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정보 잃어버린 3센티의 키.. 중장년층의 키와 협착증

잃어버린 3센티의 키.. 중장년층의 키와 협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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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키에 관한 이야기가 무성하다. 요즘 아이들의 키는 예전과 달리 쑥쑥 자라는 것 같다.

그런데 내 키는 얼마더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쩌다 하는 건강검진 때 재어 보는 정도이고 그나마 그 결과에 대해 무심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중년 이후에는 모두 키가 조금씩 줄어든다. 그러나 자신이 알고 있던 키와 비교해 3센티 이상 혹은 5센티 이상 과도하게 줄어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바짓단을 수선할 정도라면 자신의 키에 대해 한 번쯤 의문을 품어 봐야 한다.

키가 3센티 이상 눈에 띄게 줄고 그 이유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이 종종 느껴진다면 대개는 협착증 환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키가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어느 날, 별 이유 없이 키가 줄어 있을 때는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있는 물렁뼈인 ‘디스크’의 높이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디스크가 닳아서 그 높이가 줄어든 경우라면 주변에 있는 척추 신경이 졸리게 된다. 이로 인해 허리가 불편하고 다리가 자주 저리며 걸음을 오래 씩씩하게 걷기가 힘들어진다. 이러한 병이 바로 척추 협착증이다.

척추 협착증의 특별한 증상으로는 걸음을 오래 걷기가 힘들며, 가다가 쉬기를 반복하는 신경학적 파행증이 있다. 또 오래 걷거나 빠르게 걷게 되면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데 하체가 따라가지 못해 몸을 앞으로 숙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지속하면 엉덩이와 허벅지 그리고 종아리의 살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협착증 환자들은 앉아서 허리를 앞으로 숙이는 자세를 선호하는데 어릴 적 복덕방 어르신들이 의자에 앉아서 바둑 두시던 모습과도 흡사하다. 대개 고령인 환자가 많아 골다공증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고 고혈압, 당뇨 혹은 심장병 같은 성인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도 많다.

협착증은 초기에 통증 주사나 약물치료 혹은 물리치료로 다스리지만, 만성이 되거나 일상생활에 아주 불편함이 커질 경우, 통증이 약이나 주사로 잘 제어가 되지 않게 된다. 또 마비가 와서 다리의 느낌이 점점 없어진다거나 살이 빠지는 경우라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의 수술과는 달리 중장년층 환자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수술이며 환자의 평소 건강 상황과 병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수술법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척추 협착증이야말로 척추 수술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협착증은 척추 수술만으로는 완치될 수 없다. ‘협착증’은 이미 나이가 들어서 생길 수 있는 병이란 의미인 ‘퇴행성’의 내용을 충분히 담고 있다. 그 때문에 세월의 흐름을 막지 않고서는 누구도 협착증이란 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완치라는 전제로 접근하는 병이 아니라 관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병이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평생 잘 관리해야 하는 병이다.

그저 나이가 들어서 생긴 병이라 생각하며 참기에는 평균 수명이 80세 이상으로 접어든 지금 환자들은 억울한 점이 많을 것이다. 비록 협착증이라고 해도 환자의 불편함을 잘 살펴 맞춰가다 보면 도와줄 방법은 꼭 있다. 따라서 고령층에 발생한 협착증일수록 그 병의 양상을 분명히 하기 위해 정밀하게 진단하고 세밀하게 진찰해 도움 되는 치료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사람은 늘 키를 재보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늘어나고 줄어든 자신의 키를 분석하고 이에 알맞은 조처를 하고 살아야 한다. 한창 자랄 때는 부푼 마음으로 키를 재지만 건강한 황혼을 위해서 자주 키를 재보라고 권하고 싶다.

 

 

 

 

 

글. 조철민

부산 수영구 메트로적추병원장

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