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지난 주말 부산 범어사를 찾았다. 법당 안에서는 고요히 기도하는 한국인들이 있었지만, 경내 곳곳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활기로 가득했다.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웃음을 나누는 모습은, 부산이 이미 글로벌 관광도시로 변모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부산시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복을 넘어선 성장이자, 도시의 체질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대만, 중국, 일본, 미국,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부산의 거리를 채우고, 그들의 소비가 지역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 특히 신규 시장에서의 급증은 부산이 더 이상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지출액이 전국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부산이 단순히 ‘잠깐 들렀다 가는 도시’가 아니라 ‘머물며 즐기는 도시’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식, 해양, 야간관광 같은 콘텐츠가 외국인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부산의 매력이 이제 세계인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있다.
부산시는 2028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500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놓았다. 케이컬처 기반 메가 이벤트를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고, 김해공항과 항만을 개선해 접근성을 높이며, AI 기반 스마트 관광 서비스까지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동부산·서부산·원도심을 권역별 테마로 묶어 도시 전체를 입체적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흥미롭다. 부산오페라하우스와 퐁피두 센터 부산 같은 문화 인프라가 더해지면, 도시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관광 영역 확장도 눈에 띈다. 남부권 초광역 관광권을 조성하고, 구미주·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해외 마케팅을 병행한다. 사계절 해양관광 프로그램과 야간관광 상품 확대, 낙동강 국가정원·금정산 연계 생태관광 활성화도 추진된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불꽃축제 같은 메가 이벤트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전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어지는 도시는 결국 ‘재미있는 도시’여야 한다. 박형준 시장의 말처럼 편리함과 안전은 기본이고, 그 도시만의 독창적 매력과 즐길 거리가 없다면 오래 머물지 않는다. 부산이 가진 바다, 음식,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활력을 제대로 엮어내야 한다.
관광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의 자부심을 함께 키우는 문화적 프로젝트다. 관광객만 즐거운 도시가 아니라, 시민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도시여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글로벌 관광도시 부산’이라는 이름이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범어사에서 마주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웃음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부산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하려는 부산의 전략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시민의 삶의 질과 자부심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부산이 세계인에게 ‘머물고 싶은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날을 기대한다.
이명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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