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신년 에세이 l 가화만사성이 내 인생 최고의 덕목

신년 에세이 l 가화만사성이 내 인생 최고의 덕목

공유

첫째, 火忍, 三思一言이다. 화는 불길처럼 치솟지만, 물처럼 가라앉히면 길이 열린다. 말은 세 번쯤 되뇌어야 비로소 꽃이 된다.

전병열 발행인(언론학박사/수필기)

새해 첫 출근길, 영하 6도의 혹한이 매섭게 몰아쳤다. 두터운 외투를 걸쳤지만 귀가 시릴 정도로 겨울은 깊었다. “진짜 겨울이네, 코끝이 다 시리니.” 그때 폐지를 수집하던 할머니의 푸념이 들려왔다. 낡은 겉옷은 바람을 막아내지 못했고, 그 모습이 안쓰러워 지폐를 건네며 “일찍 들어가시라” 인사를 드렸지만, 마음은 오래도록 무거웠다.

문득 어머니의 얼굴이 오버랩 됐다. 추위에 떨면서도 자식이 추울까 목도리를 벗어 감싸주던 모습. 그 시절의 겨울은 지금보다 더 혹독했지만, 가난이 추위를 더욱 깊게 만들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 손길은 언제나 따뜻했고, 그 온기는 지금도 내 삶을 지탱하는 불씨로 남아 있다.

올해 신년은 번잡한 일출 명소 대신 화엄산림법회를 봉행하는 통도사를 찾았다. 아내의 요청으로 조상님의 천도재에 참여했지만, 나름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아내는 아들의 임용고시 합격과 딸의 안정된 직장 생활을 간절히 소망했다.

사찰 초입부터 교통 체증이 이어졌지만, 그 시간 차 안에서 새해 설계를 그려보는 것도 의미 있었다. 대웅전과 각 전을 참배하고, 설법전에 모신 조상님께 인사를 올렸다. 아내의 권유로 금강경을 독송하며 새해의 다짐을 기원했다. 가족 단위로 조상님의 극락왕생과 소원 성취를 기도하는 모습은 장엄하면서도 따뜻했다. 그 순간, 인간의 삶은 결국 가정과 혈연의 울타리 안에서 빛을 발한다는 깨달음이 마음을 울렸다.

나는 늘 家和萬事成,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올해는 그 신념을 조금 더 구체적인 삶의 언어로 새기고 싶었다.

내가 정리한 덕목은 세 가지다. 그것은 단순한 규범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과도 같다.

첫째, 火忍, 三思一言이다. 화는 불길처럼 치솟지만, 물처럼 가라앉히면 길이 열린다. 말은 세 번쯤 되뇌어야 비로소 꽃이 된다.

둘째, 盡人事待天命이다. 사람의 힘은 씨앗을 뿌리는 일에 머물고, 열매는 하늘의 바람과 햇살에 달려 있다. 그러니 씨앗을 아끼지 말고 뿌려야 한다.

셋째, 大望이다. 꿈은 멀리 있는 별과 같아 손에 닿지 않지만, 그 빛을 따라 걸어가는 동안 길은 더욱 환해진다.

이는 나의 丙午年 계획이자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삶의 은유다. 덕목은 교훈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조금씩 다져가는 발자취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보람도 있었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그래서 올해는 가화만사성과 자기 결함을 보완하며 행복을 추구하려 한다.

며칠 전, 딸이 첫 월급을 받아 안마의자를 선물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학업에 매진하다 취업해 받은 첫 월급이다. “우리 선물보다 네 꿈을 위해 쓰라”고 사양했지만, 가슴은 뭉클했다. 자식의 행복이 곧 부모의 행복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안정된 직장 생활만으로도 최고의 효도인데, 부모님 생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네가 부모 되면 알리라”는 노랫말이 떠올랐다. 그 말은 이제 내 삶의 진실이 되었고, 부모의 사랑이란 결국 자식의 안녕을 향한 끝없는 기도였음을 깨닫는다.

새해를 맞으며 나는 다시금 가화만사성을 떠올린다. 가정의 화목을 기원하며, 부모로서 자녀들의 귀감으로 살아가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이를 위해 더욱 자기 관리에 힘쓰고,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리라.

병오년 새해, 유난히 커다란 태양이 빛을 발하며 가슴으로 안겨온다. 그 빛 속에서 나는 가화만사성의 덕목을 되새기며, 가족과 함께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부모의 사랑과 자식의 희망이 서로를 비추며 하나의 온기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