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자유가 있는 날

자유가 있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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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들을 보면 한 달의 마지막 주 수요일에 맞춰 개봉하는 경우가 많다. 휴일도 아닌데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는 이유는 1인당 5천 원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문화의 날은 영화뿐만 아니라 전시, 공연, 도서 등 문화 관련 행사의 혜택이 많은데,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콘텐츠들이라 꽤 괜찮은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80.4%가 문화가 있는 날을 알지만, 그중 48%가 문화의 날 혜택을 이용해 본 경험이 없다고 한다. 취업준비나 아르바이트 등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응답이 절반이었다. 젊은 세대에게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로 ‘인생은 한번 뿐이니 즐기며 살자’라는 뜻)족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 시점에 고작 영화 티켓 4천 원 할인도 못 받아본 학생들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많은 TV 프로그램들이 욜로 라이프를 새로운 유행처럼 소개하지만, 오래전 N.H 클라인바움의 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나는 이 익숙한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다. 소설 속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며 살라)’이라는 메시지를 알려주면서 사회의 관습과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젊은이들이 자유와 낭만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일깨웠다.

보이지 않는 울타리는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한다. 물론 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가 탄생하기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 사회는 그래왔다. 젊은이들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사회가 그들을 지지해주지 않는다면 해답은 찾기 힘들 것이다.
비록 문화가 있는 날을 즐기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모든 젊은이가 자유와 낭만이 있는 날로써 보상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국희 기자 ghki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