으로 개체수 조절도 성공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티아하임은 베를린 시내에서 동북쪽으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동물보호소이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시설물을 증설하고 있으며 보다 발전된 동물 복지 실현을 위해 애쓰고 있다. 베를린 시로부터의 지원은 극히 제한적이며 대부분의 운영비는 약 만 5천 명 회원의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항시 천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을 수용할 수 있으며 130여명의 상주직원 중 다수가 자원봉사자이다. ‘No Kill’ 정책을 펴고 있는 티아하임에서 안락사가 실시되는 동물은 중증의 질병이나 극도의 행동장애가 있는 경우에만 한정되며 그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수의학적 소견이 필수적이다. 또한, 안락사를 실시하는 수의사에게는 동물보호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티아하임에서 유기 동물을 입양하기 위해서는 입양비를 지불해야 하며 유기동물 입양시 진료비를 할인해준다. 1년에 두 번 있는 보호소 방문의 날을 통해 여러 이벤트가 실시되며 후원금 모금의 통로로도 이용된다.

▲ 서울시 강동구 RE:BORN(사진=서울시 강동구)

▲ 서울시 강동구, 유기동물 분양센터(RE:BORN)

한국에서도 동물복지 구현을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다. 지난해 11월 강동구 성내동에는 아주 특별한 카페가 문을 열었다. 이 카페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다시 태어나는 곳이라는 의미로 ‘리본(RE:BORN’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국내 지자체 중 최초로 설립된 유기 동물 입양 카페인 리본센터는 동물보호소이면서 반려동물 행동 교정을 위한 훈련소이기도 하다. 리본센터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위해서는 설문지를 작성하고 센터에 3번 이상 방문한 후 입양 의사를 분명히 표현해야 최종 분양자로 확정될 수 있다. 여기서 입양의사 표현이란 입양할 동물과 친해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입양 전에 기본적인 양육방법과 펫티켓(동물을 대하는 에티켓) 등의 사전 교육을 2회 받아야한다. 이후 분양식에 참석하면 반려동물과 입양 증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과 처음으로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파양을 생각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 반려동물과 오래 생활할 수 있도록 한 달의 숙려 기간을 거치며 입양 후 5주간의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만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철저한 관리와 교육들을 통해 현재 리본센터의 재입양율은 83%에 달하며 이는 새로운 형태의 유기 동물 보호소의 성공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동물 활동가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기동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독일 등 선진국처럼 애완동물을 사고파는 ‘펫샵’을 금지하는 등 영리를 위한 동물 생산 시스템을 규제해야 할 때”라며 “이러한 펫샵들은 쉽게 살 수 있으니 쉽게 버릴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제도 자체가 유기동물을 대량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기동물 방지를 위해 4년 전에 처음 도입됐으나,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 동물등록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존에 동물등록제에 동물이력제를 추가해 주인과 진료기록 등 해당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가 다 담기는 방식으로 동물등록제를 개선해 운영해야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슬 기자 lhs@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