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군은 소백산맥의 영향으로 북쪽과 서쪽이 높고 험준하며 동쪽으로 가면서 점차 낮아지는 지형을 가진 곳이다. 북쪽과 서쪽으로 가면 가야산, 매화산, 황매산, 두무산이 있고, 동쪽으로 가면 황강과 합천댐이 있다. 산을 좋아하면 드높은 산을 등산할 수도 있고, 강을 좋아하면 황강에서 스릴 만점인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패러글라이딩, 합천항공스쿨에서 경량항공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이곳 합천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역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교과서에서만 봐왔던 해인사, 팔만대장경이 있고 석조여래입상, 건칠희랑대사좌상 등 불상과 여러 석탑도 볼 수 있다. 소리길을 따라 겨울 동안 얼어버린 몸과 마음을 봄이 되기 전 합천 여행을 통해 슬슬 녹여보자. 새로운 체험을 하고자 한다면 소백산맥의 끝자락 합천으로 발걸음하길 권한다.
우리나라 3대 사찰 해인사와 해인사 소리길
해인사는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산 남서쪽에 있는 절로, 송광사 · 통도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사찰 가운데 하나이다. 대한민국 대표 법보종찰로 전 세계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발길을 멈추지 않는 곳이다. 여행을 제대로 한다면 숲속 길도 즐기고 주변의 음식도 즐기고 싶지 않은가. 자연경관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웰니스 코스’을 추천한다. 웰니스 코스는 천년의 고고한 세월을 담은 길로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행사장인 야천리에서 해인사까지 6km 정도 된다. 도시에서 잘 볼 수 없는 산세를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수백 년 된 송림 숲에서 뿜어 나오는 신선한 공기와 웅장한 바위를 휘감아 도는 청아한 물길과 폭포를 볼 수 있고, 산새 소리와 해인사의 풍경소리로 귀를 즐겁게 할 수 있다.
웰니스 코스 끝에는 우리가 가고자 했던 해인사가 자리하고 있다. 해인사는 국내 최대 사찰로서 명산인 가야산 자락에 위치해, 가야산을 뒤로하고 매화산을 앞에 두고 있어 그 웅장한 모습과 주변 경관이 어우러져 경이로울 뿐 아니라 송림과 산사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설경을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경에 젖게 한다.
해인사에 들어가면 드넓은 사찰도 좋지만, 교과서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팔만대장경을 볼 수 있다. 고려대장경이라 하는데 흔히 ‘팔만대장경’이라고 하는 까닭은 대장경의 장경판수가 팔만 여장에 이르는 데에서 비롯되기도 했을 테지만, 불교에서 아주 많은 것을 가리킬 때 팔만 사천이라는 숫자를 쓰는 용례대로 가없이 많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만 사천 법문이라고 하는 데에서 유래됐다. 나라와 백성을 지키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팔만대장경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나를 지킬 수 있고 가족을 지킬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몸도 튼튼하고 정신도 맑게 해주는 ‘웰니스 코스’를 가족 친지와 함께 가보면 힐링이 될 것이다.
조선 8경 중 하나, 가야산
조선 8경의 하나로 주봉인 상왕봉(1,430m)을 중심으로 톱날 같은 암봉인 두리봉, 남산, 비계산, 북두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마치 병풍을 친 듯 이어져 있으며 남북으로 경상북도 성주군과 경상남도 합천군의 경계를 이룬다. 합천 쪽으로 드리운 산자락은 부드러운 육산을 이루고 성주군 쪽은 가파르고 험하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가을 단풍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게하고, 눈 덮인 가야산 설경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가야산은 오묘하고 빼어난 산세를 지니고 있어 사시사철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표소에서 해인사까지 이어지는 홍류동계곡 주변에는 소나무뿐만 아니라 활엽수가 우거져 있어 그 아름다움이 해인사와 함께 가야산의 백미로 손꼽힌다. 해인사 초입의 경멱원에서부터 정상의 우비정까지 19개의 명소가 있다. 가야산 골짜기에서 발원한 홍류동계곡은 계절마다 경관을 달리해 주위의 천년 노송과 함께 제3경 무릉교로부터 제17경 학사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절경이 10리 길에 널려있다. 가을의 단풍이 너무 붉어서 계곡의 물이 붉게 보인다 하여 홍류동이라 불리고 여름에는 금강산의 옥류천을 닮았다 해서 옥류동으로도 불린다. 이 계곡의 아름다움은 봄이나 가을에 으뜸을 이룬다. 그밖에도 가야산에는 무릉교, 홍필암, 음풍뢰, 공재암, 광풍뢰, 제월담, 낙화담, 첩석대 등의 명소가 있다. 다음 코스로 영상테마파크와 청와대 촬영 세트장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국내 최고의 특화된 시대물 오픈세트장, 영상테마파크와 청와대 세트장
1910년대~80년대의 배경으로 건립된 2만 5천평 규모의 국내 최대의 오픈 세트장 영상테마파크는 2019년을 계기로 다시 한번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2003년 개장이후 미스터선샤인, 밀정 등 총 254편의 영화·드라마가 촬영되었고, 천만관객 영화도 5편(태극기 휘날리며, 택시운전사, 암살, 변호인, 도둑들)이 촬영된 한류 영상 콘텐츠의 요람이다. 3.1독립운동과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상해임시정부와 벨기에 영사관을 신축하여 기존에 조성되어 있는 경성역, 통감부, 종로경찰서, 일제 강점기 소공동 거리와 격변하던 당시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완벽 재현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말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조선어학회 이야기를 담은 윤계상·유해진 주연의 「말모이」는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유지태·이요원 주연의「이몽」과 이승기·수지 주연의 「배가본드」는 현재 촬영 중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온 장소를 방문하면서 마치 배우가 된 것 같은 느낌으로 돌아다니면 좀 더 세트장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올해 4월 개장예정인 분재공원도 있다. 공원에는 35종 150여 점의 다채로운 분재들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정통 한국 정원과 아이들을 위한 키즈원, 목재문화체험장, 그린케어 복합중심센터도 개장을 앞두고 있어 다양한 콘텐츠로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켜줄 것이다. 세트장과 분재공원은 사진 찍을 수 있는 곳과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곳이 아주 많다. 올해의 인생샷 영상테마파크와 분재공원에서 남겨보자.
영상테마파크 5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청와대 세트장이 있다. 영상테마파크와 청와대세트장을 연결하는 모노레일이 마무리 공사중에 있어 조만간 남녀노소 누구나 편리하게 청와대 세트장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독자들이 본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곳이 아닐까. 청와대를 한 번도 가보지 못 했다면 청와대와 거의 똑같은 청와대 세트장에 꼭 가보자. 필자는 청와대를 사진으로만 보았지 실제로 가본 적이 없는데, 세트장인데도 청와대가 가지고 있는 위엄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영암사지를 품고 있는 억새 군락지, 황매산
합천군 가회면과 대병면에 걸쳐있는 황매산(黃梅山)은 합천의 진산이지만, 산행서적이나 관광지도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무명의 산이었다. 덕분에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골짜기를 간직하고 있는 산이다.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가야산과 함께 합천을 대표하는 명산이 됐다. 태백산맥의 마지막 준봉인 황매산은 고려시대 호국선사 무학대사가 수도를 행한 장소라고 전해진다. 해발 1108m에 이르는 준령마다 굽이쳐 뻗어나 있는 빼어난 기암괴석과 그 사이에 고고하게 휘어져 나온 소나무와 철쭉에 병풍처럼 수놓고 있어, 영남의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산이다.
경남 서부의 가야산과 지리산을 연결하는 중간 지점의 황매산 남쪽 기슭에 영암사지 절터가 있다. 영암사의 건물터는 일반 사찰 건물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금당이 있는 상단 축대의 중앙 돌출부 좌우에 계단이 있는 점, 금당지 연석에 얼굴모양이 조각됐고 후면을 제외한 3면에 동물상을 돋을새김한 점, 서남쪽 건물터의 기단 좌우에 계단이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이러한 특징과 더불어 절터 내에 흩어져 있는 석조물은 이색적인 느낌마저 준다. 조형의 특이함과 입지 조건, 서남쪽 건물의 구획 안에서 많은 재가 나오는 점으로 보아 신라 말에 성행한 밀교의 수법으로 세워진 절로 보인다.
수도권에서 2시간대, 합천 시티투어“거꾸로 가는 시간여행”
지난해 11월 17일 첫 시티투어 관광객들이 다녀간 이후 현재까지 12여 차례에 걸쳐 총 3백여 명의 수도권 관광객들이 시티투어를 다녀갔다. “수도권에서 2시간대”라는 슬로건 아래 서울역-김천구미역-합천을 연결하는 시티투어는 장거리 운전이 부담스러웠던 수도권 관광객들을 위해 KTX와 합천시티투어 버스를 연계 운영함으로써 해인사, 해인사소리길, 영상테마파크, 황매산군립공원 등을 포함한 당일 합천 여행이 가능하도록 기획된 여행프로그램이다. 합천 시티투어 “거꾸로 가는 시간여행”은 출시되자마자 서울지역 관광객은 물론 수도권에서 예약문의가 쇄도하면서 20명 이하의 소규모 가족단위 여행객, 회사 단합대회, 동창회 모임 등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합천시티투어가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합천 관광 자원의 우수성과 문화관광해설사를 활용한 고품격 안내서비스, 인터넷과 라디오방송 을 통한 공격적 마케팅이 상품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티투어의 인기에 힘입어 기존의 관광 자원에 체험과 힐링을 접목시킨 차별화된 관광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해인사 스님과의 대화, 해인사 성보(聖寶)박물관 체험 등의 콘텐츠가 가미될 합천 시티투어는 미래가 더 기대된다.
합천은 이외에도 먹거리, 볼거리들과 숙박할 곳은 많다. 예로부터 육류가 유명한 곳이라, 합천황토한우와 토종흑돼지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해인사 주변에는 산채정식과 합천호 민물매운탕 등 지역별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하루에 다 먹기는 힘드니, 1박 2일이나 2박 3일로 합천에 묵으면서 맛보도록 하자.
전세리 기자 newsone@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