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조문(弔問)조차 진영논리에 따라야 하는가.

[기자수첩]조문(弔問)조차 진영논리에 따라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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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논리가 판을 치면 국가는 발전할 수 없다. 대화나 타협이 불가능한 편향적 사고로 통합을 방해할 뿐이다. 우리 한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정치적 적폐다. 시급히 청산해야 할 과제지만 해결 방안이 없다.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는 아집에서 한발도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진영을 합리화시키려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심지어 물리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진영논리는 법치나 윤리·도덕도 무색하게 만든다.

금번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사후 처리를 두고 국론이 양극으로 치닫는 양상이 벌어졌다. 이성적인 결정이 아니라 진영 논리 때문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인권변호사·사회운동가로 헌신하다 정치에 투신해 사상 첫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했고, 아름다운재단·아름다운가게를 운영한 우리나라 시민사회 운동의 대부(代父)로 통했다. 하지만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로 추정되는 성희롱 의혹이 불거지며 박 시장의 과거 공적은 빛이 바랬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葬(장)으로 영결식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 다수가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하며 반대했고, 여기에 미래통합당과 정의당, 국민의당 대표 등 정치권이 가세하며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했다. 반면 박 시장의 공(功)을 추켜세우는 여권에서는 적극적인 엄호에 나섰다. 성희롱 의혹 제기는 일방의 주장인 데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대가를 치렀다’는 동정론도 내세웠다. 심지어 가해자를 색출해 응징해야 한다는 극렬 네티즌도 나타나 피해자를 위협하기도 했다.

6·25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불리는 백선엽 장군이 지난 10일 향년 100세로 별세했다. 일제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탓에 지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 이름이 오른 바 있다. 하지만 백 장군을 옹호하는 보수층에서는 해방 이후 터진 6·25 전쟁 때 낙동강 전투와 38선 돌파 작전 등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공로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의 사후 안장지를 놓고 여야가 진영싸움을 벌였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인가”라고 반발하는 반면, 정의당 김종철 대변인은 “일부 공이 있다는 이유로 온 민족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일제의 주구가 돼 독립군을 토벌한 인사”라며 현충원 안장 자체도 반대했다.

여야가 진영논리에 의해 이전투구를 벌이는 형국이다. 조문(弔問)은 진영논리에 따를 것이 아니라 개인 의사에 따라 추모하고 애도하는 것이다. 정치적·이념적 사고에 함몰돼 사리 분별조차 못해선 안 될 것이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는 국가의 번영을 위해 진영논리를 떠나 이성적·합리적 사고로 근거(根據)와 이치(理致)에 따라야 한다.

이명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