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동의 없이 33번째 인사를 단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지난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고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하고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다.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다.
문제는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가 개최될 때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 분노로 크나큰 정서적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사청문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위장 전입, 논문 표절, 권력 특혜 등 탈법과 편법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이에 더해 후보자들은 반성은커녕 도덕과 윤리는 뒷전이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임기응변이나 모르쇠, 동문서답으로 오로지 청문회장을 벗어날 궁리만 한다. 인사청문회의 모순이다.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는 걸까. 하나의 요식 행위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국민 가슴에는 너무 큰 상처를 남긴다. 통과의례적 청문회는 그들만의 잔치일 뿐, 자격 여부를 따지는 청문회가 될 수 없다.
인사청문회의 대상이 되는 공직후보자 가운데 국무위원(장관) 및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합동참모의장 등은 국회 인준 절차가 없다. 다만 대통령이 이들을 임명하려면 반드시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이들에 대해 청문회만 열뿐 임명동의안 표결은 하지 않는다. 헌법상 이들에 대한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 임명도 이런 맥락에서 받아들인다.
문제는 청문회가 합리적인 검증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기보다는 당리당략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데 있다. 정책 검증보다는 사생활 파헤치기에 경쟁적으로 덤벼든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제쳐두고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청문회가 되고 있다”며 “무안 주기식 청문회 제도는 정말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57건의 개정안이 발의 됐지만, 단 1건만 처리됐었다. 말로만 개혁을 한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후보자 사생활 문제는 비공개로 진행하고, 청와대가 인사검증 자료를 국회에 제공하는 대신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해야 한다. 국민의 편에서 실질적인 청문회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