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평양 쓰레기섬’이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새삼 관심을 모았다. 인간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 둥둥 떠다니다 형성된 이 쓰레기섬은 총면적이 프랑스 땅 크기와 같다. 여기서 분해된 쓰레기들은 환경호르몬을 방출하고 그것은 다시 인간의 몸으로 흡수될 것이란다. 지구온난화로 죽어가는 북극의 동물들, 부리에 그물이 걸린 새들을 보면 나도 환경오염에 한몫 보탠 것 같아 미안하다. 언젠가는 환경운동에 일조하리라 마음을 먹기도 한다.
이 섬은 내 마음속에도 하나 있다. 방에는 F 코드도 못 잡고 방치해 둔 기타, 사놓고 읽지도 않은 책들. 밀린 일기를 쓸 때 그날의 흔적을 파악하려고 모은 영수증들도 수십 장 널브러져 있다. 버킷리스트는 어떤가. 목표 달성은 하지도 못한 채 시간만 갉아먹는다. 계획 없이 버려진 시간과 자금, 혼란을 겪고 있는 삶의 목표로 인해 방향성을 잃고 심신이 부식돼 간다. 한 곳으로 달리던 기차가 자꾸만 탈선에 탈선을 거듭하며 방향을 잃고 있는 것처럼.
이제 불필요한 풍족함에 찌들고 병든 자신을 비워보려 한다.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먼저 이 널브러진 과거부터 정리해봐야겠다. 버릴 건 버리고 간단하고 단순하게. 앞으로도 필요 없을 먹거리, 입을 것, 삶의 목표 등을 하나씩 비우다 보면 ‘진짜 필요한 것’만 남을 것이다. 또, 다시 차오르는 헛된 욕심을 사그라지게 하는 것도 필자의 몫이다. ‘지나간 나’는 정리하고 ‘다가올 나’는 걸러서 받아들이는 것. 몸집처럼 마음의 집도 무한하진 않다. 당신도 넘치는 것이 스트레스라면 비워보라. 필자는 오늘도 배고픈 소크라테스에 가까워지기 위해 배우고, 비우고,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국희 기자 ghki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