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해빙 원인 규명·해수면 상승 예측 연구 진전 기대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가 남극 스웨이츠 빙하 지반선 부근에서 934m 두께의 얼음을 관통해 그 아래 바닷물을 직접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해수부는 한·영 국제 공동 연구팀이 빙하 하단이 바다와 맞닿는 경계선인 ‘지반선’ 인근에서 시추를 진행해 바닷물의 염도와 수온 등을 실측했다고 2일 밝혔다. 지반선은 바닷물에 의해 빙하가 녹아내리기 쉬운 구간으로 ‘빙하의 급소’로 불린다.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는 빙하 중 하나로, 다른 빙하 붕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운명의 날 빙하’로 불린다. 스웨이츠 빙하가 모두 녹을 경우 해수면이 평균 65cm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장기적으로 해안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밀한 분석을 위해서는 빙하를 시추해 그 아래 바다를 직접 측정하는 작업이 필수적이지만, 스웨이츠 빙하는 크레바스 등 험난한 지형 탓에 위성이나 수중 로봇을 활용한 간접 탐사에 의존해 왔다. 이로 인해 실제 빙하 소실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연구팀은 아라온호와 헬기를 동원해 현장 탐사에 나섰다. 연구팀은 스웨이츠 빙하 위에 축구장 2개 규모의 안전지대를 확보한 뒤, 헬기 운송용으로 개조한 25톤의 시추 장비를 빙하 위로 옮겨 시추 작업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한국 시각으로 지난 29일 90도씨의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분사해 얼음을 녹이는 ‘열수 시추’ 공법을 이용해 약 900m 깊이의 시추공을 뚫고 빙하 하부 바닷물을 직접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시추공이 예상보다 빠르게 다시 얼어붙고 기상 악화까지 겹치면서 빙하 하부를 장기적으로 관측할 계류장비 설치에는 실패했다.
이번 관측을 통해 빙붕 아래로 따뜻한 바닷물이 침투하면서 빙하가 예상보다 빠르게 녹고 있다는 현상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반선 부근에서 온도와 염분 분포가 일반적인 해양 관측과 달리 매우 역동적인 혼합 양상을 보여, 해수와 융빙수가 급격히 섞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구팀은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2027년 남극 주요 지반선에 대한 후속 탐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남극 빙붕 하부의 해수 침투 경로를 추적하는 등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 연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서정호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은 “현장 대원들의 노고 덕분에 스웨이츠 빙하 아래 바다 실측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남극 빙하 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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