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기고 그래도 경자년엔 희망이 있습니다

[전병열 칼럼] 그래도 경자년엔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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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분된 국론을 통합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은 양식 있는 국민에게 있습니다. 조작되고, 왜곡된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침묵하는 시민들이 나서길 고대합니다.”

경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온 누리에 찬란한 서광을 뿌리며 태양은 떠올랐습니다. 해맞이에 나선 수많은 인파가 환호성을 지르는가 하면 숙연한 자세로 두 손 모아 기원하는 모습에서 간절함이 묻어납니다. 새해 새날은 절망에서 희망으로 교차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는 정치와 경제, 사회, 외교, 안보 등 어느 하나 속 시원한 것이 없었습니다. 정치권은 예나 지금이나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고, 사회는 양극화로 극한 대립 속에 분열이 고착되는 실상이며, 경제 불황은 끝 간 데 없는 지경입니다. 국가는 고립무원 속에 남북 긴장과 북핵이 원점을 맴돌며 리스크는 도를 더하고 있고 기댈 곳 없는 국민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위정자들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지만, 당리당략을 위한 정치, 사리사욕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으니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민들은 점점 격차사회(格差社會)로 내몰리고 있고 공정사회(公正社會)를 부르짖는 목소리는 도처에서 메아리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격차사회는 사회 양극화를 일컫는 말로 중간계층이 줄어들고 사회계층이 양극단으로 쏠리면서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사회를 말합니다. 중류 계층의 붕괴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본형 경제·사회 양극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장기 경기 침체와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에 의한 세대 간 소득 분배 악화, 핵가족화, 청년층 단신세대의 증가 등 가족형태의 변화로 인한 가구별 소득 축소, 교육과 부의 대물림 등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공정사회는 사전적 의미로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고, 개인의 자유와 개성, 근면과 창의를 장려하며, 패자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는 사회입니다. 불공정으로 인한 폐해는 인명이 극단의 길을 선택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지난해 있었던 진보와 보수 진영의 극한 대립 또한 불공정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정성이 담보돼야 합니다.

암담했던 지난해를 가슴 한편에 묻어버리고 또다시 새 희망을 품고 한 해를 시작하려합니다. 우리는 왜 이런 갈등과 대립 속에 고통을 받는지 그 원인은 알고 있지만 처방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나친 이기심으로 양보와 타협, 배려와 나눔의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직 승자 독식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 것을 지키려는 데만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격차사회를 벗어나려면 공정성을 회복하고 무엇보다도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진 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은 화합된 가운데 역지사지 의식을 함양하면 불공정을 타파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민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정의로운 사회는 반드시 실현될 수 있습니다. 불평등은 인간이 만든 사회구조일 뿐입니다. 공평성의 원칙도 우리가 지킬 수 있습니다. 다수의 국민이 원한다면 개혁할 수 있고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자년 올해는 희망이 있습니다. 잘못된 정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저력은 국민 통합에 있습니다. 하지만 내 것만 지키겠다는 아집을 버리지 않는 한 통합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절대다수의 지지는 통합을 이뤄 낼 수 있고 지속 가능한 발전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수많은 역경을 극복한 전력이 있습니다. 뭉치면 산다는 구호가 헛된 꿈이 아니란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소수의 권력과 재벌에 휘둘려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4월 총선은 국권을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정당들이 판을 칠 것입니다. 사리분별력이 있는 공중들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단으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양분된 국론을 통합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은 양식 있는 국민에게 있습니다. 조작되고, 왜곡된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침묵하는 시민들이 나서길 고대합니다.

글 전병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