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절대다수가 현 정권을 후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을 수용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특검을 거부함으로써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누구를 위한 정쟁인가? 국민은 안중에 없고 오직 당리당략으로 이전투구를 일삼고 있는 이들을 우리 국민은 대표자로 선출했다. 이들이 내세운 명분은 국민을 위한 정쟁이다. 이들을 믿고 일자리를 기다리는 수많은 청년실업자들과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 폐업과 구조조정에 희생된 서민들은 추경안(추가 경정 예산안) 등 관련 민생법안들이 조속히 처리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에 사활을 건 정치권은 그들만의 진영논리에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국회 정상화를 내세우고 여야 협상을 거듭하지만, 협치는 요원하다.
임기가 종료되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 우리당은 국회 정상화를 통해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와 지역 경제 ·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할 추경이 꼭 필요해 경찰 조사 이후 미진하면 특검을 검토하겠다는 특검 수용 결단을 내렸다”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 정치적 생명까지 내놓고 한 결단이지만, 드루킹 특검과 관련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라는 발언에 처음부터 우리가 우려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드루킹 특검은 드루킹 특검을 하자는 것이었지, 대선 불복 특검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명백하게 ‘대선 불복 특검’, ‘닥치는 대로 특검’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도의 특검은 받아들일 수 없고, 함께 할 생각도 없다. 더 이상의 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울 것”이라며 “조건 없는 특검법에 합의하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조금이라도 용서받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은 겉으로는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특검을 회피하기 위한 온갖 핑계와 단서와 조건을 수없이 나열했다”면서 “민생도, 경제도, 국회도 거부하는 위선적인 행태로 국민을 우롱하고 야당을 철저히 기만했다”라고 비난했다. 민주평화당도 “특검과 추가경정예산을 억지로 동시에 꿰려다 일어난 일”이라며 “성격이 다른 두 문제를 동시에 처리하겠다는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이 국회 정상화와 특검 수용을 바라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며 드루킹 특검과 추경안 등을 14일에 일괄 처리하자고 제의했지만 민주당은 기간 내 추경안 처리가 불가하다며 거부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정상화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5월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국회의장은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타협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네 탓’ 공방만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정상화를 통한 민생법안 처리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사실상 ‘공전’ 상태가 지속됐던 3월 임시국회 시작 이후 국회에 접수된 법안 건수는 지난 1일 기준으로 총 947건이다. 하지만 기간 내 처리된 법안 건수는 3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통과된 72건이 전부다. 협상 결렬의 최대 쟁점은 민주당원의 댓글조작(드루킹) 사건에 관한 특검 수용 여부다. 특검 수용 여부를 놓고 벌이는 여야의 논리는 모두 국가의 미래를 위한 충성심이다. 그런데 왜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걸까.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국갤럽이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드루킹 사건 특별검사제 도입에 찬성하는 여론은 54%였으며 반대하는 여론은 24%였다. 국민의 다수가 특검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시대의 국민은 현명하다.
이 조사에 나타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78%다.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이 긍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여당이 53%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현 정권을 후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을 수용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특검을 거부함으로써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드루킹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도 당당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했지 않은가. 더 이상 의혹을 키우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조건 없이 특검을 수용해 식물국회를 살리고, 추경안 등 화급을 다투는 민생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 야권도 표심을 노린 당리당략을 탈피해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전병열 언론학박사/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