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29일 오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상호 육탄전을 벌였다고 한다.
이는 검찰 초유의 사태로, 정상적인 법 집행 과정이라고는 이해할 수가 없다. 검사라고 하면 국민이 신뢰하고 존중하는 법 집행자가 아닌가. 반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정권의 개혁의 대상으로도 대두되고 있다. 이들이 백주에 몸싸움을 벌이고는 서로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언론의 헤드라인 뉴스가 됐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이들만의 리그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이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배경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전개 될 것인지에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드러난 사실은 지난 24일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 · 불기소를 권고한 것이다.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에 이들의 육탄전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지 궁금하기도 하다. 지금 정치권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측근과 서울중앙지검장 측근이 용호상박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날 오전 11시쯤 경기도 용인의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있는 한 검사장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유심카드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수사팀이 영장을 제시하자 한 검사장은 변호인 입회를 요청했고, 정 부장의 동의를 얻은 뒤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려고 했다고 한다.
이 보도에 의하면 한 검사장 측은 “잠금 해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는데 갑자기 정 부장이 언성을 높이고 테이블을 넘어와 한 검사장 몸 위를 덮쳐 밀었다”며 “정 부장이 올라타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얼굴을 눌렀다”고 했다. 또 “정 부장검사에게 압수수색 절차에서 빠질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으나 명시적으로 거부했다”며 “일방적으로 공권력을 이용한 독직 폭행을 당한 만큼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반면 정 부장 측은 “압수 대상물을 확보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라며 “집행 과정에서 한 검사장의 물리적 방해 등으로 정 부장검사가 넘어져 현재 병원에 있다”고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후 정 부장은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본인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을 ‘독직(瀆職) 폭행(검사나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폭행하는 것)’ 혐의로 고소했다. 정 부장은 한 검사장을 “무고(誣告)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 검사장의 고소와 진정을 접수한 서울고검은 이날 정 부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법조계에선 수사팀의 이날 영장 집행은 지난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한 검사장 수사를 중단하라는 권고를 무시하고 거부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 부장은 순천고 출신이다. 그는 1997년 사법시험 39회에 합격해 2000년 검사로 임관해 평검사 시절 대전지검·수원지검·서울남부지검 등에서 근무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성남지청 부부장을 거쳐 부장검사로 승진했다. 승진 후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근무할 당시 지청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정 부장은 한 검사장과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정 부장이 다섯 살 많지만, 사법시험은 한 검사장이 2년 먼저 합격했다. <사진 : 병실에 누워있는 정진웅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제공/중앙일보 캡처>
전병열 기자 jb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