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정부 반도체 투자에 들끓은 TK…“정치 아닌 경쟁력으로 입지 결정해야”

정부 반도체 투자에 들끓은 TK…“정치 아닌 경쟁력으로 입지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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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국회 긴급 기자회견 열고 호남권 반도체 투자 구상 비판…입지 선정 과정 공개·국회 특별위원회 구성 촉구

이근대 기자 lgd@newsone.co.kr

국회 소통관에 모인 대구·경북 정치권이 정부의 호남권 반도체 투자 구상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국가 첨단산업 정책의 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이들은 반도체 산업 입지는 정치적 고려가 아닌 산업 경쟁력과 시장 원칙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정부의 입지 선정 과정 전반을 공개하고 국회 차원의 검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상북도와 대구시는 6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반도체 전·후공정 투자 계획에 대한 공동 입장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장에는 대구·경북 정치권이 대거 참석해 정부 발표가 특정 지역에 편중된 결정이라며 한목소리로 우려를 쏟아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정부가 광주·전남에 첨단 패키징을 비롯해 전공정 팹까지 배치하는 구상을 내놓은 데 대해 산업적 타당성이 충분히 검증됐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과 산업용수, 협력업체 생태계, 전문 인력, 물류 체계가 모두 갖춰져야 하는 국가 핵심 시설인 만큼 객관적인 평가 없이 정치적 논리로 입지가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발표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정과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등을 통해 수년간 구축해 온 국가 반도체 육성 전략을 흔드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특히 대구·경북에 형성된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가능성을 강하게 우려했다. 정부 계획대로 전공정 팹이 호남권에 들어설 경우 지역 협력업체들이 대기업을 따라 연쇄적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지역 경제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과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생산기지가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협력업체들도 함께 해외로 이동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대기업 이전은 공장 하나가 움직이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산업 생태계 전체를 흔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경북에는 470여 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과 1천700여 개의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이 집적돼 있다. SK실트론과 LG이노텍, 원익QnC, 이수페타시스, 에스앤에스텍, 대구텍 등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형성돼 있으며, 포항공대와 DGIST, 경북대, 금오공대 등에서는 반도체 전문 인력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풍부한 전력과 산업용수, 산업용지와 물류망 등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기반시설도 이미 갖춰져 있다는 것이 대구·경북의 설명이다.

이 지사는 “지역을 차별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면서까지 내린 투자 결정이 과연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될지 걱정스럽다”며 “기업의 자율성과 시장경제 원칙이 존중되는 산업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대구광역시장 당선인도 연단에 올라 비수도권 첨단산업 육성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발표는 국가균형발전이 아니라 지역 갈등을 키우는 ‘국가균열발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과 기업 총수 회동 직후 특정 지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발표됐지만 가장 중요한 입지 선정 기준과 검토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며 정부와 기업 모두 국민과 주주들에게 충분한 설명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구·경북이 실제 검토 대상에 포함됐는지, 포함됐다면 어떤 평가를 거쳐 제외됐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만약 검토 대상에서조차 제외됐다면 이는 단순한 지역 홀대를 넘어 국가 산업정책의 합리성을 흔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추 당선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투자 과정에서 어떤 정부 관계자들과 협의했는지, 입지 평가 대상과 방식, 검토 기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적 논란이 지속될 경우 기업 신뢰도와 국가 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국회가 ‘첨단산업단지 입지 검증 특별위원회’를 즉시 구성해 정부와 관계 부처, 기업의 입지 선정 과정을 전면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추 당선인은 “대구·경북은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 국회가 언제든 대구·경북을 찾아 직접 산업 경쟁력을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역 국회의원들도 정부의 정책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인선 의원은 국가전략산업이 특정 지역의 정치적 성과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상임위원회 현안질의와 국정감사, 필요할 경우 국정조사까지 추진해 정책 결정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구자근 의원은 정부가 특정 지역으로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은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기업이 가장 경쟁력 있는 곳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