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 수첩 | 정치 브로커에 놀아나서 되겠는가

취재 수첩 | 정치 브로커에 놀아나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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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을 통해 ‘명태균 의혹’도 규명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거세게 압박했다고 연합뉴스 등 언론이 보도했다.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부부와의 관계를 입증하겠다던 명 씨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증거가 담긴 휴대전화를 땅에 묻어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며 “의미심장하다”고 지적했다. 또 “명 씨는 직전까지만 해도 여권의 비난에 김 여사와 심야에 주고받은 ‘오빠 카톡’ 공개로 응수했다”며 “이후 여권 인사들은 죄다 입을 다물었다”고 했다.

MBC는 명태균 씨가 “메시지에 등장하는 ‘오빠’는 김 여사의 친오빠가 맞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당초 일부 언론에 “오빠는 대통령”이라고 인터뷰한 건 “언론을 골탕 먹이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당시 ‘기사를 쓰지 않는 조건’을 걸고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했는데, 보도가 잇따르자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오빠’가 ‘친오빠’가 아닌 ‘대통령’을 가리키는 거라고 ‘농담’했다는 것이다.

앞서 명 씨는 페이스북에 김건희 여사와의 대화를 캡처해 올렸다. 명 씨가 “내일 (이)준석이를 만나면 정확한 답이 나올 겁니다. 내일 연락 올리겠습니다”라고 하자, 김 여사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라고 답했다. 이어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사과드릴게요.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숱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심지어 명 씨가 후보 경선 때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명 씨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기간이던 2021년 9월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직원과 통화하면서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 갖고 2~3% 홍(준표)보다 더 나오게 해야 된다”고 지시한 것으로 인터넷 언론이 보도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자칭 정치 컨설턴트인 ‘정치 브로커’ 명 씨의 폭로전으로 정치권이 휘청거리고 있다. 연일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국민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된다. 그야말로 진실 게임에 휘둘리는 꼴이다. 도대체 감춰진 진실이 뭔가. 왜 속 시원히 밝히지 못하는가. 온갖 억측 속에 유언비어만 난무하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중대 범죄 행위라고 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시급히 허심탄회한 해명과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진실을 철저히 밝혀내 응분의 조치를 하지 않으면, ‘명태균 게이트’가 모든 국정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명 씨 폭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유력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정치 브로커는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정치 브로커의 존재는 정치권의 부패와 비리를 조장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이들의 불법 행위를 근절시키려면, 정치 자금의 투명성과 선거 과정의 공정성, 정책 결정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 정치 브로커에 놀아나면 민주주의는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자정 노력은 물론 국민의 감시와 참여가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신뢰와 참여를 바탕으로 성장한다. 정치 브로커를 퇴출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정치권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전병열 기자 ctnewson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