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트래블 알싸하도록 깨끗한 고장으로… ‘청양’ 여행

[청양군 트래블] 알싸하도록 깨끗한 고장으로… ‘청양’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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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이라는 지명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청양고추’다. 톡 쏘는 매운 맛이 일품인 청양고추의 산지인 충청남도 청양군은 고추 외에도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채워진 매력적인 고장이다. 청양을 대표하는 칠갑산과 아찔한 재미를 선사하는 출렁다리, 색색의 야생화와 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고운식물원을 비롯해 면암 최익현 선생의 덕을 기리는 모덕사, 1400년의 백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백제문화체험박물관 등 가볼만한 곳이 풍성한 청양. 청양고추의 맛처럼 알싸하고 청아한 자연의 고장 청양으로 지금 바로 떠나보자.

다정한 오솔길 따라 오르는 ‘칠갑산’

▲칠갑산

일곱 개의 명당자리가 있다는 뜻의 ‘칠갑산’은 해발 561m 높이에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이 빼곡하게 어우러져 ‘충남의 알프스’로도 불린다. 하지만 알프스처럼 가파른 산은 결코 아니다. 잘 정비된 등산로는 평지를 걷듯 편안하고 계단이 적다. 두런두런 대화하며 오르기에 아주 좋은 산이다.

칠갑산 등산로는 총 8개의 코스가 있는데, 이중 가장 오르기 쉬운 길은 ‘산장로’다. 칠갑산장에서 시작해 자비정을 거치며 걷기 좋은 오솔길인데,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어 푸근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칠갑산장에서 약 400m를 오르면 칠갑산천문대를 만난다. 굴절망원경으로 태양, 성운, 성단, 은하, 달 등을 관측할 수 있어 산행에 낭만을 더한다.

▲칠갑산천문대

칠갑산천문대에서 나와 50분쯤 더 오르면 장쾌한 풍광의 칠갑산 정상이 드러난다. 남서쪽을 휘돌아나가는 금강이 아련하게 보이고, 날씨가 맑은 날엔 서해바다까지 보이는 감동의 장관이다. 정상에서 울창하고 겹겹이 메워진 깊은 산중을 바라보면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 소리’라는 노랫말이 절로 이해가 된다.

숲 속에서 만나는 350여 개의 장승 ‘칠갑산 장승공원’

칠갑산 정상에서 내려왔다면 색다른 테마공원에 발을 들여 보자. 바로 칠갑산 안에 마련된 ‘칠갑산 장승공원’이다. 100년 전부터 장승제를 올렸던 청양군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장승문화 보존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장승에 대한 각종 전설과 유래담이 가장 많은 곳이 청양이기도 하다.

▲칠갑산 장승공원

장승공원에는 칠갑산의 정기를 받은 늠름한 장승과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등 350여 개의 장승이 있다. 국내 지역별·시대별 장승과 최대 장승, 창작 장승이 있으며 재미있게도 외국 장승까지 있어 볼거리가 알차다.

장승은 표정을 통해 그 시대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조형물이다. 우락부락한 얼굴에 눈이 희번덕거리는 장승은 울분과 분노가 담긴 당시 민중의 삶을 보여준다. 전염병, 흉년, 재앙을 막아주는 장승에서는 평온한 삶을 바라던 서민들의 소박한 기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처럼 칠갑산 장승공원은 오래도록 이어진 우리 민족의 다양한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체험공간이다. 관람만으로는 다소 아쉽다면 장승 만들기 체험관에서 소원을 담아 직접 장승을 만들어 봐도 좋다.

아찔한데 재밌는 ‘천장호 출렁다리’

▲천장호 출렁다리

청양의 아름다운 자연에서 느껴보는 스릴 만점의 관광명소로 ‘천장호 출렁다리’를 빼놓을 수 없다. 총 길이 207m, 높이 24m의 출렁다리는 천장호수를 가로지르며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이색명소다.

일단 청양을 상징하는 고추모형의 주탑을 통과하며 출렁다리가 시작된다. 20m쯤 걸어가면 상하 좌우로 출렁이기 시작한다. 출렁다리는 30~40cm 흔들리게 설계돼 있어 외줄 타기 하듯 아찔한 반동을 느낄 수 있다.

무섭다고 정면만 보고 걸으면 출렁다리의 재미를 절반밖에 느끼지 못한다. 다리를 걷는 중간 중간 아래를 내려다보면 너울대는 천장호수의 수면이 보이면서 아슬아슬한 재미가 더해진다. 다만 주변 관광객들을 위해 다리를 일부러 흔드는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다.

만약 자녀를 바라고 있는 부부가 출렁다리를 방문한다면 소원바위(잉태바위)를 지나칠 수 없다. 천장호수는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 승천하려던 황룡이 자신의 몸을 바쳐 다리를 만들어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고, 이를 본 호랑이가 영물이 되어 칠갑산을 수호하고 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소원바위가 등장하는데, 이 바위를 어루만지며 소원을 빌면 황룡과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건강한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오는 4월부터 11월까지 천장호 출렁다리는 밤 10시까지 야간개장을 한다. 늦은 밤 걷는 출렁다리는 아찔한 재미를 더할 터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방문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아흔아홉 굽이에 숨은 아홉가지 경관 ‘지천구곡’

▲지천구곡

칠갑산에서 발원해 어을하천, 작천, 지천, 금강천이 협곡과 아름다운 산수경을 이룬다. 그 흐르는 물굽이가 기묘하고 기암괴석 또한 아름다워 ‘지천구곡’이라 이름 붙였다.

‘지천구곡’은 동사리, 미호종개, 참게 등 48종의 어종이 살아있는 생태보고이자 천혜의 자연을 관조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다. 작천계곡이 있는 까치내 유원지는 더운 여름 피서객들이 많이 모여들기로 유명한 곳이다. 물 흐름이 완만하고 깊지 않아 유속이 급한 곳보다 훨씬 안전하다. 또한, 물레방앗간 유원지는 화장실은 물론이고 샤워시설로 갖추고 있어 인기가 좋으며, 냉천골은 한여름에도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8,600여 종의 꽃과 봄을 맞이하는 ‘고운식물원’

▲고운식물원

기다리던 봄이 다가왔으니 청양에서 봄꽃을 만끽하기 좋은 ‘고운식물원’에 방문해 보자. 국내 최대 규모의 수목원인 고운식물원은 8,600여 종의 다양한 수목과 꽃들이 있어 볼거리가 가득하다. 단풍나무 300종, 비비추류 300종, 장미 280종, 무궁화 260종, 작약 400종 등 다양한 수종을 자랑한다. 멸종위기에 처한 광릉요강꽃의 국내 유일 보존지이기도 하다.

고운식물원은 입구에서부터 곱고 잔잔한 야생화들이 빼곡하게 심어져 있다. 고운식물원은 22개의 테마별 식물원으로 이뤄져 있고, 식물원 사이로 작은 개울이 흐른다. 입구에서 얼마쯤 걸어가면 지금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 튤립이 만개한 장소가 등장한다. 화려한 튤립 사이로 가족, 연인과 ‘인생사진’을 남기기에 딱 좋은 곳이다. 잠시 쉬어가는 단계로 온실에도 들어가 보자. 온실의 규모가 크진 않아도 허브향이 가득해 이국적인 내음이 진하다.

온실을 방문하고 나오면 잔디광장 둘레길이 시작된다. 흙과 자갈이 깔린 둘레길 곁으로 철쭉이 만개해 있다. 철쭉은 청양을 상징하는 꽃으로 정열과 명예를 나타낸다. 다양한 꽃으로 둘러싸인 길은 전망대로 이어진다. 식물원과 주변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전망대의 누각에 올라 탁 트인 전경을 보며 쾌청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더니 콧속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다.

면암 최익현 선생의 덕을 흠모하다 ‘모덕사’

▲모덕사

청양군 목면에 위치한 모덕사는 조선 후기 애국지사인 면암 최익현 선생(1833~1906)의 영정을 모신 사당으로 1914년에 건립됐다. 이곳에는 그의 고택과 장서각, 그리고 유물 전시관이 함께 들어서 있다.

면암 선생은 이항노의 제자로 문학과 도학에 조예가 깊었다. 이에 철종6년(1855) 문과에 급제하고 사헌부 장령까지 올랐다. 그러나 나라를 걱정하고 대원군의 정책을 비판하는 상소문을 여러 차례 올려 흑산도에 유배되기도 했다.

그는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을사 5적을 처단할 것을 주장했고, 같은 해 일본의 죄상을 16개 항목에 적어 항쟁하며 전라북도 태인에서 의병을 모집하고 일본군과 싸웠다. 그러나 일본 헌병대에 체포돼 대마도에 유배됐고, 적군이 주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며 단식하다 끝내 순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덕사의 현판 글자는 고종황제가 내린 글 가운데 “면암의 덕을 흠모한다”라는 구절에서 ‘모(慕)’자와 ‘덕(德)’자를 취한 것이라고 한다. 모덕사에 들러 면암 선생의 정신을 기려보자.

청양의 숨겨진 백제 역사를 만나다 ‘백제문화체험박물관’

▲백제문화체험박물관

청양은 백제의 문화가 가장 화려하고 왕성하게 꽃피웠던 웅진(475~538)시기와 사비(538~660)시기의 수도 배후도시로서, 도성의 건축물에 사용된 기와와 전돌, 왕실과 수도에 거주하는 이들이 사용할 토기 등을 생산한 장인들의 집단거주지가 있던 곳이다.

이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지난 2016년 청양군 대치면에는 백제문화체험박물관이 개관됐다. 박물관에 도착하면 백제시대 토기를 굽는 가마를 형상화해 만든 외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부에는 백제의 유구한 역사의 흔적을 담은 청양의 토기가마터가 웅장하게 재현돼 있으며, 청양의 역사와 민속품, 근현대 자료 등이 전시된 역사관과 백제토기, 사금채취, 농경문화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또한, 박물관 주변에는 넓은 잔디밭이 조성돼 주말 가족 나들이나 소풍 장소로 제격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을 자랑하고 있다.

청양의 특산물 ‘고추’ ‘구기자’와 함께하는 웰빙먹거리 

▲청양 고추
▲청양 구기자

청양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당연 ‘고추’와 ‘구기자’이다.

청양고추는 칠갑산을 중심으로 산간 계곡과 분지 형태에 부식질이 많고 배수가 잘 되는 토양과 밤과 낮의 일교차가 큰 기후 조건 등 고추재배의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고추의 맛이 강하고 빛깔이 고우며 과육이 두꺼워서 전국 소비자가 선호하고 있다. 또한, 구기자는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최대 생산지로 동맥경화와 고혈압, 노화방지, 피로회복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이외에도 청양에는 토마토, 멜론, 맥문동 등 특산물이 있다.

청양을 여행하면 구기자를 활용한 갈비, 한과, 칼국수 등 웰빙먹거리와 참게매운탕 등을 맛볼 수 있다. 숙박명소로는 칠갑산 자연휴양림과 고추문화마을, 칠갑산 휴양랜드, 칠갑산 오토캠핑장, 동강리 오토캠핑장을 청양군에서 직영하고 있으며, 15개 체험마을 펜션 등이 다양하게 위치해 청양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안상미 · 고경희 기자 newsone@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