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극복하고 이웃 도운 삶… 떠난 뒤에도 사랑 전해
전병열 기자 ctnewsone@naver.com
지적장애를 안고도 늘 밝게 웃으며 이웃을 도왔던 한 여성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나눔을 실천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박영분(58) 씨가 지난 7월 2일 중앙대학교 광명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기증으로 다섯 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밝혔다.
박 씨는 6월 30일 서울의 한 장애복지센터에서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그녀의 생전 따뜻한 삶을 기억하며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간장과 양쪽 신장, 양쪽 안구를 기증해 다섯 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박 씨는 서울에서 2남 5녀 중 다섯째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지적장애를 안고 살아왔다. 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대화도 곧잘 나누는 활달한 성격으로, 늘 주변을 따뜻하게 밝혔다. 그녀가 다니던 장애복지센터에서는 ‘늘 먼저 도우려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센터의 한 관계자는 “지적장애 2급이었지만 대화도 잘 통하고, 오히려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돌보던 사람이었다”며 “영분 씨의 웃음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 센터 친구들 모두가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의 언니 박정민 씨는 “늘 햇살처럼 환하게 웃던 영분이를 다시는 볼 수 없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다음 생에는 영분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좋은 일을 하고 갔으니, 하늘에서도 행복하길 바란다”고 눈물을 삼켰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밝은 미소로 삶을 나누고, 마지막 순간에는 생명을 나눠준 고 박영분 님과 유가족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 같은 나눔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비추는 빛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영분 씨는 살아 있는 동안에도, 떠난 이후에도 따뜻한 마음을 나눈 사람이었다. 그녀의 미소와 사랑은 이제 다섯 사람의 몸속에서, 그리고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