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기고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은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전병열 칼럼]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은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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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모두가 행복한 명절이 되도록 소통과 이해, 배려와 포용이 요구되는 시대다. 아울러 명절 갈등 치유를 위한 정치적 대안과 사회적 캠페인도 필요하다.”

연례행사 중 가장 설레고 기다려지는 명절이 설과 추석이다. 설은 한 해의 첫날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며 특히 한 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신성한 날로 신앙적인 의미도 있다. 설날은 초하루로서 차례를 지내고 성묘도 한다. 부모님과 집안 어른께 세배를 올리며 가족 친지가 함께 모여 우애를 돈독히 한다.

1896년 1월 1일(음력 1895년 11월 17일·고종 32년)에 양력(태양력)이 수용되고도 전통 명절인 설날은 이어졌지만,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말살정책’에 의해 설날 등 세시 명절마저 억압했다. 이는 광복 후 공화국 당시에도 계속 이어졌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설날’과 양력 1월 1일인 신정(新正)을 명절로 여기는 이중과세 풍속이 생겨났다. 국가에서는 낭비성을 문제로 이를 금했으며, 산업화 시대에 와서는 외국과의 무역통상 관계를 위해 신정을 권장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공휴일 또는 비공휴일 문제로 몇 차례 오락가락하던 설날은 1985년 ‘민속의 날’로 지정돼 1일간 국가적인 공휴일이 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1989년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본명인 ‘설날’을 되찾게 되고, 1999년 1월 1일부터 신정이 하루 휴일로 축소되면서 설날은 3일 연휴로 즐겁고 행복한 민족 최대 명절이 된 것이다.

현대 사회는 조상을 섬기는 제사보다 명절을 해외에서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기간인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인천공항의 이용객은 약 142만 6,035명으로 추정했다. 하루 평균 여객은 지난해 설 연휴(19만 377명)보다 약 7% 증가한 20만 3,719명에 달한다. 명절 기간 중 하루 평균 여객이 20만 명을 넘은 것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이다. 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 중 연인원 4,895만 명이 대이동하고, 하루 평균 평상시 346만 명보다 배 이상 많은 699만 명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86.2%가 승용차를 이용한다. 우리 민족 최대 명절임을 실감케 하는 수치다.

하지만 명절이 오히려 괴롭고 고통스러운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명절을 반갑게 맞이하기는커녕 피하고 싶은 날로 생각한다. ‘벼룩시장’이 최근 성인 1,154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62.8%는 설 연휴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반면 ‘기다려진다’고 응답한 사람은 37.2%에 불과했다. 명절 전후로 이혼율이 급증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6년 설과 추석 연휴 전후로 하루 평균 577건의 이혼신청서가 접수됐다. 이는 다른 달의 하루 평균 이혼 신청 298건의 2배 수준으로, 연간 이혼의 20%가 이때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인 문제로 명절을 기피하는 사람들은 불경기일수록 늘어난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이를 차치하고라도 명절 스트레스는 가정에서부터 터져 나온다. “왜 명절 때는 당신 집에 먼저 가야 하죠?”, “왜 우리 여자들만 음식을 해야 하나요?”, “기독교인인데 제사 참여를 강요하지 마세요.” 명절 때마다 문화의 차이에서 겪는 갈등이다. 가부장제 가족 문화의 변화 없이는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성세대의 세습 전통인 경우 가족 구성원들의 이해와 배려가 없다면 불가피하다. 입장을 이해하려는 생각보다 종용시키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갈등은 전통 유교 가정에서 비일비재한 현상 명절 때 유독 갈등이 증폭된다. 신념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불화는 가정 해체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이해하려는 생각보다 배척하려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모이면 상속이나 선산 관리 등 유산 문제도 명절 갈등의 단골 메뉴다. 결혼을 하고 나면 배우자도 나서기 때문에 형제자매간의 우애를 존중하는 인정적인 배려가 없어지고 이해타산을 강조해 갈등이 심화된다. 결국은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지만, 심한 심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해야 할 명절, 그런데 일각에서 한숨과 눈물로 지새운다면 이들에게는 불행한 명절로 없는 것만 못하다. 기성세대는 시대의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남편이 가사를 돌보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음이 그 반증이다. 가족에서부터 소외된 이웃까지 모두가 행복한 명절이 되도록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소통과 이해, 배려와 포용이 요구되는 시대다. 아울러 명절 갈등 치유를 위한 정치적 대안과 사회적 캠페인도 필요하다.

글 전병열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