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대하고 화려한 복합쇼핑몰에 가려진 그림자

거대하고 화려한 복합쇼핑몰에 가려진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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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렛을 넘어선 대형 복합쇼핑몰의 보급화로 한 장소에서 쇼핑과 문화생활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몰링(Malling)’이 대세가 됐다.

복합쇼핑몰 안에는 공연장과 영화관뿐만 아니라 레저시설 및 놀이시설, 호텔, 미용실 등 각양각색의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어,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20대는 저녁 시간대에 방문해 문화생활을 위주로 즐기고, 아이와 함께하는 일이 많은 30대는 키즈카페 등을 오후 시간대에 이용하는 빈도가 높았다. 이용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40대 중·장년층의 경우 점심시간 이후 호텔과 미용실 등 편의시설을 집중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한 공간 안에서 쇼핑과 문화생활, 여가활동이 한꺼번에 해결되다보니 먼 거리에서도 복합쇼핑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복합쇼핑몰에는 편의시설이 잘 구비돼 있어 여행이나 교외 나들이보다 동선이 단순해 체력소모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가볍게 쇼핑처럼 떠나서 문화생활과 여가생활도 함께 즐기니 1석 3조의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시간 활용에도 제격이다.

유통업계에서 복합쇼핑몰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백화점의 둔화된 성장세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명품을 즐기는 프리미엄 고객을 주 타깃으로 선정했던 기존 전략은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고객이 오랫동안 머물고 싶게 만드는 공간을, 편리함이 곧 소비가 되는 복합쇼핑몰이 백화점의 진화형인 것이다.

복합쇼핑몰은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주도하며 점차 브랜드화 되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문을 연 롯데몰 은평은 F&B, 엔터테인먼트 등과 같은 체험형 매장이 주로 채워져 눈길을 끌었다. 홍대 맛집들을 입점시키고, 스포츠 스타들이 운영하는 키즈 스포츠 시설은 인기가 높아,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길 거리가 가득했다. 국내 최초 쇼핑 테마파크라는 타이틀을 자랑하는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은 축구장 70개를 합쳐놓은 면적에 쇼핑, 문화, 레저, 위락, 관광, 힐링 등 다양한 시설이 가득해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12월에는 신세계그룹이 경남 창원에 스타필드를 건설하는 것을 발표했다. 순조롭게 건축된다면 비수도권 지역 최초 복합쇼핑몰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링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사진] 스타필드 하남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복합쇼핑몰의 화려함 뒤에는 지역상권이 위기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상인들은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들어서는 롯데의 복합쇼핑몰 강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복합쇼핑몰은 망원시장에서 직선거리로 2km 떨어진 역 근처에 축구장 32개 규모의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망원시장 상인들은 지역 소비자들이 모조리 쇼핑몰로 몰려가 전통시장 상권이 무너질 것을 크게 염려했다.

인천 청라국제도시 내 건립될 예정인 ‘스타필드 청라’도 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청라에 들어설 복합쇼핑몰은 하남보다 1.4배 더 큰 규모지만, 지난해 8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건축 허가를 받으며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비수도권 최초 복합쇼핑몰 타이틀을 거머쥐게 될 창원 스타필드의 경우 시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한동안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014년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은 인근지역의 소비력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인근 반경 15km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통시장, 상점가, 도로변상가, 집합상가, 소매업, 음식업 등 전 지역과 업종에 걸쳐 평균 40%~79%의 매출하락이 나타나는 등 골목상권 및 소상공인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하면 입점을 원하는 대기업 유통업체는 해당 지역(반경 1km 이내) 상인회와 상생협약(지역협력계획서)을 맺어야 한다. 면적이 3,000㎡ 이상의 대규모 매장을 개설할 경우에는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추가로 제출할 의무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절차가 쇼핑몰 건축을 마친 뒤에 이뤄지게 되어 실질적인 효과가 낮다.

복합쇼핑몰은 일반 시민들에게 더 나은 쇼핑과 문화생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일각에서는 기존에 골목상권이 있는데도 복합쇼핑몰이 생기는 것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유통산업이 진화하고 있는 것뿐이며, 이를 규제하는 것은 상권과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막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복합쇼핑몰을 찬성하는 단체에서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쇼핑과 여가 인프라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라고 항상 소비자일 수 없고, 판매자도 항상 판매자일 수는 없다. 복합쇼핑몰이 붐을 타면서 상당수의 입점 업체들이 쇼핑몰에 매출이 적어도 고정수수료를 내야하고, 매출이 많아도 수수료를 더 내야하는 불공정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 드러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임대료와도 별개인 고정수수료를 통해 장사가 잘되든 못되든 손실 걱정이 덜한 쇼핑몰 입장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계약인 것이다.

그러나 골목상권에는 사람들의 생계가 걸려있다. 시장의 상인은 지역에서 얻은 수익을 본인의 생활에서 소비하지만, 기업의 수익에는 소상공인처럼 직접적이고 자연스러운 순환을 기대하기 힘들다.

독일과 영국, 일본 등에서는 자국 내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도시 계획 단계에서부터 대규모 점포 진출을 제한한다. 우리 정부에서도 대형마트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무휴업을 복합쇼핑몰로 확대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상업보호구역, 상업진흥구역 등 도시의 구역을 세분화 해 거리 상권을 보호할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대형 복합쇼핑몰과 지역상권 소비자가 상생하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도하고 소통해야할 때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