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가야사 연구·복원 정치적 해석 경계한다

가야사 연구·복원 정치적 해석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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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사 발굴을 놓고 학계와 정치권, 관련 지자체가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 및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방정책 공약을 정리하고 있을 건데, 그 속에 가야사 연구와 복원 부분을 꼭 포함해 줬으면 좋겠다”며 “우리 고대사가 삼국사 중심으로 연구되다 보니 그 이전 역사가 연구 안 된 측면이 있고 가야사는 신라사에 덮여서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일반적으로 가야사가 경남 중심이고 경북까지 조금 미친 역사라 생각하는데 사실은 더 넓다. 섬진강 주변 광양만·순천만, 심지어 남원 일대, 금강 상류 유역까지도 유적들이 남아 있다”며 “가야사 연구 복원은 영호남 공동사업으로 할 수 있어 영호남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설명하면서 “국정기획위가 놓치면 다시 과제로 삼기 어려울 수 있으니 이번 기회 충분히 반영되게끔 해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가야사 연구 · 복원을 국정과제화할 것을 특별히 주문한 것이다.

실제 가야 역사와 연관된 지자체는 경남의 거창·산청·함양·의령·창녕·하동·함안·합천·고성과 경북의 고령·성주·달성 등 영남권뿐만 아니라 전북의 남원·장수, 전남 광양·순천·구례 등에 걸쳐 있다. 이에 따라 이들 17개 시·군은 ‘가야 문화권 지역 발전 시장·군수 협의회’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충남 예산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지역은 가야사 관련 국가 사적 28곳 중 22곳이 있는 가야국의 주 무대다. 특히 김해는 3, 4세기에 가장 큰 세력이었던 금관가야의 수도가 있었던 곳이다. 이 외에도 대가야(경북 고령), 아라가야(경남 함안), 소가야(경남 고성), 비화가야(경남 창녕), 성산가야(경북 성주) 등 6가야가 영남지역에서 번성했다. 이들 지자체는 ‘가야 문화권 행정협의회’를 구성해 시장·군수 협의회와 더불어 ‘가야 문화권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 가야사 복원과 관광사업화를 요구하고 있다.

고대 역사 유적의 발굴 · 복원은 주민들에게 지역 개발은 물론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해당 지자체와 정치권은 이를 이슈화하고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정책 사업으로 결정되면 지역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아 토목공사가 이뤄지고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기대 수익은 엄청날 수 있다. 특히 역사 문화는 관광 자원화되면서 지역 발전의 견인차가 될 수도 있다. 당연히 정치권과 관련 지자체는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지역 개발과 관광자원화를 목적으로 한다면 이보다 더 효과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유적이 발굴되고 이를 복원하는 과정에 이뤄지는 지역개발 지원은 정책적인 결정이 될 수 있다. 또한, 지역의 문화유산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은 지자체의 사업이다. 이에 따른 예산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결정할 수 있다. 반면, 역사 유물의 고증은 당연히 학계의 몫이다. 역시 연구 지원비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경계할 부분도 있다. 학자들이 지자체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을 경우 그 지역을 중심으로 역사를 해석하고 사실을 과대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을 위해 아전인수적으로 왜곡할 수도 있을 수 있다. 이는 정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 지자체별 연구를 국가 차원의 연구로 진행하면 지자체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연구 발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학술의 영역은 학술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역사 연구는 승자의 권력에 의해 역사가 과장되고 왜곡되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자들은 기득권 차원의 기존 연구를 고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로운 학자들의 비판적 연구를 수용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가야사 복원 국정과제화는 순수한 학술적 연구와 동서화합의 상징 등 긍정적인 측면으로 평가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 정치적·학술적 논리로 해석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이는 견강부회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관련 지자체의 과당경쟁은 가야사 복원의 합리성을 훼손할 수 있으며, 국가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지자체 공동 프로젝트로 추진할 수도 있다. 지자체만의 사업이 아니라 범국가적 사업으로 백년대계를 이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 임기 내 업적으로 매달린다면 4대강 사업의 전철을 밟게 될 것임을 명심해 주길 고대한다.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