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놀이보다는 색다른 스토리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다. 축제도 마찬가지다.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체험할 수 있는 색다른 프로그램에 역사나 문화, 예술이 깔려 있다면 사람들은 더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금강에 어린 1,500년 전 백제의 역사와 문화,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 70만 년 전 구석기인들의 삶을 시간 여행하듯이 만끽할 수 있는 공주만의 특별한 축제. ‘백제문화제’와 ‘석장리구석기축제’를 만나보자.
1,500년 전 대백제의 부활 ‘백제문화제’
오랜 세월 잠들어있던 대백제가 그 후손들의 터전에서 새롭게 펼쳐진다.
올해로 64회를 맞아 공주에서 개최되는 ‘백제문화제’는 무령왕릉, 금강, 공산성, 산성동 재래시장을 중심지역으로, 9월 14일부터 22일까지 9일간 개최된다.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두 가지로, ‘한류원조 백제를 즐기다’라는 주제와 ‘백제의 춤과 노래’라는 부제로 진행된다.
백제는 삼한시대 마한의 전통과 향토음악을 바탕으로 중국 남조 및 고구려 등 외래음악과 악기 등을 수용해 독특한 음악문화를 형성했다. 특히 백제악사는 일본에 파견돼, 일본에 백제 음악이 전파되는데 큰 기여를 했는데, 이는 일본 궁중음악 가가쿠의 뿌리가 됐다. 그 중 백제인 미마지(味摩之)가 전파한 기악은 일본 가면무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K-POP이 흥행인 것처럼 백제의 음악은 국가를 넘나들었다. 그야말로 한국 최초의 한류, 한류원조라고 불릴 만하다.
서사적 체험축제인 만큼 백제문화제에서는 볼거리가 다채롭다. 세계유산 공산성을 배경으로 금강위에서 화려한 퍼포먼스와 미디어 아트를 더한 뮤지컬 ‘웅진판타지아’는 무령왕의 이야기를 색다르게 만날 수 있는 웅장한 공연이다. 백제를 상징하는 백제등불향연, 미르섬 백제별빛정원의 화려한 조명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반짝이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볼거리만 화려하다면 축제라고 할 수 없다. 시간 여행자처럼 백제에 살아보는 듯한 체험이 백제문화제에서는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귀족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웅진성 하루’, 저잣거리 서민이 돼 색다른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백제 고마촌’ 등 역사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체험이 가득하다.
구석기 문화와의 만남 ‘공주 석장리 세계구석기축제’
시작은 근원이다. 근원을 찾는 것은 지금을 더 단단히 살아가는 기반이 된다.
한국 구석기 문화의 시작을 알리고, 금강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 석장리에서 개최되는 ‘공주 석장리 세계구석기축제’는 인류의 시작에 대해 탐구하고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축제다.
축제는 매년 5월 초순에 개최되며, 올해는 ‘구석기의 중심! 세계와 어우러지다, 석장리와 네안데르탈인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축제장 곳곳에서는 구석기 시대로 타임슬립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구석기시대 대표 도구인 주먹도끼와 돌창, 미니 막집을 만들어 볼 수도 있고, 구석기 시대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고, 음식을 먹어보는 등 25종에 달하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마련돼 있다. 색다른 체험프로그램은 낯선 구석기 문화를 재미있고 신나게 알려줘,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에게 큰 인기다.
특히 100여 명의 구석기인들이 축제장을 누비며 진행되는 구석기인 퍼포먼스, 구석기 퍼레이드, 뮤지컬 공연 등은 구석기시대를 실감나게 연출, 관광객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퍼포먼스를 하는 배우들이 관람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어우러지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다.
단순히 놀이형 체험만 있다면 ‘공주 석장리 세계구석기축제’가 아니다. 올해는 독일, 일본, 프랑스, 모로코 등 해외에서 구석기 전문가들이 참여해 ‘불피우기’, ‘흑요석 석기 만들기’ 등의 시연을 통해 각국의 선사시대 문화를 전했다.
축제는 밤이 되면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룬다. 금강 위를 수놓은 화려한 유등과 행사장 전가 반짝이는 조명으로 장식돼, 낮과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축제 기간 어린이날 행사, 전국 어린이그림그리기 대회, 농촌체험프로그램, 어르신 건강체조 경연대회, 주민자치프로그램 경연대회 등의 행사가 함께 열리며 축제의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
한편, 공주시에서는 ‘백제문화제’ ‘공주 석장리 세계구석기축제’ 외에도 ‘겨울공주 군밤축제’ ‘계룡산산신제’ ‘웅진성 수문병 근무교대식’ ‘백제어울마당’ ‘박동진 판소리 명창·명고대회’ ‘금강 자연미술 비엔날레’ 등 다양한 축제가 펼쳐지며 사계절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오진선 기자 sumar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