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화제의 인물 | 배주식 한국맞춤양복협회 회장

화제의 인물 | 배주식 한국맞춤양복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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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양복으로 ‘100년 장인’선정,
재능 봉사로 지역 발전에 기여

– 부산 취미테일러 배주식 대표 (사)한국맞춤양복협회 회장 취임
– 국제기능올림픽 12연승 업종·국무총리상 수상

세상에 단 한 사람을 위한 맞춤양복으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평생 외길을 고집하며 ‘100년 장인’으로서 주목받는 이가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사)한국맞춤양복협회 제26대 회장으로 취임한 승촌 배주식 부산 취미테일러 대표다. 그는 올 4월 소상공인 진흥을 통한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1969년 한국 최초로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한국맞춤양복협회는 국내 맞춤양복 전문가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국내 맞춤양복 전문인들은 8000여 명이다.

승촌 회장은 올 회기 국제로타리 3661지구 총재특별대표(신해운대RC)를 맡아 초아의 봉사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현하고 있다.

배주식 한국맞춤양복협회 회장

문화관광저널 이번 호 화제의 인물로 승촌 대표를 추천받아 동광동에 위치한 취미테일러를 방문했다. 부산시에서 선정한 ‘100년 장인 가게’답게 실내에는 다양한 표창장과 상패,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 게리 후앙 전 국제로타리 회장 등 유명 인사들과 기념 촬영한 사진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먼저 그에게 맞춤양복협회의 지난해 업적과 2022년 사업계획을 들어봤다.

“모든 자영업들이 힘들어하는데 우리 맞춤양복 업계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만남이 제한돼 생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직에 대한 사명감과 투철한 장인 정신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맞춤양복 전문점 경쟁력 강화 사업과 소상공인 기능경진대회, 사업주 노동법 교육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특히 창원 기능대회에서는 맞춤양복이 우수단체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22년에는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점포간 협력 및 협동화 사업 추진 △전문 교육기관 설립 준비 △경쟁력 강화 사업·소상공인기능경진대회 등 규모 확대 △세계주문양복연맹·아시아주문양복연맹 국제교류 등 실현 가능한 사업들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승촌 회장은 젊은 인재 영입과 교육사업을 통한 기술 전수를  맞춤양복협회의 가장 큰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회원들의 고령화로 젊은 세대의 영입과 기술 전수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우선 대를 이어 ‘테일러샵’을 운영하는 2세들이 기술을 습득하고 신규 회원으로 활동하도록 독려하고 기틀을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수미주라(반 맞춤 제작) 양복점을 운영하는 젊은 CEO들에게 기술 지도를 통해 회원으로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특히 기술 전수 교육 사업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체 사옥(5층 190여 평)을 가지고 있는 맞춤양복협회로써 그 사옥 건물에다 교육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정식 교육기관으로 인가를 받고자 협의 중이며, 정규 대학에 양복학과를 개설한다는 포부다. 유럽으로 유학을 가는 젊은이들도 있는데 국내에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명장 · 명인들이 많으므로, 글로벌 수준의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통 맞춤양복 교육을 받으면 졸업 후는 일자리와 경험을 쌓아 창업도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일본의 경우 20여 년 전부터 커스텀테일러(맞춤양복)와 수미주라를 병행하고 있다”며 “현재 완전 수제맞춤과 반 수제맞춤식으로 병행해 성공한 사례가 많은데 기성 양복점도 수미주라 방식을 도입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승촌 회장은 10여 년 전부터 고민해 왔다고 한다. 제작 인건비나 디자인, 양복지, 브랜드값 등이 명품일 경우는 그 수준에 맞는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지만, 최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투자를 많이 해서 ‘첸슬러’라는 브랜드를 등록하고 인허가를 받아 삼성물산과 협력해 생산라인을 갖췄어요.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MTM(Made to Measure) 방식을 도입하는  거였어요. 샘플을 사전에 준비하고 고객이 주문하면 체형에 맞춰 수작업을 하는 방식이죠. ‘반 수작업’이라고 합니다. 기성복과 맞춤복 사이에 MTM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국에 체인망을 준비하는 등 아주 성공적이었는데, 갑자기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합병을 하는 과정에 조직이 개편되면서 제조 라인을 없애버렸어요. 당시만 해도 대기업과 싸울 형편도 안 되고 손해만 보고 사업을 접은 경험을 했어요.”

그는 조금 이른 시작으로 사전에 대비가 부족했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며 아무리 좋은 아이템도 시기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쓴웃음을 짓는다. 그러나 당시의 경험을 살려서 취미테일러 자체적으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가격으로 맞춤양복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한국맞춤양복협회에서 권장하는 사업이 수미주라 방식인데 그의 선 경험이 토대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출자를 받아 15개 업체에서 MTM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승촌 회장은 “기성복과 MTM의 차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기성복은 기계 작업으로 대량 생산을 하기 때문에 개별 맞춤이 어렵지만, MTM은 사전에 ‘체킹복’을 만들어 놓고 고객이 주문을 하면 그 요구에 맞게 수정, 보완을 하기 때문에 제작 기간이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 수작업, 반 기계 작업이지만, 품질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가격 부문에서 맞춤양복의 절반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해 맞춤양복의 대중화가 실현된다. MTM 방식으로 제작하는 업체는 자체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공급한다.

승촌 대표는 단체복같이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MTM 방식이 효율적이며, 가격도 소비자의 요구에 합리적으로 맞출 수 있다고 한다. 고급 기성복 수준의 가격인 80~150만 원으로 결혼 예복도 가능하다고 소개한다. 맞춤양복은 복지와 디자인 수준, 장인의 기술력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일률적인 가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완전 수작업과 MTM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다”며 “소비자의 형편에 맞게 제작해 주려 한다. 기성복도 명품은 몇 백만 원 수준인데, 그와 비교하면 맞춤양복이 훨씬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취미 테일러는 맞춤양복 대중화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는 로타리안으로서 재능봉사의 일환으로 가격 인하를 고민하다 제작 공정의 비용을 줄이는 수미주라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품질만큼은 ‘100년 장인 배주식’의 명예를 지키고 있다.

그의 고객 중에는 정계, 재계, 연예계 저명인사들이 많다. 국제로타리와 국제라이온스 지도자들도 많이 이용한다. 특히 요즘 개성이 강한 젊은 사람들은 기성복보다 맞춤양복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신랑이나 혼주들도 예복을 맞춤양복으로 많이 이용한다. 기성복 수준의 가격으로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승촌 대표의 맞춤양복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은 최고의 명장으로서 장인 정신에서 발휘된다.

“단 한 사람만을 위해 재단을 합니다. 또한 고객의 체형에 맞추고, 스타일에 맞는 색상을 선정해 주죠. 물론 고객이 선택하기도 하지만, 전문가의 시각으로 조언을 해줍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고객 스타일에 어울리는 복지와 색상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귀한 작품으로 만들어 주는 겁니다.”

기성복과 맞춤복의 가장 큰 차이는 수작업과 기계 작업이다. 개개인의 체형에 맞추고 다양한 색상을 고를 수 있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매력이다.

“맞춤양복이 고가라는 인식은 핸드메이드이고 양복 복지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객의 취향에 따라 가격의 대중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취미테일러는 기성복 가격으로 맞춤양복을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승촌 대표는 특히 로타리안의 경우 재능 기부 차원에서 배려코자 한다고 했다. 기성복 구입 가격으로 맞출 수 있도록 수미주라 방식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그는 “80만 원 대로 양복을 맞춰 줄 수 있다”며 로타리안들의 많은 이용을 바랐다.

그는 맞춤양복의 사업 전망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이다.

“맞춤양복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산업으로 섬세한 작업 과정을 거치는 조형예술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맞춤양복의 수요는 대부분 결혼 등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이 산업은 영원히 지속 가능하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승촌 회장은 2018년 대구에서 열린 제27회 아시아주문양복연맹 총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른 후 오는 2023년 제39차 세계맞춤양복연맹 총회 및 전시회를 부산에서 개최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부산의 과거 주력산업은 섬유산업이었는데 그땐 맞춤양복 산업도 크게 번창했다”며 “지금은 60여 명의 회원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세계총회를 유치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계기로 만들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세계대회가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면서 그의 소망이 4~5년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승촌 대표는 18세 때 부산에 내려와 중구 광복동의 맞춤양복점에서 양복 재단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1986년 취미테일러에 취업해 재단 기능사로 근무하다 1991년 대표를 맡았다. 취미테일러는 1948년 창업해 75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유서 깊은 양복점으로 그의 친척이 경영하다 물려준 것이라고 한다. 디자이너로서, 재단사로서 그의 맞춤양복 인생은 승승장구한다. 1991~1992년 한국 남성복 기술경진대회 연속 최우수상, 1999년 한국섬유 맞춤양복 부문 대상, 2015년 국회의장 공로장, 2016년 맞춤양복 국제 재단대회 금메달,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 등을 수상하고, 맞춤양복 명장에 오른 그는 올해 소상공인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또한, 올 8월 전국 7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국 소상공인연합회 정식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젊은 세대들의 개성에 맞는 맞춤양복 고객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전망은 밝다는 승촌 대표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맞춤양복점이 세대별 트렌드에 맞출 수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실무에서 이론을 보완하고자 주경야독으로 동서대학교 패션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수료한 그는 관련 학문을 계속 탐구하고 있다. 그는 “바느질부터 시작한 장인의 노하우와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교육 시설을 마련하고 양복학과를 개설하기 위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거짓 없이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게 인생관”이라면서 “좀 더 봉사할 수 있는 기회와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는다.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는 그는 가업승계도 생각해 봤지만, 기술이 단기간에 전수되는 게 아니라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출가한 딸은 한국해양대학교 해양행정법률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연구과정에 있으며, 아들(34세)은 청주대학병원에서 간호과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승촌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상황인데도 서천 주진철 총재님을 위시해서 지구임원들과 클럽회원들이 일치단결해 위기를 극복하고 금 회기 사업목표를 무난히 달성해 나가는 걸 보면서 그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 3661지구에서 어떤 보직이라도 맡겨주면 열심히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로타리 정신의 생활화로 어려운 이웃들과 행복을 나누며 배려와 봉사를 실천하는 한국맞춤양복협회장의 꿈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전병열 편집장·이명이 기자 newsone@newsone.co.kr

수상내역

•2020.12.19 소상공인진흥국가발전 국무총리상 수상
•2018.12.19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수상
•2016.07.25 아시아 국제대회 양복재단대회 금메달 수상
•2015.01.22 대한민국 국회 국회의장 공로장 수상
•2014.10.28 법무부장관상 수상(29회 교정의 날)
•2014.08 아시아총회 공로상 은메달 수상(일본 고베)
•2014.08 아시아총회 국제재단대회 동메달 수상(일본 고베)
•2012.08 아시아총회 국제재단대회 동메달 수상(싱가포르)
•2011.07.28 중소기업청장상 수상
•1999. 한국섬유대상 수상(맞춤양복 부문)
<패션쇼 출품> 이탈리아 로마(예술의 전당)·베로나, 홍콩, 싱가포르, 대만, 일본 고베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