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경기관광공사 추천 트래블 맛집 ㅣ”오래 남은 맛의 이유”

경기관광공사 추천 트래블 맛집 ㅣ”오래 남은 맛의 이유”

공유
– 경기도 노포 이야기 –

우리가 자주 가던 가게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다. 프랜차이즈와 빠른 트렌드 속에서 개인 가게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식당들이 있다. 대를 이어 이어온 조리법과 변하지 않은 손맛, 그리고 손님과의 신뢰가 그 시간을 지탱해왔다. 노포에는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경기도 곳곳에 남아 있는 노포를 통해, 왜 어떤 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지 그 이유를 찾아본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고소한 빵 냄새로 하루를 여는 곳, 김포 쉐프부랑제

아침 8시, 김포 사우동의 골목에서 가장 먼저 하루를 여는 곳이 있다. ‘쉐프부랑제’의 문이 열리면 오븐에서는 갓 구운 빵이 차례로 나오고, 작업대에서는 반죽을 치대는 손길이 쉼 없이 이어진다. 고소한 빵 냄새가 가게 안을 채우는 이 시간은 쉐프부랑제의 변하지 않은 일상이다.

쉐프부랑제를 이끄는 이는 이병재 대표다. 전북 고창 출신인 그는 일찍부터 제빵의 길에 들어섰다. 군산 이성당, 마산 코아양과 등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빵집에서 경험을 쌓으며 기술을 다졌다. 1989년 서울 양재동에서 첫 개인 빵집을 열었고, 2002년 김포 사우동으로 자리를 옮기며 지금의 쉐프부랑제를 시작했다.

현재 쉐프부랑제에서 선보이는 빵은 100여 종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수제 단팥소를 사용한 쌀단팥빵, 얇게 썬 피칸이 가득 들어간 엘리게이터, 당근 파운드 사이에 크림치즈를 듬뿍 채운 당근크림치즈파운드는 단골들이 먼저 찾는 대표 메뉴다. 진열대에 올라오자마자 빠르게 팔려나갈 만큼 인기가 높다.

제과·제빵 명인으로 알려진 대표의 내공은 빵 하나하나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화려함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맛, 오랜 시간 다듬어온 손맛이 쉐프부랑제의 경쟁력이다. 이제는 두 아들이 가업에 합류해 아버지와 함께 반죽을 만들며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지동 순대·곱창타운의 대표주자, 수원 호남순대

수원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팔달문 인근, 지동시장 안에는 순대와 곱창으로 골목을 가득 채운 지동 순대·곱창타운이 자리하고 있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여러 가게들이 문을 맞대고 영업 중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이름으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호남순대’다.

호남순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이 자리를 지켜왔다. 처음에는 순대만을 판매했지만, 이후 순댓국을 함께 내놓으며 손님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메뉴도 자연스럽게 늘었고, 지금은 순대곱창볶음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시장의 변화와 함께 성장해온 셈이다.

이 집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24시간 우려낸 돼지뼈 육수로 끓인 순대국밥은 잡내 없이 깊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 변함없이 사랑받아온 이유가 분명한 한 그릇이다.

순대곱창볶음 역시 대표 메뉴다. 순대와 곱창에 각종 채소와 당면을 더해 든든한 식사는 물론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지동시장의 소리와 풍경 속에서 호남순대는 오늘도 같은 방식으로 음식을 낸다. 세월이 흘러도 다시 찾게 되는 이유가 이곳에 남아 있다.

7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파주 덕성원

경의중앙선 금촌역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곳에 파주의 대표 전통시장인 금촌통일시장이 자리한다. 1906년 경의선 금촌역이 생기며 형성된 이 시장은 100년이 넘는 시간을 품고 있다. 시장 북쪽 한켠에는 이 역사에 뒤지지 않는 세월을 견뎌온 중화요리집이 있다. ‘정성을 담아내는 곳’이라는 뜻의 덕성원이다. 1954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7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

가게 안에는 시간이 남긴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벽에 걸린 몇 장의 흑백사진은 1960년대 덕성원의 모습이다. 사진 속에는 가게 앞 짐자전거에 앉아 있거나 어머니의 손을 잡고 서 있는 아이의 모습도 보인다. 모두 현재 3대 대표인 이덕강 씨의 어린 시절이다. 지금은 그의 아들이 주방을 맡으며 덕성원은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덕성원이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이유는 단순하다. 이름 그대로, 모든 음식에 정성을 담아왔기 때문이다. 해산물은 냉동을 쓰지 않고, 채소는 늘 신선한 것만 고집한다. 화려함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맛, 오랜 시간 불 앞에서 쌓아온 내공이 음식마다 스며 있다. 세월은 흘렀지만, 맛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모양도 예쁘고 속도 편안한 삼색면, 안산 이조칼국수

안산의 맛집을 이야기할 때 이조칼국수는 빠지지 않는다. 35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동네 사람들의 식탁을 채워온 곳이다. 이 집의 칼국수는 면부터 눈길을 끈다. 흑미 찰현미와 콩가루, 부추를 각각 섞어 반죽한 삼색면은 색감이 곱고 소화도 편안하다.

해산물로 우려낸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살아 있다. 핵심 재료인 조개류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주 3회 이상 공수해 신선함을 유지한다. 재료의 기본을 지키는 방식이 국물 맛을 떠받친다.

칼국수를 주문하면 가장 먼저 보리밥 한 그릇이 나온다. 고추장과 무생채를 곁들여 비비면 자연스럽게 입맛이 열린다. 칼국수가 나오기 전부터 식탁이 바빠지는 이유다.

이조칼국수에는 팥칼국수와 팥죽이라는 또 다른 단골 메뉴도 있다. 좋은 팥을 고르고 농도를 맞추는 과정까지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꾸준히 찾는 이들이 많다. 김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칼국수와 잘 어울리는 김치는 따로 판매할 만큼 인기가 높다. 3대째 이어온 모녀의 손맛, 정직한 재료로 쌓아온 시간이 이조칼국수의 맛을 만든다.

고즈넉한 한옥에서 만나는 스키야끼, 양평 사각하늘

북한강을 따라 달리다 문호리에서 푯대봉 방향으로 접어들면 좁은 마을길이 이어진다. 언덕을 따라 500여 미터쯤 오르면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한옥 한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고요한 분위기의 이곳이 스키야끼 전문점 ‘사각하늘’이다. 간판이 없어 사전 정보가 없다면 지나치기 쉬운 곳이지만, 일부러 숨겨둔 듯한 정취가 인상적이다.

이 한옥은 일본인 건축가인 주인 남편이 직접 지었다. 한옥의 매력에 깊이 빠져 공간을 완성했고, 한국인 아내는 다도와 일본식 코스 요리인 가이세키를 오랫동안 공부해왔다. 두 사람의 취향과 시간이 겹쳐지며 1998년 사각하늘이라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실내에 들어서면 단정하고 절제된 분위기가 먼저 다가온다. 과한 장식 없이 여백을 살린 공간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곳의 메뉴는 스키야끼 단 하나다. 철판에 채소를 볶아 육수를 붓고 끓인 뒤 얇게 썬 소고기를 넣어 익힌다. 재료를 날달걀에 찍어 먹고, 남은 육수에는 우동을 끓여 마무리한다. 단순한 구성 속에 재료 본연의 맛이 또렷하다.

별채에서는 다실 말차 체험도 가능하다. 다다미가 깔린 방에는 조명이 없고, 창호지를 통과한 자연광과 촛불만이 공간을 밝힌다. 차를 마시며 조용히 사유의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식사와 말차 체험은 모두 예약제로 운영된다. 덕분에 이곳에서의 시간은 한결 조용하고, 느리게 흐른다.

한 가족의 삶이 녹아 있는 이천 장흥회관

이천에서 장흥회관은 1982년부터 같은 자리를 지켜온 식당이다. 이름 때문에 창업주의 고향이 전남 장흥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제 고향은 전남 무안이다. 8남매의 장남이었던 창업주는 사업 실패 후 장흥회관 앞에서 보따리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식당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인수하게 된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 간판을 새로 달 여유도 없었고, 이전 가게의 간판을 그대로 사용한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장흥회관은 전골요리 전문점이다. 대표 메뉴는 낙지와 곱창이 어우러진 낙곱전골로, 해물과 육류의 깊은 맛이 조화를 이룬다. 또 하나의 인기 메뉴인 차낙곱전골은 2대 운영자인 아들이 우연히 만들어냈다. 영업을 마친 뒤 낙곱전골을 끓이다가 재료가 부족해 차돌박이를 넣은 것이 시작이었다. 예상보다 좋은 반응에 정식 메뉴로 자리 잡았고, 지금은 오히려 이 메뉴를 찾는 손님이 더 많다.

어쩔 수 없는 선택에서 시작된 가게 이름, 우연한 재료 조합으로 완성된 메뉴까지. 장흥회관의 전골 한 냄비에는 한 가족이 지나온 시간과 선택이 함께 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