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편함에 꽂힌 지방선거 공보물을 펼쳐보는 순간, 나는 곧바로 오리무중에 빠졌다. 평소 유세 현장이나 후보 인사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난립한 후보들을 일일이 따져볼 여유는 없었다. 시장, 시의원, 구청장, 구의원, 교육감 후보까지 빼곡히 담긴 공보물은 얼굴 사진과 틀에 박힌 구호만 반복될 뿐, 공약과 자격을 비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다음에 살펴보겠다”는 마음으로 밀쳐 두었다가 폐지로 처리됐다.
투표소에서는 더 난감했다. 사전 준비 없이 투표장에 들어선 것이 잘못이었다. 광역시장과 교육감은 그나마 익숙했지만, 나머지 후보들은 낯설었다. 결국 인물보다는 정당 기호만 보고 묻지 마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보물만으로는 후보를 검증하기 어려웠고, 선거철에 잠깐 얼굴을 내밀며 명함을 돌리는 수준의 인사로는 비교가 불가능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일부 유권자들이 꼼꼼히 살펴본다 해도, 실제로는 지지하는 후보만 확인할 뿐 자질을 비교하지는 않는다. 공보물은 결국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다.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제작·발송된 공보물이 개봉조차 되지 않은 채 폐지통으로 직행하는 현실은 심각하다. 민주주의적 가치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정보 전달 효과가 이처럼 제한적이라면 제도적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당국은 공보물을 통해 후보를 선택하는 비율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분석해야 한다.
SNS 시대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하다. 인쇄 공보물로는 더 이상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 없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후보 정보를 손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막대한 비용을 종이에 쏟아붓는 대신, 유권자가 흥미를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이 원하지 않는 구태의 선거문화를 고수할 것인가. 민주주의의 신뢰는 투표율 수치가 아니라, 유권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구조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선거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국민 세금으로 지출된다. 공보물 비용만이라도 합리적인 절감을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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