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고을’이라는 이름처럼 풍요롭고 살맛나는 고장 완주는 수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남아있는 문화와 역사의 도시로 많은 사랑을 받는 여행지다.
소양강 벚나무에서 움트는 꽃이 송광사와 위봉사, 대아수목원 등에 싱그러운 봄바람으로 번져나간다. 햇살도 공기도 포근한 이때, 무작정 떠나기에 완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호남의 금강산인 ‘대둔산’의 기암괴석 가득한 숲 속에서 자연에 빠져보거나, 천년한지의 명소 소양 ‘대승한지마을’과 ‘대한민국 술테마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하며 전통문화에 심취해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양곡창고를 리모델링한 ‘삼례문화예술촌’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예술촌에는 미술관과 목공소, 책공방 등이 마련돼 있어 색다른 문화생활을 선사한다.
이밖에도 밀리터리와 같은 산 속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는 고산자연휴양림과 에코어드벤처 등에서 산림욕과 레저를 동시에 즐기고, 삼례 딸기와 참붕어찜 등 로컬푸드의 대표 고장다운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을 맛보며 지친 몸과 마음의 원기를 북돋을 수 있다.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을 ‘대둔산’의 절경
해발 878m로 우뚝 솟은 마천대 아래로 6km 가량 천여 개의 바위봉이 펼쳐진 대둔산은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수려한 산세를 자랑한다. 올려보든 내려보든 시선이 멈추는 곳마다 절경이고, 좌우로 돌아봐도 사방이 신비하고 웅장해, 한 폭의 산수화 병풍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다. 흙보다는 돌멩이가 많고, 가파른 비탈길이 많지만 빼어난 풍경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아 등산로 손잡이가 번질번질 윤이 날 정도다.
대둔산을 처음 찾는다면 구름다리와 등산 케이블카를 이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금강계곡을 지나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높이 81m, 길이 50m의 금강 구름다리와 길이 50m, 127개 계단이 있는 삼선 구름다리를 지날 때면 대둔산의 오묘함과 극도의 공포감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또한, 대둔산관광호텔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요금은 대인 왕복 8천원,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운행거리는 927m, 구름다리 아래 승강장까지는 5분가량 걸린다.
산행만 하고 돌아가기 아깝다면 강순후 커피농원을 둘러보자. 1만여 그루의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는 대규모 특화 농원으로, 전북 최초로 국산커피를 재배하는 곳이다. 농장 견학부터 커피나무 심기, 커피열매 수확, 핸드드립, 로스팅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고즈넉한 봄을 만나는 ‘소양벚꽃길’ ‘대아수목원’
봄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꽃구경이다. 팝콘처럼 탐스럽게 열린 벚꽃은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녹여주는 낭만 그 자체다.
완주의 벚꽃 명소 으뜸을 꼽으라면 소양벚꽃길이 제격이다. 소양면 소재지에서 송광사에 이르는 2km 정도의 분홍빛 벚꽃 터널은 규모는 작지만 만개한 벚꽃의 화사함을 즐길 수 있어 봄철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맞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면 잊을 수 없는 봄이 될 것이다.
대아댐 호반도로를 달리다보면 나오는 대아수목원은 인위적인 훼손 없이 다양한 식물이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어 눈길을 끈다. 수목원 내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하고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 사이로 맑고 깨끗한 계곡이 흐르고 있으며, 숲해설과 체험 등으로 아이들과 함께 자연학습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전국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금낭화자생 군락지는 제각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꽃망울들로 눈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고즈넉한 전통을 만나다 ‘대승한지마을’ ‘대한민국 술박물관’
완주 소양면에 위치한 대승한지마을은 우리나라의 전통 기술인 한지를 생산하고 그 명맥을 이어나가는 마을이다. 이곳에는 한지 공장 9곳에서 한지생산기술 보유자 10여 명이 거주하고 있어, 다양한 전통 한지의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고, 직접 종이를 만들거나 한지 공예품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우리 술에 관심이 있다면 대한민국 술박물관을 잊지 말고 들러보자. 방대한 민속주 관련 자료와 전통술 제조도구 등이 전시돼 있어 술에 관한 생활상과 변천사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완주 대한민국 술박물관은 옛 구이면사무소를 리모델링 한 것으로, 술과 관련된 자료 1만 5천여 점과 전통 농기구와 생활도구 등 옛 농경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쿠킹교실과 전통주 빚기 체험은 예약을 통해 진행하고 있으며,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 가족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메카 ‘삼례문화예술촌’
일제강점기에 지은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인 삼례문화예술촌은 요즘 완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다. 수탈의 상징인 양곡창고를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켜 역사적 의미와 문화가 공존하는 삼례만의 독특하고 절묘한 분위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낡은 철제 외벽이 눈에 띄는 창고건물인 VM아트미술관은 지역 신진 작가들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책공방북아트센터에서는 국내 최초로 도입된 유럽식 북아트 공방에서 나만의 책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그리운 추억이 가득한 책박물관에서는 희귀하고 귀중한 고서와 정직한 무인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를 수도 있다. 좀 더 활동적인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김상림 목공소로 향하자. 나뭇결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목공예품을 만들며 1일 공예작가가 되어볼 수도 있다.
맹꽁이 조각상을 비롯한 다양한 조형물이 자리한 널찍한 광장에서는 흥겨운 문화공연이 펼쳐지고, 벼룩시장과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게 색다른 문화를 즐길 수 있다.
8품(品) 8미(味) 로컬푸드로 맛있는 여행
완주는 대한민국 로컬푸드 1번지다. 로컬푸드는 지역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바로 파는 매장으로, 용진면이나 모악산 입구 등에서 농부들이 갓 수확한 싱싱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청정한 자연이 어우러져 있는 고장이다 보니 음식과 특산물도 넘쳐난다.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삼례 딸기부터 조선시대 임금님 수랏상에도 진상됐던 자연 숙성의 완주곶감, 우리나라 최초의 생강 재배지인 봉동 생강 등이 8품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한우, 대추, 양파, 마늘, 감식초가 8품(品)에 속한다. 8미로는 완주의 신선한 식재료로 차려지는 로컬푸드 밥상, 고소하고 담백한 순두부백반, 묵은지 닭볶음탕, 완주한우, 참붕어찜, 다슬기탕, 산채비빔밥, 민물매운탕이 있다.
그 지역의 특별한 음식을 맛보는 것도 여행이다. 어머니의 손맛 가득한 맛있는 한 끼로 풍성한 여행을 즐겨보자.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