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이 약 450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동안 논의되어온 환경올림픽, 경제올림픽을 거쳐 ‘문화올림픽’으로의 방향성이 정립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평창, 대한민국, 세계의 가치를 어떻게 문화 프로그램으로 형상화하고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은 아직도 많이 산적해 있는 듯하다. 이런저런 부침들과 문화올림픽 준비의 난관들을 넘어, 어떻게 하면 평창 문화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까.
문화올림픽은 IOC의 를 통해 ‘문화, 엔터테인먼트, 축제, 교육활동을 포함하는 멀티 플랫폼 프로그램’으로 올림픽 기간 전부터 종료 시까지 행사의 일부로 전개하는 문화프로그램과 페스티벌을 통칭한다고 정의된다. 즉, 문화올림픽으로서의 성공이 단순히 개·폐회식의 문화예술프로그램의 성공만이 아니라는 점은 우리 모두 알고 있고, 최근 성공적이라 일컬어지는 올림픽 문화행사들이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을 서사적으로 잘 보여주며 집중을 받아왔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6년이 마무리되어가는 이 시점에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서 잘 개최하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가능성을 열어두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올림픽은 올림픽이 더 이상 스포츠 행사만이 아닌 개최국의 문화적 정체성과 예술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국제적인 장으로 지역성과 세계성을 동시에 갖춘 일종의 문화유산을 만드는 행사라는 이해를 보여주는 개념이다. 올림픽 헌장에 올림픽 내의 문화프로그램이 개최 의무요소로 규정되어있다는 점을 보아도 올림픽은 문화적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문화의 힘을 국제사회에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일 것이다. 92년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에서 최초로 문화 프로그램이 기획된 이후,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등에서 모두 문화예술페스티벌이나 문화예술캠프 등이 중요한 올림픽 프로그램으로 포함되어왔다. 그리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문화올림픽’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올림픽으로 이야기되기도 하면서, ‘문화올림픽’은 이제 올림픽의 방향성과 효과에 있어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IOC의 의 권고안에는 스포츠와 문화의 융합을 확대하라고 쓰여 있고,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나 예술가 임명프로그램(commissioned artists program), 올림픽위원회에 올림픽문화담당관을 임명할 것으로 독려하는 등 올림픽이 문화적 유산으로 작용하기 위해 필요한 실행 요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또한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면서 현재 우리의 사회에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문화올림픽은 여러 문화주체들과의 교류, 미래세대의 다양한 참여를 통한 교류, 지역 문화자원 발굴과 함께하는 국제협력사업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 중 ‘새로운 아시아, 평창’(Pyeongchang. Connected.)이란 주제 하에 한·중·일 3국의 문화교류 및 공동기획 등을 활발히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2018년 평창올림픽 이후 2020년 도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연차 개최라는 흔치 않은 상황에서 이를 한·중·일 3국간 교류와 협력 강화의 계기로 삼으며 국제사회에 한·중·일 연대가 전하는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나 미국 대선 후보 트럼프의 이민자 반대정책 등 우리 시대에 분리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우려 섞인 시선 속에, 늘 가까우면서 멀었던 한·중·일 3국이 아시아의 연대가 강조하는 문화다양성의 추구와 공동체성의 가치를 국제사회에 전달하자는 이해가 공유되고 있다.
이런 이해 속에 한국, 일본, 중국 3국은 올림픽을 계기로 문화교류와 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한 논의를 해오고 있고 이런 논의들은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서도 합의된 바 있다. 2007년 시작되어 올해 8회를 맞은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는 한·중·일 3국간의 중요한 협력 및 공동 추진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한 의제를 공동으로 선정하고 협의를 거치는 장치이다. 그리고 올해 한국 제주도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한·중·일 3국은 문화올림픽을 통한 3국간 교류 강화방안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구축하고 <제주선언>을 통해 ‘한·중·일 문화올림픽 추진’을 합의했다. 즉 개별국의 대규모 스포츠행사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연속 개최되는 올림픽의 가치, 행사 등에 연계성을 두어 3국의 문화를 국제사회에 동시에 알릴 수 있는 문화교류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필요를 강조한 것이다.
현재 다양한 문화행사를 3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서 공동 및 연계 기획하고, 공동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세계인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개념과 가치를 논의를 통해 결정하면서 올림픽의 축제 분위기를 선도하고, 국제 사회에 다자간 교류와 공동체적 가치를 전달하는 기회로 삼기 위한 실행계획들이 협의되고 있다. 그 예로 3국의 올림픽 연차개최 관련 행사로 예술가 레지던시, 공동창작, 공동의 문화 및 학술행사(한·중·일문화올림픽 심포지엄 등) 추진이 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합동 훈련, 친선 경기 등의 스포츠 분야의 협력 강화, 올림픽 유산의 공동 창출, 조직위원회 간의 인사교류 강화를 통한 운영 노하우 공유, 신규 올림픽과 연계한 관광 상품 개발 등도 고려되고 있다. 올해 11월 평창에서 열릴 ‘동아시아 시인대회’는 동아시아 4개국(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의 시인들이 올림픽 개최지에서 포럼 및 기념시집 등을 발간할 예정이다.
이 모든 문화교류와 협력들은 문화올림픽의 멀티 플랫폼 역할을 실행시키기 위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교류와 협력은 늘 지속적이고 다양한 주체들의 과정적 참여와 기획, 그리고 환류장치의 마련이 함께 할 때 유의미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한·중·일 3국에서 연속 개최되는 올림픽의 부수적인 문화행사로서 문화교류 및 협력행사가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교류를 통한 개념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추진방향을 공동으로 설정하는 과정과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와 한·중·일 3국 국민 모두에게 전달해야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새로운 아시아로서 평창’, 그리고 도쿄, 베이징을 보여주고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미래의 문화유산으로 가꿔나가야 할 아시아 공동의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해 3국이 함께 노력해나가겠다는 합의는 올림픽이 개최되는 각 국가, 지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간주체들의 활동이 이어질 때 실현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문화교류가 공공주체의 기획과 주최에 의해 이루어진 특성이 강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평창동계올림픽의 문화올림픽으로서의 성공적인 개최와 특히 한·중·일 연속 개최를 통한 아시아의 공동가치 실현과 메시지 전달 플랫폼이라는 역할의 수행을 위해서 민간교류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진흥하고 올림픽 관련 사업과 행사에 연계하고 문화유산으로서 남기기 위한 작업으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글·김혜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국제교류교육센터 국제교류팀장
글 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관광 웹진
김혜인 국제교류팀장은
문화체육관광부 박물관평가인증제도 평가위원, 공립박물관미술관 건립사전평가위원, 행자부 지자체평가위원으로 연구 성과로는 <2016 문화예술트렌드 분석 및 전망 연구>, <국제문화교류정책의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 <미술 작가 아티스트피제도 도입방안 연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