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관광산업이 위기에 몰려있다. 지난달 29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 분야 사업체의 경기 심리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산출한 결과 지난 1분기 BSI가 49.2로 전분기 대비 38.7포인트 하락했다. 이 원인을 응답자 76.5%가 코로나19로 꼽았고 18.6%가 내수경기부진을 들었다. 특히 관광산업의 BSI는 31.3으로 전분기에 비해 57.3포인트나 하락했다. 관광산업 업종별로는 ‘여행사 및 관광운수업’이 17.7로 전분기 대비 무려 57.3포인트 하락했으며, 이 중 관광쇼핑업이 63.6포인트를 하락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국민의 소비지출에서도 ‘오프라인 문화생활비’와 ‘관광 · 여행비’가 각각 전분기보다 32,2포인트, 23.0포인트로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별 입국 금지나 제한 등과 국내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 일상이 마비되면서 관광산업이 먼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달 들어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을 보이면서 방역 당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방역으로 완화했다. 그럼으로써 일상이 회복되고 5월의 싱그러움 속에 관광산업이 활기를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생활방역을 준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업계로서는 희망적인 메시지다.
게다가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이 국민의 문화생활과 관광·여행을 활성화하는 데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본다. 국회는 지난달 말일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아사(餓死) 직전의 서민들에게는 생명수와 다름없는 임시방편의 처방이지만, 운용하기에 따라서 경기 부양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신속하게 빈틈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의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하며, 지원금 신청과 절차도 간소화해 소외계층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카드로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의 사용처도 서민들의 요구에 맞게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 등의 구매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이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상대적 빈곤감을 부추기는 기제가 돼서는 안 된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득 하위 계층에 긴급한 구휼(救恤)이지만, 국가 재정을 우려해 당초 소득 하위 50%를 지급대상으로 했다가 4.15 총선에 이용되면서 70%로 확대되고, 결국 전 국민 지급으로 총선 공약을 내걸었다. 논란이 되자 급기야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상위 30% 가구에 대해서는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자는 발상이 제기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모집·사용 특별법’을 발의해 국회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과 함께 처리키로 했다. 기부금은 고용보험기금으로 활용되며 고용노동부에서 관장하고, 기부금특별법을 제정해 정부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지원금 수령 의사가 없음을 통보하는 ‘모집 기부’와 3개월 내 수령하지 않으면 자동기부로 처리되는 ‘의제(擬制) 기부’로 구분한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을 놓고 ‘관제(官制) 기부’를 우려하고 있다. 자발적 기부가 아니라 기부를 강요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상위 30%의 부자들에게 기부하라는 압박으로도 비칠 수 있으며, 기부금 수령을 기피하거나 거절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기부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간의 편 가르기로 갈등이 조장될 수도 있다. 재난지원금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주는 특혜가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이 돌게 한다는 정부 정책이다. 그런데 관제 기부를 부추겨 돈을 회수해 간다면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특히 대통령과 장·차관이 기부했다고 공무원이나 기업들도 참여하라는 분위기를 조성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정한 고용보험기금 이외에도 개인이 지정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또한, 자발적 배려로 민생현장의 필요한 곳에 기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도 효율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아울러 문화생활이나 관광·여행 분야에도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 문화·관광업계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길 기대한다.
전병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