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전병열 에세이 | 번뇌 속에 희망을 품다

전병열 에세이 | 번뇌 속에 희망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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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진리를 새삼 되새긴다. 마음을 비우고, 낙천적으로 생각하며,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애쓸 때, 나는 번뇌 속에서도 평온을 찾을 수 있다.”

전병열 발행인/수필가

인생은 때로는 끝없이 펼쳐진 안개 속을 걷는 여정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시야를 가리는 안개 속에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붙들어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이 몰려온다. 우리는 그 안에서 불확실함과 번뇌라는 보이지 않는 짐을 짊어진 채,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내디뎌야 한다.

번뇌란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히는 걱정, 고민, 슬픔과 같은 마음의 무게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단순히 외부로부터 오는 고통만이 아니라, 때로는 우리 스스로 세운 기준과 욕망에서 비롯된 내면의 갈등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상을 품고 살아가며, 그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괴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번뇌는 단지 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며 성장하고, 보다 깊은 이해를 얻을 귀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행복은 번뇌를 피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번뇌와 마주하며 그 안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그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의 씨앗이 자란다. 번뇌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감추어 두었던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스스로를 성찰하는 그 순간들이 쌓여 결국 더 단단한 사람이 된다. 인생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향을 잡아나가는 여정이며, 번뇌는 언제나 그 곁을 떠나지 않는다.

번뇌와 희망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번뇌를 끌어안는 일과도 같다. 쉽게 이룰 수 있는 소망은 진정한 의미의 희망이라 부르기 어렵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즉 고통을 견뎌야만 진정한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인생의 진리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번뇌가 없다면 희망도 없다. 희망이 없다면 삶은 단지 숨 쉬고 존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희망이야말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내일로 나아갈 이유가 되어준다.

희망은 번뇌를 동반하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것이다.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끝에 피어나는 희망은, 그 자체로 우리의 삶을 빛나게 한다. 쉽지 않은 목표를 향해 오랜 시간 노력한 끝에 손에 쥔 성취는, 그 어떤 보상보다 값지고 단단하다. 희망이 없는 삶은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 있지 않은 것과 같다. 삶을 진정으로 살아내기 위해서 우리는 번뇌를 이겨내는 법보다, 번뇌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벗어날 수 없다면 끌어안고, 외면할 수 없다면 마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번뇌 속에서도 희망을 품는 마음이다. 번뇌를 지워버리려 애쓰는 대신, 그 안에서 희망을 찾고 이를 삶에 녹여내는 것이 진정한 지혜다.

나는 번뇌를 해소하는 나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울 때면,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슴을 활짝 펴고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보폭을 넓혀 힘차게 걸어 나간다. 하늘을 바라보며 깊고 맑은 숨을 들이쉬는 이 단순한 행위가, 신기하게도 머릿속을 가득 채운 번뇌들을 멈추게 한다. 새로운 에너지와 의욕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차오르고, 복잡했던 생각의 매듭들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한다. 나는 번뇌 속에서도 희망의 싹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희망이 나를 오늘보다 나은 내일로 이끌어 준다.

모든 것은 결국 내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진리를 새삼 되새긴다. 마음을 비우고, 낙천적으로 생각하며,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애쓸 때, 우리는 번뇌 속에서도 평온을 찾을 수 있다. 나는 번뇌 속에서 희망을 놓지 않는 한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찾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결코 번뇌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희망과 행복으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길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