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대한민국 대통령 제왕적 탐욕 버려야

[전병열 칼럼]대한민국 대통령 제왕적 탐욕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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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5월 9일로 확정됐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대선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정국이 표류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지고무상((至高無上)한 빈자리를 놓고 서로 아귀다툼을 일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패거리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덩달아 춤을 추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정치판이 되고 만다. 국가 영도자를 선출하는 막중한 책무는 뒷전이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유력 후보 캠프에 줄 대기로 혈안이 된 인물들이 설치기 시작하면 민주정치는 보이지 않고 오직 표를 향해 이전투구가 벌어질 뿐이다. 오늘날까지 대한민국의 선거문화는 그렇게 이어져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치욕스러운 국정농단 사태를 체험하는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대통령 역사는 대부분 불행의 종말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당한 첫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전직 대통령으로 세 번째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며 취임사에서 ‘국민’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던 그는 그 ‘국민’에 의해 탄핵당하고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또한, 초대 대통령으로 정부 수립을 주도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복리를 위해서 내 성심과 능력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사사오입 개헌과 부정선거 등으로 4·19혁명이 일어나자 1960년 반강제로 하야하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윤보선 전 대통령도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 주도의 5·16 군사 정변이 발생하자 그해 5월 19일 하야를 선언했다. 군부 요청으로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하기도 했지만, 이로부터 10개월 뒤인 3월 22일 두 번째 성명을 발표하고 하야했다.

18년간 장기 집권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가난을 몰아내고 통일조국을 건설하겠다”고 밝혔지만, 1979년 10월 26일 만찬장에서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피살당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타계 후 대통령직에 취임한 최규하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신군부 세력의 반란에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급기야 취임 8개월 만인 1980년 8월 하야하고 말았다. 그는 세 번째 하야 대통령으로서 역대 ‘최단기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구시대의 잔재를 추방하고 참다운 민주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기초 작업에 착수하겠다”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5년 12월 3일 12·12군사반란과 비자금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됐다. “정직과 진실의 수범을 보이겠다.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취임사에서 밝혔던 노태우 전 대통령도 그해 11월 16일 거액 수뢰혐의로 구속되는 불행을 겪었다.

“정의와 화해로 새 시대의 문을 활짝 열어나가겠다”던 김영삼 전 대통령, “국난극복과 재도약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비리로 아들이 구속되는 불행에 휘말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사회를 만들자”며 취임사에서 밝혔지만, 일가가 거액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2009년 5월 23일 자살로 일생을 마감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새로운 신화를 향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열변을 토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포스코 비리’로 친형이 구속됐다.

더는 대한민국 대통령 사(史)가 불명예나 비극으로 끝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며 제왕적 권력에 대해 각계각층에서 이구동성으로 개헌을 부르짖고 있다. 광장의 민심이 정치와 소통하고 보복이 아닌 미래를 위한 적폐 청산으로 반드시 대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문재인 후보는 “이번 대선은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이 아니라 정의냐 불의냐의 선택”이라고 했으며, 안철수 후보는 “산업화, 민주화 세대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만은 후보들의 의지가 초지일관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미사여구(美辭麗句)의 공약으로 정권을 쟁취한 자는 시민의 염원은 귓전에 흘리고 무소불위의 권력만 향유하다 그 종국은 참담했다. 또한, 논공행상에서 캠프에 연줄을 댄 수천 명의 부역자를 모두 만족하게 할 수 없었다. 결국 읍참마속(泣斬馬謖)을 단행해야 했지만,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표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인재풀’을 운용하다 보면 이런 폐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모두 개혁해야 할 적폐다. 보수든, 진보든 궁극적 목적은 국가 보위와 국민 행복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