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건립하기 위해 얼마 전 부지를 매입했다. 이 부지는 문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 경호처가 양산 하북면 지산리 일대 3860㎡를 매입했으며, 시가는 10억여 원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병길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 대통령 부부와 경호처가 지난 4월 29일 매입한 경남 양산 사저 부지 중 일부가 농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 측은 “해당 농지에서 경작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현행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이에 대해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6일 서면브리핑에서 “해당 농지는 현재도 경작 중인 농지로, 휴경한 적이 없다. 건축에 필요한 형질변경 등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농지 구입 또한 농지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의 귀향을 위한 모든 과정은 일반적인 귀농·귀촌 준비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불과 몇 달 전 매입한 부지에 왜 당장 농지를 사 놓고, 농사를 짓지 않느냐고 공격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산 사저 매입 후 김정숙 여사가 여러 차례 양산에 내려가 비료도 주고 실제로 경작을 했다”고 말했다.
농지법에는 농업 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농지법상 ‘자경’은 “농업인이 소유 농지에서 농작물 경작 또는 다년생 식물 재배에 상시 종사하거나 농작업(農作業)의 2분의 1 이상을 자기의 노동력으로 경작 또는 재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 인터넷등기에 보면 문 대통령 부부와 청와대 경호처는 경남 양산 하북면 지산리 313번지와 363-2~6번지 및 2층 363-2번지 내 단독주택(1층 87.3㎡, 2층 22.32㎡)을 매입했다.
313번지(총 291㎡) 중 199㎡와 363-2번지(383㎡), 363-3번지(27㎡), 363-4번지(1871㎡), 365-5번지(164㎡)의 토지와 주택은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절반씩 지분을 가지고 공동 소유했다. 313번지 중 92㎡와 363-6번지(1124㎡)는 대통령 경호처가 지분 및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안병길 의원이 해당 부지의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 등을 확인한 결과 부지 가운데 363-4번지 토지 1871㎡가 농지로,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분 절반씩 공동명의로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측은 농지를 취득한 이후 예외적 사유 없이 휴경상태라면 농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경남 양산시 하북면사무소가 안 의원실에 제출한 농지취득자격증명서에 는 문 대통령 부부가 이 땅을 유실수 등을 재배하는 농업경영 목적으로 매매했다고 신고했다.
농업경영계획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영농 경력은 11년, 김 여사의 경력은 0년으로 기재했다. 또한 2009년 매입한 양산시 매곡동의 현재 사저 부지 안에 ‘논'(畓)으로 설정된 76㎡에서 유실수 등을 ‘자경’해 왔다고 신고했다.
중아일보는 익명을 요구한 농지법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관외 거주자인 영부인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얼마나 자주 양산에 머물며 경작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일반적인 경우 수백㎞에 달하는 통작거리(거주지와 농지 간 거리)로 인해 농취증 심사 통과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는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600평 가까이 되는 농지를, 결정도 안 된 형질 변경을 전제로 매입하는 것이 일반 국민이라면 가능했겠느냐며 농지전용 허가를 받는 경우 공시지가 자체가 상승한다. 싼값에 농지를 매입해 형질을 변경하는 것은 그토록 이 정부가 문제라던 투기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또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사저는 전 국민적 관심사다. 역대 대통령마다 사저로 구설에 오르곤 했다”며 “부동산 민심이 사나운 상황에서 사저 부지로 건축이 힘든 농지를 매입한 것 자체가 논란을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한 안 의원이 “애초에 사저 신축을 위한 부지 매입이었음에도 농취증 신청서 취득 목적에 ‘농지 전용’이 아닌 ‘농업 경영’이라고 적고 농업경영계획서까지 작성해 행정당국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또 농업경영계획서에 ‘영농 경력 11년’이라고 기재된 것과 관련, “허위사실 기재가 아니라면 문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영농을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사전에 농지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지 못한 것이 큰 실책이다. 만약 위법인줄 알고 이를 무시했다면 권력의 비호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편법 · 탈법이 난무하는 일이 없도록 지도층에서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전병열 기자 jb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