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블루’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경기침체와 코로나의 비대면 생활 습관으로 기대만큼 경제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됐지만, 기대만큼 일상 회복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지낸다. 습관화된 생활양식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만 달라진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이 변화하고 지인들의 일상도 회복돼야만 함께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개인화된 생활방식에 적응하며 2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마스크에 구속된 갑갑한 생활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일상을 소화해내느라 코로나 블루를 겪기도 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우울감이나 불안함, 무기력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해 걷기 운동을 결심했다. 출퇴근을 걸어서 다니기로 작정한 것이다. 직장까지는 승용차로 15여 분의 거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마스크를 착용해도 거리두기에 불안을 느껴야 한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걸어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걸어서 가면 30여 분이 걸린다.
그동안 고혈압 치유를 위해 주치의가 운동을 권장했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주말에만 등산 일정을 세웠었다. 그러나 주말 행사나 고향 농장 관리로 한 달에 겨우 한 번 정도 오르는 처지였다. 운동도 일과로 생각하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다행히 출퇴근이 코로나가 만들어준 운동시간이 됐다. 코로나 이전 같으면 회사 일로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는 조회(朝會)와 지방 출장이 잦았기 때문에 조기 출근이 일상화됐었다. 이젠 출퇴근 시간에 걸으면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외국어도 익힐 수 있어 일석이조의 보람을 느낀다. 처음엔 약간 힘에 부쳤지만, 걷는 일이 습관이 되고부터는 혼자만이 즐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으로 만들어 나갔다. 덕분에 활력이 생기고 매사에 의욕도 충만해짐을 느끼며 혈압도 정상 수치로 떨어졌다.
또한, 휴일에는 행사나 모임이 중단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독서에 삼매경이 되기도 하고 넷플릭스에 심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낸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휴일을 이렇게 호젓이 즐길 수 없었을 것이다. 경조사와 친교 모임에 대부분의 휴일을 빼앗기고 과음으로 월요병에 시달리기도 했었다.
이제 코로나 엔데믹 시대가 도래해도 나의 일상은 예전의 생활방식으로 회귀하지 않으려 한다. 비대면 일상이 오히려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주고 건강도 지켜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외도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변화는 많다. 예컨대 매일 사우나탕에서부터 시작되던 일과가 자택 샤워로 바뀌면서 초기에는 불만족한 목욕이었지만, 이젠 한증탕을 들리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어졌다. 경조사도 코로나를 이유로 ‘마음 전하는 곳’이라며 송금 계좌를 공지하는 일이 보편화됐다. 그 이전에는 송금 계좌를 알리는 것이 예의에 벗어난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엔데믹블루’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엔데믹(endemic)’은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뜻한다. 엔데믹블루는 엔데믹과 ‘우울감(Blue)’을 합친 신조어로, ‘코로나 블루’에 반대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경기침체와 코로나의 비대면 생활 습관으로 기대만큼 경제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경제 활동이 위축되지만, 엔데믹 시대라고 해서 갑자기 경제 환경이 회복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의 일상을 유지하면서 경제 회복을 위한 시스템을 강구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돼 마스크의 구속에서 자유를 찾았지만, 코로나로 변화된 긍정적인 일상은 지속 가능하도록 지켜나가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