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축제 진분홍빛으로 일렁이는 봄의 진달래 축제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 진분홍빛으로 일렁이는 봄의 진달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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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4월이 되면 여수 영취산은 온통 붉은 빛으로 가득하다. 산등성이와 골짜기마다 분홍빛 진달래가 만개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꽃이 만개하면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가 열린다. 음악회와 예술단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져 봄꽃을 통해 새봄의 활기찬 기운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다.

영취산(靈鷲山)은 우리나라 3대 진달래 군락지 중 하나다. 어느 방향에서든 일정 수준 높이의 산마루금에 올라서면 분홍빛 군락지가 환하게 펼쳐진다.

영취산 진달래는 고만고만한 진달래 수만 그루가 촘촘하게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곳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이지만 그래도 사람 키는 훌쩍 넘어선다.

진달래 군락은 정상 북동쪽에 솟은 450봉(해발 450m라 하여 붙은 명칭)과 인근의 작은 암봉, 서래봉 등에 두루 퍼져 있다. 이 중 가장 풍성한 군락은 450봉 일대로, 축제 기간에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린다.

진달래 꽃놀이 트래킹은 정상을 중심으로 흥국사, 상암동 등 여러 방향에서 등반할 수 있다. 축제 행사장에서 450봉을 거쳐 영취산 정상까지는 약 2.5km. 초입부터 다소 가파른 경사의 계단이 있다. 길목 마다 진달래와 관련된 글귀가 놓여 있어, 마음의 양식까지 쌓아가며 산과 꽃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행을 할 생각이라면 봉우재와 도솔암, 진례봉을 둘러보고, 남쪽 산기슭에 자리한 고찰 흥국사에서 벚꽃과 목련 같은 다른 봄꽃을 즐겨보는 것도 묘미다. 정상에서 봉우재로 내려와 흥국사로 하산하는 코스가 가장 인기가 많으며, 4시간가량 소요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함께한다면 상암초교 인근에서 시작해 450봉을 거쳐 봉우재로 내려선 뒤 영취산 정상에 올라 흥국사로 내려오는 코스가 무난하다. 능선이 비교적 완만해 편안하게 꽃구경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진달래 군락지에는 곳곳이 꽃터널이다. 진달래 숲길도 있고, 오솔길도 있으며, 분홍빛 터널 아래 연인들과 가족들이 사랑을 피워낸다. ‘영취산 진달래에 취하면 약도 없다’는 말처럼 꽃에 몸과 마음이 듬뿍 젖어든다.

진달래꽃밭 사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도 눈길을 끈다. 그중 가장 볼거리가 풍성하고 이색적인 것이 ‘산신제’다.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주축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영취산의 산신제는 유래가 깊다. 예로부터 영취산은 도솔암과 기우단이 있을 정도로 영험한 기운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당시의 지방 수령들은 국가의 변란이 있을 때마다 이곳에 올라 산신제를 모셨다. 현대로 넘어와서도 군수, 면장들이 기우제를 모시고, 기우시를 남기는 등 전통은 이어졌다. 산제는 기원하는 대상에 따라서 제단의 위치가 달라지는데, 천제일 경우 산의 정상에서 봉행하고 산신제는 산의 8부 지점에서 제향 한다. 관광객들의 입장에서는 고대로부터 전해져오는 제례의식을 보는 것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고, 산신제를 통해 개인의 안녕을 빌 수도 있다.

축제기간에는 특별히 관광객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꽃에 듬뿍 취한 마음이 산상음악회의 가락에 춤추고, 흥국사 홍교밟기와 같은 전통문화 행사와 농악과 판소리 등 우리 소리 한마당이 봄의 정취를 더 돋운다.

화전놀이와 진달래꽃 압화 만들기, 진달래꽃 시화전, 두견주 시음 등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행사도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영취산의 넓은 산자락의 품 안에는 흥국사가 자리 잡고 있다. 흥국사에는 그 이름처럼 나라의 융성을 기원하고, ‘이 절이 흥하면 나라가 흥하고, 이 절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다. 고려시대에 보조국사가 창건했으며, 대웅전을 비롯해 원통전, 팔상전 등 문화재가 다수 보전돼 있어, 고즈넉한 사찰의 기운에 마음까지 정화된다.

여수까지 왔는데 진달래꽃만 보고 돌아가긴 아쉽다. 여수는 맛있는 음식과 특색 있는 문화로 사시사철 언제든 여행해도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제철을 맞은 감성돔과 새조개를 비롯한 신선한 해산물이나, 특산물인 돌게장을 맛본다면 훨씬 더 풍요로운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향일암 일출과 돌산대교의 야경, 여수 해상 케이블카, 바다에 떠있는 기암괴석인 거문도와 백도, 바다를 따라 걷기 좋은 금오도 비렁길 등 여수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관광지를 즐기기에도 봄은 너무 멋진 계절이다.

축구장 140개의 넓이를 자랑하는 전국 3대 진달래 군락지. 봄마다 상춘객을 설레게 하는 곳! 2018년 봄나들이는 아물아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함께 연분홍 영취산 진달래꽃으로 봄의 정취에 흠뻑 젖어보자.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

사진 자료제공_여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