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지난 9월부터 ‘강화 고려도성 학술조사연구’의 하나로 추진 중인 강화 흥왕리 이궁터 발굴조사에서 고려 시대 건물지와 배수로, 석축 등의 시설물을 확인했다.
강화 흥왕리 이궁은 고종 46년(1259) 산에 궁궐을 지으면 국가의 기업(基業)을 연장할 수 있다는 교서랑(校書郎) 경유(景瑜)의 진언에 따라 강화도 마니산 남쪽에 건립된 곳이다. 2000년 선문대학교 고고연구소에 의해 한 차례 지표조사를 진행해 축대와 건물지의 존재가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흥왕리 이궁터의 첫 번째 학술발굴조사로서, 지표조사에서 확인된 바 있는 건물지의 동쪽 평탄대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조사 지역의 남쪽과 북쪽에 각각 시기를 달리하는 시설물이 조성된 것이 확인됐다.
조사 지역의 남쪽에는 13세기로 추정되는 시설물들이 분포한다. 동서방향의 석축(동서석축1)을 쌓아 한 단 가량 높은 공간을 조성하고 그 안쪽에 건물지(건물지1)와 배수로, 남북방향의 석축(남북석축1)을 평행하게 배치했다.
건물지의 북쪽에서는 건물지 윗면에 동서방향의 석축(동서석축2)과 담장이 중복으로 조성되기도 했다. 한편, 조사 지역의 북쪽에서는 고려 말~조선 초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지 2기(건물지2·3)와 배수로가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시설물은 이궁의 중심권역은 아닌 것으로 추정되지만, 기록으로만 전하던 이궁의 존재를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13세기 이궁의 건립 이후 여말선초까지 그 구조와 배치, 성격에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크다.
문화재청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이번 발굴조사 성과를 토대로 흥왕리 이궁터에 대한 중장기적 학술조사 계획을 수립해 이궁의 구조와 범위 등 실체 파악을 위한 체계적인 학술조사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황정윤 기자 hj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