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프로그램이 객관적 정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업적 이해관계에 의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구조이므로, 방송은 공공성과 투명성을 지켜야 한다”

아내가 만보기 앱을 적극 추천했다. 휴대폰에 설치하면 자동으로 걸음 수가 기록되고, 하루 만 보를 채울 때마다 캐시(cash)가 적립된다는 것이다. 호기심에 검색해 보니 20여 종의 앱이 있었고, 아내의 권유로 ‘캐시워크’를 설치했다.
평소 운동을 게을리해 건강이 걱정됐는데, 다행히 아내의 새벽 기도 시간에 맞춰 지하철역까지 함께 걷는 것이 일상이 됐다. 새벽에는 대중교통이 없어 걸을 수밖에 없었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즐거움과 운동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회사까지는 보통 걸음으로 30여 분 거리인데, 앱을 설치한 뒤 확인해 보니 걸음 수가 약 5,500보였다. 아내를 역까지 바래다주고 강변을 한 바퀴 돌아보니 7,500보, 점심시간과 사무실 이동, 퇴근길까지 합치니 하루 총 9,700보였다.
“300보만 더 걸으면 만 보를 채우고 캐시도 적립되는데 왜 그만둬요?” 아내의 농담이 있었지만, 일상 속에서 만 보에 가까운 걸음을 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출퇴근을 활용해 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신의 한 수’라 생각하며 꾸준히 실천하기로 했다.
운동의 필요성은 알지만 여건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요즘은 건강이 최우선 가치로 떠오른 시대다. 아침 6시 기상이 습관이었는데 점차 빨라져 요즘은 새벽 4시 반이면 일어난다. 그 시간대에는 뉴스 전문 채널을 제외하면 대부분 건강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각종 질병의 원인과 예방, 건강식품 정보가 전문가를 통해 제공된다. 아내는 이런 프로그램을 즐겨 보지만, 나는 뉴스 채널을 선호해 가끔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나는 케이블 건강 프로그램을 쉽게 신뢰하지 못한다. 어느 날 아내가 “당신이 꼭 봐야 할 프로그램이 나왔어요”라며 불렀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관련 내용이라 함께 시청했는데, 전문 교수가 위험성과 예방법을 설명하는 방송이었다. 유익한 내용이라 메모까지 하며 집중했다. 건강검진에서 고혈압과 고지혈증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 중이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갔다. 운동 요법이 좋다는 말은 주치의에게도 들었지만 실천은 쉽지 않아 약에 의존해 왔던 터였다.
방송에서 소개된 건강식품이 효과가 크다는 전문가의 설명을 듣자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내와 함께 구입 방법을 알아보자며 식품명을 메모까지 했다. 약국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방송의 공공성 때문에 구입처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런데 뜻밖의 장면을 목격했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던 중, 조금 전 건강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식품이 쇼핑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의아심이 들었다. 전문가를 내세워 방송에서 소개하고 곧바로 쇼핑 채널에서 판매한다니,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된 상업적 전략으로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PPL(제품 간접광고)의 성격을 띠면서도, 드라마 속 소품처럼 단순 노출에 그치지 않고 ‘객관적 정보’라는 외피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전문가의 설명을 신뢰해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실제로는 구매로 유도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이는 방송의 공적 책임을 훼손하고 시청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다.
물론 방송사가 엉터리 상품을 소개하지는 않겠지만, 객관성을 가장한 채 소비자를 유인하는 방식은 신뢰를 무너뜨린다. 건강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 상업적 이해관계를 교묘히 끼워 넣는다면, 이는 단순한 광고를 넘어 소비자 기만에 가깝다. 방송이 공공성을 지키지 못하고 상업적 논리에 휘둘린다면, 결국 시청자는 더 이상 방송 정보를 믿지 않게 될 것이다. 차라리 노골적인 신문의 애드버토리얼(기사형 광고) 형식을 차용하는 편이 더 솔직할 것이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지만, 특히 건강을 다루는 프로그램일수록 객관성과 투명성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