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기증 감소로 구매 경쟁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인공수정에 필요한 남성의 정자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데일리메일이 최근 보도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배우자 없이 아이를 가지려는 여성은 급증한 반면, 정자 기증자는 급감한 탓”이라고 조선일보(뉴욕=정시행 특파원)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 주요 정자은행들은 최근 “정자를 원하는 이는 20~30% 늘었는데 공급은 반 토막 났다”고 밝혔다. 조선이보는 “한 유명 정자 거래 사이트에 등록된 남성은 수백 명인데, 여성은 1만4000명이다. 수요가 폭증한 것은 코로나 장기화로 남녀 교제는 어려워졌지만 재택 근무 등으로 여유가 생긴 여성들이 가족에 대한 갈증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보도 전문이다.
미국에선 정자 기증으로 태어나는 아기가 연 3만~6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정자은행이나 인공수정 시술 병원은 코로나로 정상 영업을 못 하고, 정기적으로 클리닉을 찾아 신체 검사를 받고 꾸준히 정자를 제공할 남성도 크게 줄었다. 특히 여성들이 선호하는 외모와 지능, 건강을 두루 갖춘 정자 제공자는 한정돼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시애틀의 한 정자은행 관계자는 최근 ‘파란 눈에 검정 머리, 잘생긴 대졸자’ 광고를 새벽 6시 반에 올렸더니 3시간 만에 30명 예약분이 다 찼다며 “이런 열기는 처음 본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페이스북·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개인끼리 정자를 직거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가된 정자은행은 미 식품의약국(FDA) 등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정자 기증자와 수혜자를 직접 연결해주지 않고, 한 기증자가 30명 이상에게 정자를 주지 못하게 제한한다. 그러나 개인끼리는 복잡한 절차가 없고 정자 기증자에게도 100~200달러 정도의 실비만 주면 된다. 남성들도 정자를 최대한 많이 기증할 수 있고, 아이가 잘 크는지 확인할 수 있어 이런 직거래를 선호하는 이들이 꽤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여성들의 인기가 높은 ‘수퍼 기증자’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정자 기증을 시작한 캘리포니아의 한 29세 남성은 NYT에 “생물학적 자녀가 35명 나왔고, 5명이 또 태어날 것”이라고 했다. 뉴욕의 45세 독신 대학교수는 유럽·아시아·남미·아프리카를 돌며 정자를 기증해 ‘자녀’ 70여 명을 두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30대 음악가가 지난 5년간 정자은행과 개인 거래를 통해 최소 300명에게 정자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서 정자를 받은 각국 여성들은 페이스북 모임방을 만들어 아버지가 같은 아이들이 혹여 장래에 결혼하지 못하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