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의 고장 담양은 남도의 대표적인 관광 휴양 도시이다. 수려한 자연과 선비문화의 역사가 청정함과 만나 한껏 빛난다. 영산강의 시원지인 용소가 있어 맑은 물이 사시사철 넘실대고, 가사문학으로 대표되는 시가문학의 산실이며, 명산과 자연휴양지와 풍류가 멋스럽다.
담양을 방문하게 된다면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인 ‘죽녹원’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선정된 ‘메타세쿼이아길’ ‘관방제림’은 꼭 둘러봐야 한다. 그 밖에도 천혜의 자연경관과 ‘소쇄원’ ‘식영정’ ‘송강정’ 등 한국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문화재가 많아 발길 닿는 곳, 눈길 가는 곳마다 머물고 싶어질 것이다.
고장 전체가 자연과 역사, 문화와 전통이 잘 보존된 정원 같은 담양에서 생태와 인문학의 향기에 듬뿍 취해보자.
푸르른 숲길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길’
숲속의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에 서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심신이 안정된다. 일반적인 산림욕보다 더 효과가 좋은 죽림욕은 오직 담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다. 왕대, 분죽, 맹종죽 등 다양한 종류의 대나무가 어우러진 숲 사이사이에는 쉼터와 포토 포인트가 있어 산책을 더욱 즐겁게 한다.
대나무에서 발생하는 음이온은 혈액을 맑게 하고 저항력도 증가시키며, 자율신경계가 인체에 유익하게 조절되는 효과가 있다. 죽녹원 북쪽에는 가사문학의 산실인 정자문화와 한옥의 기품을 느낄 수 있는 역사공간인 시가문화촌이 있어, 조선 중기 국문학과 한시 등을 읽으며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수백 년 동안 담양천 물길이 범람하지 않도록 지켜준 관방제림은 나무마다 옛 담양사람들의 슬기와 역사, 땀이 새겨 있다. 수백 년 된 느티나무, 푸조나무, 팽나무, 은당풍 등 176여 그루가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 관방제림 맞은편에 자리한 양곡 창고를 개조한 건물은 담양담빛예술창고다. 늘 다양한 작가들의 전시와 예술인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담양읍내를 들어서서 군청 앞을 지나거나, 외곽도로를 타고 들어오면 담양의 명물 메타세쿼이아길을 만날 수 있다.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나무. 담양과 순창을 잇는 이 길은 전국 제일의 가로수길로 손꼽히며, 멋진 숲 터널을 자랑하고 있다. 메타세쿼이아길 인근에는 호남기후변화체험관도 자리해 있으니 자연환경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며 관람해보도록 하자.
무릉도원의 풍류를 느낄 수 있는 ‘소쇄원’ ‘명옥헌원림’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원림(園林, 별서정원)으로 꼽히는 소쇄원은 담양 남쪽에 있다.
조선 중기 문인인 양산보는 스승인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죽는 것을 본 뒤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는 고향에 내려와 소쇄원을 지어 자연을 벗 삼으며 여생을 보냈다. 입구의 대숲길을 걸어 야트막한 구릉의 정점에 닿으면 깊고 고요한 정원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울창한 숲 사이로 계곡이 흐르고, 숲과 계곡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에 정자인 광풍각과 사랑채 겸 서재인 제월당이 자리 잡고 있다. ‘소쇄(瀟灑)’라는 이름 뜻 그대로 맑고 깨끗하다.
한국의 원림은 한문과 문화의 공간이었으며, 지역문제와 당대의 여론을 만들던 공론의 장이었다. 아울러 자연과 조화로움을 모색하며 수양하는 공간이자 풍류의 멋이 가득한 곳이다.
3월 23일까지는 소쇄원에서 특별한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은 겉으로 보이는 소쇄원의 아름다움만 보지 않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에 깃든 가치와 의미를 알아보고 공감한다. 참가자들은 양산보가 살았던 1500년대 중반의 복장을 하고 소쇄원을 돌아보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소쇄원이 있는 무등산 자락 별뫼에는 이와 같은 원림이 몰려 있어 여러 곳을 둘러볼 수도 있다. 소쇄원에서 길을 나와 600살 먹은 은행나무가 있는 후산리로 향하면 백일홍으로 유명한 ‘명옥헌원림’이 있다. 명옥헌은 오희도의 아들 오이정이 아버지가 살던 곳에 부친을 기리며 칩거하기 위해 지은 정원이다. 소쇄원보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누마루에 걸터앉아 마을을 내려다보며 아늑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명옥헌 앞 네모난 연못 사방으로는 배롱나무가 빼곡하게 식재돼 있다. 8월이면 붉은 백일홍이 가득 피어나 아름다움에 취해볼 수 있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곳 ‘창평슬로시티 삼지내마을’
바쁘게 흘러가는 도심에 지쳤다면 창평슬로시티 삼지내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보자.
삼지내마을은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슬로시티에서는 패스트푸드에서 벗어나 지역 요리의 맛과 향을 재발견하고, 생산성 지상주의와 환경을 위협하는 바쁜 생활 태도를 바꿀 수 있다.
창평초등학교 앞 골목으로 들어서서 몇 발자국만 옮기면 시간 여행자가 된 느낌이 들 것이다. 삼지내 마을에서는 시간도, 바람도 느리게 쉬어갈 것만 같다. 마을을 굽어 도는 3,600m의 돌담을 따라 난 흙길과 길옆의 개울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던 그대로인 것만 같다. 돌담 사이로 백년이 넘은 고택과 오래된 옛집이 옹기종기 들어선 풍경이 포근해서, 경직돼 있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는 사람들의 얼굴에 저마다 푸근한 햇살을 닮은 미소가 번진다. 슬로시티 삼지내에서 만날 수 있는 느린 시간과 여유의 맛이자 소박한 사람들이 전하는 격려다.
창평면 전체를 둘러보고 싶다면 자전거 이야기 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예전 나무꾼들이 다니던 길을 따라 낸 싸목싸목(느리게 천천히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길, 조용하고 맑은 사색의 길인 명옥헌 길, 주민들의 삶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미암길까지 세 코스가 있다. 바람을 가르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보면, 마음 속 날씨가 순식간에 맑아질 것이다.
담양의 작은 유럽 ‘메타프로방스’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길 옆 도로변에 색다른 유럽풍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마을이 들어서 있다. 메타프로방스는 메타세쿼이아와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프로방스의 합성어로, 붉은색 지붕에 노란색 벽, 색색의 창틀 아래 벽돌길이 이색적인 곳이다.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걷고 있으면 남부 유럽의 작은 마을에 와 있는 듯하며, 이국적인 아름다움과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레스토랑과 카페, 푸드타운과 의류, 멀티숍, 디자인소품 방들과 기념품점 등이 자리하고 있어, 담양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상가가 밀집한 뒤편에는 가족호텔과 예쁜 펜션, 메타세쿼이아랜드가 들어서 있다. 담양에서 이국적인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면 메타프로방스를 추천한다.
떡갈비, 대통밥 등 담양에서 즐기는 남도 먹거리
담양의 대표 특산물로는 대한민국 명품 쌀 선정평가에서 전국 1위에 등극한 대숲맑은 담양쌀과 대숲맑은 담양한우, 담양 죽순, 딸기, 블루베리, 토마토, 멜론, 포도, 단감 등 친환경 농산물이 있다.
또한, 담양은 대한민국 전통의 맛과 멋을 이어가는 대표 명인(대한민국 식품명인 5명)이 만든 창평쌀엿, 엿강정, 진장, 유과, 대유술 ․ 추성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대나무의 고장답게 대대포막걸리, 죽로차, 대잎차, 죽초액, 죽염, 죽부인, 대숯베개, 담양부채(민합죽선) 등 다양한 죽제품이 유명하며, 떡갈비, 대통밥, 죽순요리, 담양식 돼지갈비, 창평국밥, 담양국수, 담양한우 등 담양만의 특화된 음식들이 생태와 인문학의 도시 담양을 찾는 방문객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