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래블 시네마스코프 추억여행, 시코쿠①

시네마스코프 추억여행, 시코쿠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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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아련한 추억을 나누며 천천히 돌아봤던 시코쿠Shikoku로의 여행.

마치 총천연색의 와이드스크린의 시대를 알리던 시네마스코프 같았던 시코쿠의 매력은 그래서 그런지 아주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일본의 4개 섬인 혼슈, 홋카이도, 큐슈, 시코쿠 중에서 가장 작은 섬이지만 그래서 더욱 정감 있었던 시코쿠는 예술, 자연, 역사, 음식을 한껏 품고 있었다.

글과 사진_월간 뚜르드몽드 www.tourdemonde.com

 

일본 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니 화려한 대도시도 좋지만 점점 꼭꼭 숨어 있는 시골을 선호하게 된다. 무념무상의 상태로 조용한 주택가 골목과 한적한 상점 거리, 고즈넉한 들판을 거닐다 보면 점점 더 일본의 시골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기자의 직업상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지만 솔직히 일본만큼 출장 후에 후유증이 남지 않는 곳도 드물다. 한시간 정도의 거리에 이질적이면서도 비슷한 동질감 때문인지 여행이든, 출장이든 몸과 마음을 쾌적한 상태로 만들어주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시코쿠도 그런 곳 중의 하나이다. 일본의 뿌리인 4개의 섬 중에서 가장 작은 섬인 탓에 도쿠시마 현, 가가와 현, 에히메 현, 고치 현 등 단 4개 현만 있는 아주 작은 섬. 그 중 에히메 현만 빼고 3개의 현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가가와 현
리쓰린 공원 Ritsurin Park

난코 연못 위를 오가는 뱃사공의 모습은 가히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시코쿠의 관문인 가가와 현에 위치한 다카마쓰 공항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아담한 공항이다. 개인적으로 북적거리지 않는 이런 아담한 공항에 들어서면 왠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곳은 가가와 현으로 일본의 3대 우동(군마 현의 미즈사와, 아키타 현의 이나니와, 가가와 현의 사누끼) 중 하나인 사누키 우동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우동이 유명해지려면 좋은 물과 밀가루 그리고 소금이 좋아야 하니 이 지역이 자연적으로 얼마나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는지 가늠이 가능하겠다.

자, 이제 천천히 돌아볼까? 제일 처음 들른 곳이 바로 리쓰린 공원Ritsurin Park이다. 일명 밤나무 숲이라고 불리는 이 정원은 에도 시대의 정원을 경험할 수 있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 중 하나란다.

또한 미시마 유키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봄의 눈> 촬영지로도 알려져 많은 팬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뭐 일본 어디를 가도 이런 멋진 정원은 하나씩은 다 있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오산이다.

그 정원만의 포인트가 분명히 있으니 그걸 놓친다면 내내 억울한 일이겠다. 리쓰린 공원 역시 놀라울 정도로 멋진 포인트가 있다.

에도시대의 정원으로 무려 4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특별명승지인 리쓰린공원은 6개의 연못과 13개의 언덕이 다양한 모양의 소나무, 단풍나무, 벚꽃나무, 밤나무 등과 수많은 종류의 꽃들이 함께 어우러져 몽환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다이묘 정원이다.

난코라는 연못에 에도시대에 건축된 ‘키쿠게츠 테이’라는 찻집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나룻배를 타고 유유자적 노를 젓는 사공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에도시대로 타임슬립한 듯하다. 덴뇨토라는 작은 인공섬을 중심으로 정원에서 핫스팟인 엔게쓰교 다리와 함께 손님을 태우고 노를 젓는 사공의 모습은 중요한 포토스팟이다.

정원이 아닌 낙원같은 리쓰린 공원이다.

 

다양한 튀김 토핑을 골라 함께 맛있는 우동을 즐길 수 있다.

 

앞서 말한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히라이호’라는 조금 발품을 팔아서 올라야 하는 동산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엔게쓰교 다리를 배경으로 바라보는 전망은 가히 백만불짜리라 하겠다. 후지산을 본떠 만들었다는 히라이호 동산에서 바라보는 엔게쓰교의 모습은 꼭 놓치지 않고 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아, 출출하다. 가가와 현에 와서 어찌 우동을 먹지 않을 수가 있을까? 갑자기 고로상처럼 시선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일본 어디를 가도 기본은 하는 우동, 라멘이지만 일본 3대 우동의 하나 아닌가. 리쓰린 공원에서 근거리에 있는 우에하라야上原屋 본점에서 첫 식사를 했다. 이곳의 주문 방식은 특이하다. 우동의 온도와 국물을 선택하는 방법 그리고 곁들여 먹는 튀김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튀김을 싫어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우동 면발 하나는 명불허전이다. 사실 이번 여행의 테마가 우동은 아니었기에 2006년에 개봉했던 유스케 산타마리아의 <우동>이라는 영화처럼 순례를 하고 싶었지만 그냥 분위기만 잡아야 하는 것이 아쉽다. 따로 뒤늦은 우동 순례를 떠나볼까 생각 중이다.

3대우동의 발상지 답게 리쓰린 공원 근처에 유명한 우동집이 있다.

 

도쿠시마 현
오쓰카 국제 미술관 The Otsuka Museum of Art

가가와 현을 떠나 동쪽에 위치한 도쿠시마 현으로 이동했다. 도쿠시마 현은 북부의 도쿠시마 평야를 제외하고는 해발 1,000m가 넘는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으로 세토 내해 국립공원의 일부인 도쿠시마나루토지구와 아난 해안지구 등 천혜의 자연 관광 명소를 자랑하는 곳이다. 두 번째 여정으로 오쓰카 국제 미술관The Otsuka Museum of Art에 도착했다. 역시 일본 어디를 가도 있는 미술관이려니 했지만 분위기가 묘하게 다른 듯하다. 미술관에 들어서면서 걱정됐던 것이 바로 사진촬영여부. 대부분의 미술관은 사진촬영이 제한돼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곳은 마음 놓고 촬영하란다. 산을 깎아서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뭔가 범상치 않음을 느꼈는데 역시나 1998년 오쓰카 제약이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전세계 25개국 190여개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000여점의 명화를 원본과 똑같이 복제한 ‘도판 명화 미술관’이었던 것. 총 면적 2만9412평방미터로 일본 최대 규모의 상설 전시공간이다. 미술작품에 관심있는 사람이나 나같이 학창시절 미술시간이나 교양으로 읽은 수준의 초보라 할지라도 이 어마어마한 명화의 위용에 벌어진 입을 다물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어떤 사람은 그깟 복제품을 보는 것에 색안경을 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실제 작품을 제대로 보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아무튼 불가능한 일일 듯. 오쓰카 국제 미술관에서는 단 3시간 정도면 이 모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바티칸에 가야 볼 수 있는 시스티나 예배당 벽화의 웅장함에 놀랐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복원 전, 후의 그림을 나란히 걸어놓은 것은 현지 이탈리아 산타마리아 델레그라치 성당에서도 볼 수 없는 이 미술관만의 특별한 경험이다. 작품의 세세한 흔적 하나하나까지 정교하게 재현한 1000여점의 명화를 보고 있자니 다시 원 자리에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열망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이 모든 느낌을 다 글로 쓰자면 지면이 끝도 없이 필요할 듯하다. 지하3층부터 지상 2층까지 약 4km에 걸쳐 고대~중세, 르네상스~바로크, 바로크~근대, 현대 테마 별로 전시돼 있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있으니 대여해서 꼭 관람하도록 하자. 특히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를 그대로 복제해서 만든 연못이 있는 카페 드 지베르니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지베르니가 있는 프랑스로 가고 싶어 질 지도 모르겠다. 짧은 시간에 명화를 수없이 감상했더니 어질어질하다. 좀 탁 트인 곳으로 가볼까?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