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도 넘은 코로나 공포와 혐오

도 넘은 코로나 공포와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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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후 신종 코로나)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불안과 공포가 도를 넘어 무차별적인 혐오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최근 다녀온 사람들에 대한 경계를 시작으로 중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이로인한 반감은 중국인을 넘어 아시아인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

 

무차별적 인종차별 분위기 퍼져나가

신종코로나로 유럽에서 동양인을 향한 인종차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기준 약 500만 명이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네치아에서 중국인 관광객에게 침을 뱉거나 폼페이의 유적지에서 입장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유명 음악학원인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이 교수들에게 중국·한국·일본인 같은 동양인 학생은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황당하다는 학생들의 반응이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동양인 혐오 현상은 이탈리아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한 지역신문이 1면에 ‘황색 경계령’(Yellow Alert)이라는 제목으로 신종 코로나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역풍을 맞자 사과했다.

덴마크에서는 지난 27일 한 일간지에 중국 국기의 왼쪽 상단에 있는 다섯개의 별을 신종 코로나로 바꿔 그린 만평을 게재하자, 현지 중국 대사관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조롱할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사과는 거부했다.

독일의 유명 주간지인 슈피겔에서 2월 첫째주 표지로 신종 코로나를 다루며 방독면과 방호복을 입은 사람 그림 아래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 표현해 중국 당국이 현지 대사관을 통해 항의했다. 중국정부는 이러한 사진 공개가 불필요한 공포심과 인종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손흥민(토트넘 핫스퍼)도 신종 코로나에 따른 인종차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이 현지 스포츠 매체와 영상 인터뷰 중 작게 기침한걸 빗대어 손흥민을 제외한 선수들에겐 마스크를 씌우고 손흥민 선수만 마스크 없는 합성사진을 만들어서 SNS에 유포되고 있다.

또, 유럽 주요 관광지에서 아시아인에게 욕설을 하거나 바이러스로 지칭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SNS상에서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는 문구를 들고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아시아에선 중국인에 대한 차별 심화

이러한 현상은 같은 아시아인들 사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과 일본, 홍콩, 베트남의 일부 식당과 상점에는 ‘중국인 거부’ 라고 써 붙였다. 온라인 뉴스 댓글이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혐중’ 메시지가 늘고 있다. 중국인에게 ‘바이오 테러리스트’라고 극단적으로 비난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주요 호텔 앞에서 ‘중국인 퇴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했고, 한국과 싱가포르에선 신종 코로나 발생 직후 정부에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이뤄지기도 했다.

평소 중국과 사이가 가까운 북한도 지난 1월 22일 전격적으로 국경을 폐쇄하고 외국 여행객들의 입국을 차단했다. 러시아 역시 중국과의 단체 무비자 관광과 중국인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했다.

일본은 1일 밤 12시부터 최근 2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호주와 싱가포르도 중국 본토를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상태다.

우리 정부도 4일 0시부터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을 2주 이내에 방문한 적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반발에서 포용으로 선회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의 급속한 확산을 막기 위해 2020년 1월 23일 우한을 봉쇄 조치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고립된 교민 700여 명을 국내로 송환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나눠 일정기간 보호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해당 지역 일부 주민들은 트랙터와 지게차, 경운기 등을 동원해 임시보호시설 진입로를 막고 교민 수용 반대 집회를 열며 반발했지만, 자발적으로 교민들을 배제·차별하지 않고 같은 시민으로서 포용하겠다며 반대입장을 철회했다.

‘고통과 절망속에서 많이 힘드셨죠. 아산에서 편안히 쉬었다 가십시오’ ‘진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진천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쉬었다 가세요’라는 현수막과 팻말로 수용된 교민들을 응원했고 전국 각지에서 후원물품들도 쏟아졌다.

이렇게 분위기가 반전된 데에는 언론들이 선정적으로 보도를 하면서 불안을 조장했던 것과는 반대로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이 있었고, 해당 지자체장들이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 등이 있었다.

지난 1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주재한 신종 코로나 감염증 대책 종합점검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로 부터 우리 자신을 지킬 무기는 공포와 혐오가 아니라, 신뢰와 협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뢰와 협력으로 극복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2014년 소아마비와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19년 에볼라에 이어 여섯 번째다. 2015년 한국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퍼졌을 때도 비상사태 선포 논의가 있었지만,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었다.

전염병에 의한 심각한 사태는 또다시 일어날 것이다.

우리의 공포와 혐오는 새로운 전염병의 정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고 맞는 치료제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제적인 협력이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건 무지에서 오는 공포와 혐오일 것이다. 혐오는 공동체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서로간의 신뢰가 절실하다.

이소미 기자 l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