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 참사 46주기… 대한민국 산업화의 숨은 영웅들 기억
이근대 기자 lgd@newsone.co.kr
대한민국 근대화와 경제 부흥의 현장에서 목숨을 바친 산업전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대한석탄공사 은성광업소 순직자 합동 위령제’가 은성광업소 창립기념일인 11월 1일, 문경시 가은읍 희양산 봉암사와 산업전사의 탑에서 엄숙히 거행됐다.
이번 위령제는 은성광업소 순직자 추모위원회(위원장 김호건) 주관, 가은읍 후원으로 진행됐으며, 1938년 창립돼 1994년 폐광될 때까지 대한민국의 산업 발전을 이끈 은성광업소에서 각종 재해로 순직한 167인의 영령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은성광업소는 한때 영남 최대의 탄전으로 불리며, ‘검은 황금’ 석탄을 기반으로 한 산업화 시대를 지탱한 핵심 동력이었다. 하지만 그 영광 뒤에는 수많은 광부들의 희생이 있었다. 낙반과 가스 폭발, 출수 사고 등 위험한 갱내 환경 속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은 대한민국의 겨울을 따뜻하게 밝히고, 경제 성장의 토대를 다진 진정한 산업전사였다.
특히 1979년 10월 27일 발생한 갱내 화재 참사는 은성광업소 역사상 가장 큰 비극으로 기록돼 있다. 갱도 2,250m 지점에서 발생한 화재와 유독가스로 44명이 한꺼번에 숨졌다. 그러나 바로 전날 10.26 사태로 인해 모든 언론의 관심이 서울로 쏠리면서, 이 대형 참사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채 역사의 뒤편에 묻혔다. 올해 위령제는 바로 그 억울했던 희생까지도 함께 끌어안고, 산업전사들의 넋을 영원히 기리겠다는 뜻을 담았다.
위령제는 봉암사 대웅보전에서 불교식 제례로 봉행됐으며, 유가족과 추모객들은 헌화와 분향을 통해 순직 광부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참석자들은 ‘산업전사의 탑’으로 이동해 참배하며, 산업화의 빛 뒤에 가려졌던 희생의 역사를 되새겼다.
한편, 인근 문경석탄박물관은 은성광업소의 역사와 광부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존하고 있다. 이곳은 산업 역군들의 피와 땀으로 이룬 근대화의 의미를 전하고, 그들의 헌신을 교육의 장으로 계승하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엄원식 가은읍장은 “위령제를 통해 산업화의 이면에 존재했던 희생과 아픔을 기억하고, 남겨진 유가족의 마음을 보듬고자 한다”며 “은성광업소 순직자들의 숭고한 정신이 문경의 역사이자 대한민국의 정신으로 영원히 빛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위령제는 산업화의 숨은 영웅들이 남긴 희생의 가치를 되새기며, 그들의 이름이 잊히지 않도록 기억을 이어가는 뜻깊은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