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수첩 I 야사와 속설, 역사를 왜곡하는 위험한 매력

취재수첩 I 야사와 속설, 역사를 왜곡하는 위험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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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1일부터 2박 3일간의 상하이 여행은 볼거리보다 문화에 관심을 두다 보니 자연스레 현지 가이드(연변 조선족 3세) 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상하이 훙커우 공원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설명하던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윤봉길 의사가 던진 폭탄은 도시락 폭탄이 아니라 물병 폭탄이었습니다. 앞서 이봉창 의사가 도쿄에서 일본 천황을 향해 폭탄을 던졌으나 실패했고, 그 사건은 임시정부와 독립운동가들에게 큰 자극이 되었지요. 이후 폭탄 제작에 절강성대 교수가 참여해 물병 폭탄이 만들어졌습니다. 윤봉길 의사가 훙커우 공원에서 일본군 수뇌부를 향해 폭탄을 던져 성공하자 임시정부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고, 장제스 총통은 ‘윤봉길 같은 사람이 10명만 있다면 세계를 통일할 수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세미나 참석 후 찾은 명소에서 들은 그의 설명은 역사와 야사, 속설이 뒤섞여 있었다. 차창 밖 풍경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야기는 흥미를 더했다.

“윤동주의 고향은 연변 조선족 자치주 용정시 명동촌입니다. 연변 조선족은 대부분 독립군 후손이라고 말합니다. 총을 들고 싸우는 것만이 독립운동이 아니라, 농사를 지어 감자 한 알을 건네는 것도, 윤동주처럼 시를 쓰는 것도 독립운동이라 표현하지요.”

속설은 관광객들에게 재미를 주지만 역사와는 다르다. 야사는 기록으로 남아 역사에 가까워질 수 있지만, 속설은 구전된 이야기일 뿐이다. 가이드들은 관광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하기도 한다.

“예원을 건립한 반윤단은 명나라 관직을 이용해 백성들의 재물을 착취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에게 즐거움을 주고 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예원(豫园)’이라는 이름을 붙였지요. 완공까지 20여 년이 걸렸는데, 태호석을 사용하기 위해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모친은 완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또 다른 속설은 중국 인구와 호적 문제였다.

“호적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까지 합하면 인구가 15억에 달할 수도 있습니다. 한 자녀 정책 시절 초과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흑호(黑戶)’라 불렸습니다. 일부 부유층이나 유명 인사들은 숨겨둔 자녀를 호적에 올리기 위해 수억 원의 벌금을 냈다고 합니다. 특히 유명 감독이 4억 원을 지불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역사와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속설이 사실처럼 퍼지면 자칫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겼다. 우리가 배운 역사 지식이 야사나 속설에 의해 사실로 인식된다면 역사 인식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현대 생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중국 서민 술인 이과두주(백주)에 대해 “캠핑 가면 불쏘시개로 쓰는 술, 선물로 줘도 욕먹는 술”이라는 이야기는 국내 애주가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해외 관광의 목적은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 문화와 유적이 형성된 배경과 생활상, 자연환경을 체험하며 시야를 넓히고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하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가이드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야사와 속설은 역사와 구분해 들어야 하며, 가이드 역시 이를 명확히 구분해 안내할 필요가 있다.

전병열 기자 chairman@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