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한반도에 흐르는 ‘평화관광’의 바람

한반도에 흐르는 ‘평화관광’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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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8개국 주한외교단의 ‘비무장지대 평화관광’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이 발표되면서 수십 년에 걸친 긴장이 서서히 풀리며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로써 비무장지대(DMZ)가 경계와 위험의 상징이 아닌 평화의 상징, 역사의 흔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비무장지대는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실의 설치가 금지된 구역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휴전협정에 의해 남북 각각 2km의 지대가 비무장지대로 정해져 있었다. 평양공동선언 이후 남북은 각자 자국의 비무장지대에서 지뢰작업을 진행했다. 11월 말까지 지뢰를 제거하고 훈련을 중지하는 등 남북은 화해하기 위한 환경 조성에 열심이다.

이에 따라 남북의 ‘평화관광’ 발전을 위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기존에 조성한 DMZ여행명소와 더불어 주목받고 있는 평화관광지, 그리고 평화관광을 유치하는 데 뒤따르는 과제까지 집중 조명한다.

판문점 선언으로 평화관광의 물꼬를 트다

지난 4월 27일, 우리나라의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며 평화와 번영, 통일을 염원하는 지향을 담은 판문점선언이 있었다. 이후 9월에는 평양공동선언이 있었다. 이날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가 채택됐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양국 분단의 흔적을 지우고, 본격적인 평화관광의 가능성이 열리는 계기가 됐다.

합의 내용에 따라 남북 양측은 각자의 지역에 대한 지뢰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지뢰제거 작업은 그동안 양측이 종전이 아닌 휴전의 개념에 따라 경계를 늦추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소재였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지뢰제거는 10월 1일부터 20일 동안 남북 양측이 진행했고,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의 지뢰제거 작업 역시 11월 말까지 진행됐다. 특히 화살머리고지 일대 지뢰제거 작업 도중에 국군전사자로 추정되는 유해가 사상 처음으로 발굴돼 향후 남북이 공동으로 진행할 비무장지대(DMZ) 공동유해발굴사업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JSA의 비무장화 역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남북군사당국과 유엔군사령부는 10월 25일 오후 1시부로 JSA내 모든 화기 및 탄약, 초소 근무를 철수했다. 또 JSA 내 경비근무 역시 합의서에 따라 남북 각각 35명 수준의 비무장 인원이 수행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65년 만에 비무장화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있기 전 파주, 철원, 김포, 동두천, 강원도 일대는 휴전선 인근이라 위험하다는 이미지가 작용하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뢰제거와 군사들의 비무장화 등이 이뤄지며 지역 이미지 개선은 물론 역사 속 흔적이 남아있는 평화관광지로 활성화될 거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평화관광 바람에 바빠진 정부

지난 9월 20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비무장지대 접경 13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비무장지대 평화관광 추진협의회’를 발족했다. 발족식에서 이들은 비무장지대 평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업무협력 체계 구축, 지방자치단체 간 연계협력 사업 추진, 관광콘텐츠 개발, 난개발 방지, 지속가능한 관광개발 대책 등의 협약했다.

11월 5일부터 7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관광박람회’에서 비무장지대와 평화를 테마로 한 지역 관광상품을 집중 홍보했다. 박람회에서 한국관광공사는 남북평화 분위기로 주목받고 있는 DMZ 관광을 비롯해 지역관광 상품을 집중 홍보했으며, 관련지역의 업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유럽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협조했다.

각 지자체도 평화관광 준비로 한창이다. 파주시는 지난 11월 1일 경기문화재단 경기연구센터의 지원 사업으로 문화자원 실사를 진행하며 전쟁 이후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임진강 초평도와 두포리 구간을 돌며 생태환경을 살펴봤다. 이 일대에는 조선시대 문인들의 문화유산이 상당 수 있음에도 그동안 민간인의 손길이 닿지 않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계를 늦출 수 없었던 서해에 평화가 깃들면서 인천관광공사는 서해5도 관광 안내 책자를 발간하고 인천시와 고려고속페리는 뱃삯의 80%를 지원하며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서해 최북단의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등 섬은 지질학적 가치가 높고, 연평도는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이라 망원경을 이용하면 해주까지 조망할 수 있다. 남북의 포문이 닫히자 불안과 경계의 서해5도가 평화관광지로 변모하는 중이다.

강원도는 고성 통일전망대를 2021년까지 270억 원을 투입해 평화관광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평화관광지는 비무장지대(DMZ) 생태관, DMZ 생태탐방 데크, 모노레일, 평화의 길, 스카이워크 등이 들어서고 기존의 통일전망대는 북한음식전문점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한 때 바람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꾸준한 관심 필요

▲철원 노동당사 (사진=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DMZ 여행 명소 5곳’은 강화 평화전망대,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철원 노동당사, 양구 두타연, 고성 통일전망대다. 이 다섯 곳의 공통점은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적 의미를 지닌 비무장지대 명소들이면서 대중교통의 낙오지라는 점이다.

대체적으로 산간지역과 강변에 위치한 평화관광지들은 대중교통을 여러 번 갈아타거나 택시조차 잘 다니지 않는 지역에 위치한다. 서해5도는 평화관광지역으로 바뀌었다 해도 물때에 따라 뱃시간이 달라지고, 인천항에서 가깝게는 2시간, 많게는 4시간 30분 거리다. 평화관광지로서 의미 있는 지역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나 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할 조건은 미흡한 상태다.

평화관광지가 보유한 콘텐츠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위에 언급한 DMZ 여행 명소 5곳을 비롯한 평화관광지들은 주로 북녘을 조망하거나 잘 보존된 생태환경을 관람하는 방식이다. 전시실이 있다 해도 어린 학생들에게 학습하는 수준으로 운영되며, 다수의 관광객이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기억할 만한 콘텐츠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사진=한국관광공사)

그나마 파주의 경우 평화누리공원, 임진각, 놀이공원이 한 곳에 모여 있어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다. 평화관광지의 상징을 잘 살려낸 평화누리공원의 ‘바람개비 언덕’은 SNS를 통해 인기를 끌었다. 너른 동산에 곳곳에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설치작품들도 있고, 한국전쟁의 뼈아픈 흔적을 명소로 개발한 ‘독개다리 스카이워크’ 등도 눈여겨볼만하다.

평화관광은 개발과 육성의 과제가 산적한 분야다. 관련 부처에서는 오로지 평화관광지만 개발할 게 아니라 인근 관광지와 연계하고, 교통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하며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연함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평화관광이 한 때의 유행이나 바람으로 끝나지 않도록 관련 부처의 꾸준한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