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은 서울과 가까움에도 깨끗한 물과 공기를 갖춘 전원도시다. 관악산, 청계산, 우면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동남부 산지에서 흐르는 지천이 양재천을 지나 탄천으로 흐르며 맑은 물도 풍족하다. 조선시대 이전에는 삼남지방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었으며, 사도세자의 능을 가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곳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과천과학관, 서울랜드, 서울대공원, 추사박물관, 렛츠런파크 등 문화와 관광명소가 조화를 이뤄 문화관광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관악산, 청계산에서 만나는 절경
[사진] 관악산
경기도에는 산 이름에 ‘악’자가 들어가는 유명한 산이 5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관악산이다. 관악산은 서울과 과천시와 안양시에 이어진 산으로 하얀 바위들이 송곳니처럼 비죽비죽 솟아 있다. 도심에서 가까워 등산하러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접근성이 좋다는 것 때문에 쉽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칠 정도로 등산 코스가 만만치 않다.
자하동(紫霞洞) 계곡은 관악산에서 경치가 가장 좋은 계곡이다. 이곳은 단하시경(丹霞詩境), 자하동문(紫霞洞門), 백운산인 자하동천(白雲山人 紫霞洞天),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 등 조선 후기 시서화 삼절(三絶)로 불리는 자하 신위, 추사 김정희 선생과 관련된 바위글씨로 유명하다.
[사진] 연주대
주봉인 연주봉에는 고려 충신들의 애환이 담긴 연주대가 자리하고, 그 아래에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 연주암이 있다. 산자락에는 과천향교, 온온사 등 다양한 볼거리가 풍성하다. 오래된 나무와 산바람이 어우러져 철따라 변하는 관악산의 모습을 두고 서쪽에 있는 금강산이라고 칭할 만큼 그 모습이 아름답다.
[사진] 과천향교
[사진] 온온사
청계산은 서울랜드와 서울대공원, 국립현대미술관을 둘러싸고 있는 관악산 산자락 중 과천 시내를 에둘러 남쪽으로 빠진 산 전체를 이른다. 청룡이 승천했던 곳이라고 해서 청룡산으로 불리기도 하며,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 많은 공원과 사찰 등이 있어 가족 산행의 명소로 손꼽힌다.
청계산 꼭대기에 자리한 망경대에서는 날이 맑다면 서울 전체가 눈에 들어올 정도로 멋진 전망을 만나볼 수 있다. 도시철도 4호선의 역 이름인 남태령도 청계산 품안에 있다. 남태령은 과천과 서울을 넘나드는 고개를 뜻하며, 최근 이 옛길이 생태길로 주목받고 있다. 옛길의 시작은 과천시 관문 사거리에서 서울쪽 오른편, 현재의 남태령 도로와 나란히 이어지는 좁은 길이다. 1㎞도 채 안되는 짧은 거리지만 옆으로 작은 계곡이 있고 주변에 숲이 우거져 있어, 휴일 산책과 가벼운 트래킹을 즐기러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도로와 만나는 입구에는 남태령 옛길 표지석이 세워져 있으며, 지하철 4호선과 서울에서 안양·의왕·군포·수원까지 가는 버스가 지난다.
가족나들이의 정석, 서울랜드·서울대공원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나들이를 가봤을 서울랜드와 서울대공원은 사시사철 다양한 이벤트로 주말마다 붐비는 곳 중 하나다.
서울대공원의 모태는 창경궁의 동·식물원이었다. 1984년 과천에 이전, 현재는 370여 종, 3,900여 마리의 다양한 동물들이 보호, 관리되고 있는 동물원과 놀이동산인 서울랜드, 형형색색의 장미원, 자연캠프장 등이 마련된 종합테마파크로 거듭났다.
서울대공원은 세계지도 모양으로 아프리카관, 유라시아관, 남북미관, 호주관이 배치돼 있다. 동물원 안에 자리 잡은 온실 식물원에는 다양한 열대·아열대 식물과 다육, 선인장 등이 보존돼 색다른 풍경을 자랑한다. 대공원을 감싸고 있는 청계산 자락을 따라 조성된 산림욕장에서는 울창한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초록빛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총 6.3km 길이에 4구역으로 나눠져 있으며, 청계산의 맑은 계곡을 즐기며 취사와 야영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가볍게 캠핑을 떠나온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텐트와 매트, 침낭 등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사진] 서울랜드
서울랜드는 10만 평의 초원 위에 있는 놀이시설로, 5개의 테마 구역으로 나눠져 다양한 놀이 기구를 즐길 수 있다. 도시락을 싸와서 먹을 수 있는 피크닉 존이 타 테마파크보다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서 놀이기구를 즐기러 오는 게 아닌, 제대로 된 소풍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과천에서 느끼는 추사의 흔적, 추사박물관
[사진] 추사박물관
과천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말년에 4년간 과지초당에서 지내면서 학문과 예술에 몰두하며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운 곳이다. 추사 김정희 선생의 이름은 유명하지만, 정작 ‘추사체’의 그늘에 가려 그가 어떤 생애를 살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추사박물관에 방문한다면 이런 궁금증은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
추사박물관은 추사를 종합적으로 연구, 전시, 체험할 수 있도록 추사의 생애실, 학예실, 후지즈카 기증실, 기획전시실과 체험실, 강좌실, 교육실, 휴게공간, 뮤지엄숍 등을 갖추고 있어, 추사 김정희 선생이 꽃피웠던 학문과 예술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다.
박물관 야외에 복원해놓은 과지초당은 추사가 세상을 뜨기 전까지 4년 동안 머물렀던 별장이다. 추사의 작품들 중 상당수가 이곳에서 쓰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경마장의 한계를 뛰어넘은 렛츠런파크
[사진] 렛츠런파크
주말, 과천을 지나는 4호선이 붐비는 이유 중 하나인 ‘렛츠런파크(구, 서울경마공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명소 중 하나다. 1,400여 마리의 마필을 보유하고 있으며, 약 5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관람대가 마련돼 있어, 경기가 열리는 주말이면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경마장에서 경마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렛츠런파크는 가족공원, 어린이 승마체험, 마사박물관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온 가족들에게 색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특히 4만여 평에 달하는 가족공원은 포니랜드, 야생화정원, 장미원, 어린이 자전고 대여소, 워터바이크, 얼음썰매장 등이 마련돼 있어 풍성한 즐길거리와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말박물관에서는 말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말과 관련한 각종 유물 1,300여 점이 전시돼 있으며, 이밖에 22채의 원두막과 폭포·주말농장·연못·소동물원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렛츠런파크는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에 내리면 바로 공원 입구에 닿을 수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색다른 체험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1998년 개봉한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모티브가 된 장소인 국립현대미술관은 그 명성에 걸맞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장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 외에도 서울관, 덕수궁관, 청주관 이렇게 4곳이 있으며, 그 중 과천관에는 총 4,000여 점의 미술 작품이 전시, 소장돼 있다. 국내외 유명 작품을 전시해 놓은 1층 원형 전시관에서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 교육적인 의의도 크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작품을 보지 않더라도 독특한 외관과 청계산의 풍광을 만끽하는 매력이 있다. 미술관 건물을 자세히 보면 한국 성곽의 봉화대의 전통양식이 투영돼 있는데, 청계산의 푸른 산자락에 둘러싸여 있는 풍광이, 그야말로 건축미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미술관은 총 8개의 전시실과 더불어 한국 근·현대미술 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해내고 있으며,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는 미술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린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등 문화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체험거리가 다양하다.
이렇듯 국립현대미술관이 문화예술 그 자체라면, 국립과천과학관은 우리나라 과학기술력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발시켜 과학자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일반인들이 생활속에 숨겨진 과학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과학문화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국립과천과학관(천체투영관)
국립과천과학관은 전시품의 50%이상을 첨단연출 매체를 이용한 체험·참여형으로 전시, 즐기고 느끼며 감동하는 과학문화공간을 구성돼 있다. 5개 상설전시관과 특별전시관·옥외전시시설 및 천체관측시설을 비롯해, 과학문화광장 및 조각공원 등이 마련돼 관람객 모두가 편안한 휴식을 즐기면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특히 인기가 많은 곳은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스페이스월드와 천체투영관, 곤충생태관이다. 오전 9시 30분과 오후 3시에 현장 발권 시스템을 이용해 체험 티켓을 발권해야 이용할 수 있는데, 주말과 휴일에는 서둘러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