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 서는 날이면 얼큰하게 술이 오른 할아버지는 신문지로 싼 꾸러미를 허리춤에 끼고 집으로 돌아왔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려는 듯 가벼운 발걸음이 이어지면 누렁이도 덩달아 신이 난다.
운 좋게 소간을 사왔다며 자는 형제를 깨워 맛보게 하시던 할아버지.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고 베어 문 소간의 맛은 할아버지만큼이나 구수하고 달콤했다.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나 혼자만 알고 싶은 그러한 단골집이 있다. 청양지역에서 자란 국산 한우를 정직하게 소개하는 ‘청일식육식당’(대표 김균섭, 이하 청일식당)이 바로 그곳이다.
청일식당에 들어서면 우선 은은한 참숯의 향기가 먼저 날아와 반긴다. 그것도 잠시, 자리에 앉기도 전에 무얼 먹어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청정 지역에서 자란 1등급 한우와 매실에 숙성시킨 삼겹살, 얼큰하게 우려낸 소내장탕까지 그 메뉴도 다양하다. 운이 좋아야 맛볼 수 있다는 간과 천엽까지 치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농어민 후계자로서 소와 돼지를 직접 사육한 경험이 있는 김 대표는 맛있는 한우가 무엇인지 아는 양반이다. 보통 거세한 한우를 많이 사용하지만 김 대표는 한우 암소고기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한우의 참맛을 내기 위해서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참숯을 사용한다. 참숯의 향이 부드럽게 배어든 한우는 육즙이 풍부하고 단맛이 난다. 여기에 생 매실을 갈아 그 엑기스로 담근 백김치의 시원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한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일주일에 한두 번 소 작업하는 날에만 제공되는 간과 천엽을 맛보기 위해서는 조금 서두르자. 귀신 같이 알고 찾아온 손님들 때문에 여간해선 자리차고 들어서기가 어렵다. 게다가 두터운 마니아층의 끈질긴 로비(?)가 간과 천엽을 더욱 귀한 손님으로 만든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철,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한우 육회 비빔밥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다. 신선한 육회는 아무런 양념도 첨가되지 않아 천연 한우의 맛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 여기에 직접 재배한 야채와 나물이 어우러져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그나저나 처녀돼지라는 말을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처녀돼지란 새끼를 낳지 않은 어린 돼지를 두고 이르는 말인데 여기에 매실이 만났다. 피로회복과 소화에 좋은 매실을 처녀돼지와 함께 240시간 숙성시켜 느끼한 맛을 없애고 담백함을 잡았다. 일 년에 삼천 포기씩 담그는 묵은 김치도 함께 구워 먹어 보자. 불러오는 배를 감당하지 못해 체면 불구하고 허리띠를 풀어놓아야 할런지 모른다.
표진수 기자 pjs@news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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