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충성했고 국민을 배신하면서 청와대가 좋아할 만한 뉴스를 나열했다…”
언론이 바로서야 국가가 바로 선다. 정파적이고 편향적인 언론은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여론을 호도하며 결국 정권을 몰락시킨다. 기성 언론이 외면 당하고 유튜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추세다. 언론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면 자유민주국가의 미래는 없다.
지난 8일 조선일보 칼럼(선우정 칼럼)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참담한 현실이다.
“2016년 8월 16일 지상파 방송 MBC가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를 통해 묘한 ‘단독’ 보도를 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 진행 상황을 누설해온 정황을 담은 SNS가 입수됐다”고 했다. ‘특정 언론사’는 조선일보다. MBC는 이 보도를 사흘 연속 주요 뉴스로 다뤘다. 청와대가 나섰다. 보도 내용을 기정사실로 “국기를 흔드는 일”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한 중대 사안”이라고 발표했다. 바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사건은 무혐의로 끝났다. 이 특별감찰관이 조선일보 기자에게 기밀을 누설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MBC가 보도한 ‘SNS’ 문건은 이 감찰관과 기자의 사적인 통화 내용이다. 이것을 MBC가 어떻게 입수했을까. 이 특별감찰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합법적으로 얻은 내용이 아닌 듯하다”고 했다. 국회에선 정권의 도청 의혹도 제기됐다. 정권이 바뀐 다음 MBC는 보도국장 등 당시 보도 라인을 적폐로 내몰아 한직으로 보냈고 몇 명은 이직을 했다고 한다.
이 칼럼은 “정권에 이어 사장도 바뀐 2017년 12월, MBC는 26·27일 이틀에 걸쳐 절절한 ‘참회 방송’을 했다. ‘MBC 뉴스를 반성한다’며 ‘권력의 입이 됐다’고 고백했다. ‘MBC 뉴스가 지난 5년 동안 저지른 잘못을 고백하고 반성합니다. 국정농단 국면에서 MBC 보도는 노골적인 청와대 방송, 권력의 나팔수 그 자체였습니다. 보기 힘들 정도로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며 청와대가 좋아할 만한 뉴스만 나열했고…. 정부의 입이 되어 한 방향으로 몰아간 방송, 바로 권력에 충성했기 때문이고, 공영방송의 진짜 주인인 국민을 배신했기 때문….’ 세계 언론사에 남을 참회록이다”고 지적했다.
이 칼럼은 그 후 올해 3월 31일 MBC 뉴스데스크는 다시 묘한 ‘단독’ 보도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종편 방송인 채널A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워서 (피의자에게) 유시민 이사장을 엮을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채널A 기자의 강압적 취재가 초점이었다. 이틀 뒤부터 과녁이 청와대·여권과 대립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으로 이동했다. 기자의 취재 윤리 위반 사건이 ‘검(檢)·언(言) 유착’ 사건으로 변질됐다. MBC가 불을 지르고 거대 여권이 키웠다. 검찰이 달려들었다. 법무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동원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또 “이 보도는 내용 면에서 2016년 특별감찰관 기밀 누설 의혹 보도와 다르다. 공격 대상도 다르고, 권력 주체도 달라졌고, 거론되는 언론사도 다르다. 하지만 본질적인 유사점이 있다. 권력이 가장 고대하는 순간에, ‘작전’ 냄새가 진동하는 수법으로, 권력을 견제하는 진영의 핵심부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의 진영만 달라졌을 뿐 자칭 ‘권력의 나팔수’ MBC가 다시 나섰다는 점도 유사하다”고 했다.
이 칼럼에 따르면 청주지검 정희도 부장검사는 어제 “유력 정치인이나 친여권 성향 언론사와 함께 기자에게 덫을 놓았고 검사장을 검언유착의 당사자로 몰고 갔다는 의혹은 개연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함정 수사의 증거 능력은 당연히 제한된다. 함정 취재에서 나온 증거도 법정에선 제한될 수 있다. 검찰이 2016년 MBC가 보도한 기밀 유출 의혹을 유죄로 판단했다면 그 증거가 되는 SNS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 합법성을 따졌어야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죄를 물으면서 왜 그 전제인 기초 사실을 파악하지 않나. 소위 ‘검·언 유착’을 단죄하려면 소위 ‘정(政)·언(言) 유착’에 의한 작전 의혹부터 규명해야 순리 아닌가.
이 칼럼은 MBC의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런 씁쓸한 장면을 덧붙인다고 했다. “MBC는 2017년 12월 ‘참회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다. “촛불 집회는 축소하고 태극기 집회는 지나치게 확대해 보도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MBC 뉴스에 등을 돌렸습니다. 대통령과 태극기 집회는 국정농단 국면에서 MBC가 지켜야 했고 띄워야 했던 대상이었습니다. 태극기 집회 51만명 참가라는 터무니없는 숫자를 그대로 전했고….”
2019년 9월 28일 MBC는 조국 법무장관 지지 집회를 부풀리기 위해 불법으로 집회 지역 상공에 드론을 띄웠다. 집회와 상관없는 인근 축제 현장 인파까지 싸잡아 보여주면서 “200만 명이 모였다”는 주최 측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고 이 칼럼은 밝혔다.
이제 국민은 무지한 대중이 아니라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공중이다. 권력의 감시가 아니라 이에 순종하는 언론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